오늘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에 공개된 새로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현대 한국인의 정신을 형성한 네 가지 비극적인 사건을 냉철하게 조명한다. 한국 방송사 MBC가 제작한 8부작 시리즈 ‘나는 생존자다’는 미화된 역사 기록을 넘어, 국가의 집단 기억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건들 뒤에 숨겨진 고통스럽고 종종 억압되었던 진실과 마주한다. 이 시리즈는 명확하고도 도전적인 전제에서 출발한다. 어떤 이야기는 다시 겪기에는 너무 고통스럽지만, 잊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3년 화제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통해 흔들림 없는 탐사 보도 스토리텔링으로 명성을 쌓은 조성현 감독이 이끈다. 이번 신작은 주제적으로 전작의 계보를 잇는다. 조성현 감독과 그의 제작팀은 종교적 착취라는 특정 병리 현상에 대한 탐구를 넘어, 더 넓은 범위의 사회적 트라우마로 시야를 확장한다. 방법론적 접근 방식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추상적인 분석보다 개인의 증언을 우선시하는 “생존자 중심의 렌즈”를 통해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내밀한 인터뷰와 희귀한 아카이브 영상을 세심하게 결합하여, 끔찍했던 사건들을 재구성할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끈질긴 회복력을 탐구하고, 오랫동안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증폭시켜 대중의 기억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 시리즈는 한국 사회가 과거의 재난을 재조명하고 기관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는, 보다 광범위한 사회·정치적 성찰의 시기에 맞춰 공개되었다. 이는 최근의 비극에 대한 현 정부의 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리즈에서 다루는 네 가지 사건은 서로 무관한 사건들이 아니다. 이는 현대사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한 국가의 뚜렷하고 종종 잔인했던 성장통을 상징한다. 각 비극은 ‘한강의 기적’ 이면에 감춰진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 연구가 된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번성하는 종교적 착취의 교활한 본질, 국제적 이미지에 집착하는 권위주의 국가의 체계적인 폭력,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에서 비롯된 허무주의적 분노, 그리고 국가 부패가 조장한 기업 탐욕의 파국적인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생존자다’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초월하여,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자국의 발전이 치른 인간적 대가에 대한 국가적 대화를 촉발하는 영화적 진실과 화해의 행위가 된다.

신앙과 착취에 대한 심층 탐사
시리즈는 감독에게 익숙한 영역을 다시 조명하며 시작한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핵심이었던 기독교복음선교회(JMS)에 대한 조사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번 새로운 탐사는 새로운 증언을 제시하고, 교주 정명석이 수십 년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세뇌와 성범죄에 대한 더 깊은 맥락을 제공한다. 이야기는 정명석을 1980년대에 ‘섭리’ 운동을 창시하고, 스포츠 및 사교 클럽을 통해 조직을 대학 캠퍼스 생활에 깊숙이 침투시켜 엘리트 대학생들을 성공적으로 포섭한 카리스마 넘치는 자칭 예언자로 묘사한다.
다큐멘터리는 정명석에 대한 길고 순환적인 법적 추적 과정을 기록한다. 여기에는 1999년 TV 방송 폭로 이후 한국에서 도피한 것, 이후 인터폴 적색 수배로 이어진 국제적인 추적, 그리고 마침내 중국에서 송환되어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과정이 포함된다. 그의 첫 번째 유죄 판결은 여러 여성 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2018년 만기 출소했다. 시리즈는 이후 그의 재범을 기록하며,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호주와 홍콩 출신 외국인을 포함한 여러 여성 신도를 성폭행한 새로운 혐의로 2022년 다시 구속 기소된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이후 이어진 복잡한 법정 공방은 이야기의 핵심 초점이다. 1심의 23년형 선고, 항소심에서의 논란 많은 17년으로의 감형, 그리고 대법원에서 이 형량이 최종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이 조사의 중요한 차원은 제도적 실패와 공모를 폭로하는 것이다. 시리즈는 한국 경찰 내부에 JMS 신도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 ‘사사부’라는 파벌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들이 교단의 활동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다룬다. 이 서사적 흐름은 최근 정명석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한 경찰 간부가 징계를 받은 사실로 뒷받침된다. JMS 조직의 힘과 영향력은 이 시리즈와 전작의 방송을 막기 위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공격적인 법적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프로그램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JMS 사건은 단순히 한국 내 문제에 그치지 않고, 명백한 초국가적 현상임이 드러난다. 정명석이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들은 말레이시아,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발생했으며, 피해자들은 전 세계 각국 출신이다. 교단 자체도 호주와 말레이시아에 활동적인 지부를 두는 등 최소 70개국에서 운영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시리즈 자체가 이러한 글로벌 확산에 맞서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전작인 ‘나는 신이다’는 다른 나라의 시청자들이 현지 JMS 지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유도하고, 한국 밖의 생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등 가시적인 국제적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증언을 담은 이번 신작의 공개는, 미디어 노출이 더 많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나서도록 하는 피드백 루프를 시사하며,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생존자들의 디지털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따라서 이 다큐멘터리는 그러한 조직들이 국경을 넘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비밀의 장막을 걷어내고, 그들에 맞서는 집단적이고 국제적인 증언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강력한 대항력으로 작용한다.
형제복지원, 국가가 자행한 잔혹 행위를 파헤치다
시리즈는 서사의 상당 부분을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에 할애한다. 이곳은 ‘한국의 강제 수용소’로 불려온 기관이다. 1970년대부터 1987년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공식적으로는 ‘부랑인’을 위한 복지 시설로 운영되었지만, 형제복지원은 실제로는 국가가 승인한 강제 수용소였다. 노숙인, 장애인, 아동, 심지어 학생 시위대까지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경찰과 시설 직원에 의해 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연행되어 불법적으로 감금되었고, 온갖 인권 유린을 당했다.
다큐멘터리는 생존자들의 처절한 증언을 통해 체계적인 폭력의 체제를 재구성한다. 수용자들은 시설 내 20개가 넘는 공장에서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며 무급 노동에 시달렸다. 그들은 끊임없는 신체적, 성적 폭행과 고문, 굶주림을 견뎌야 했다. 시설에서 발생한 공식 사망자 수는 현재 최소 657명으로 추산되며, 질병과 학대로 인한 사망률은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의료 기록은 통제를 위해 항정신성 의약품을 강제로 투여했음을 보여주며, 시설에 수용되었던 일부 아동들이 해외 입양 시장에 팔려나갔다는 증거도 있다.
시리즈는 이러한 잔혹 행위가 단일 기관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국가 정책에 의해 적극적으로 용인되고 조장되었음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학대는 1975년 발표된 ‘거리 정화’를 위한 정부 훈령 하에 자행되었으며, 이 캠페인은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더욱 강화되었다. 경찰과 지방 공무원들은 가능한 한 많은 ‘부랑인’을 단속하도록 장려되었고, 형제복지원은 수용 인원수에 따라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국가의 공모는 깊었다. 군의 강력한 국군보안사령부는 이 시설을 국가보안법에 따라 정치적으로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감금하고 감시하는 비밀 장소로 사용했다.
이 서사 아크의 마지막 부분은 수십 년에 걸친 정의를 위한 투쟁을 상세히 다룬다. 이 시설은 1987년 한 검사 김용원이 우연히 강제 노동 현장을 발견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어진 수사는 축소되었고, 시설 원장 박인근은 불법 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고 횡령 혐의로 가벼운 형량만 받았다. 다큐멘터리는 한종선, 최승우와 같은 생존자들의 끈질긴 활동을 기록한다. 이들의 투쟁은 마침내 2020년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 법에 따라 새로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설립되었고, 2022년 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국가 폭력” 행위로 공식 인정하며, 마침내 국가의 공식 사과와 피해자 지원을 권고했다.
형제복지원의 역사는 국가가 시민의 생물학적 존재 자체에 권력을 행사하는 통치 방식인 생명정치의 섬뜩한 예시다. ‘거리 정화’라는 공식 정책은 특정 사람들을 도움이 필요한 시민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 현대적이고 질서 있는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정치체에서 제거해야 할 사회적 오염원으로 규정했다. 수용자들의 삶은 올림픽을 앞둔 국가 브랜딩을 위해 체계적으로 평가절하되고 희생되었다. 이러한 인격 말살은 생존자들의 증언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다. 이름 대신 번호가 부여되거나, 정체성이 완전히 대체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의 행위는 시민들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벌거벗은 생명’, 즉 아무런 결과 없이 빼앗길 수 있는 생명으로 전락시켰다. 따라서 진실화해위원회의 ‘국가 폭력’ 공식 선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는 피해자들을 그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에 의해 권리를 침해당한 시민으로 국가 서사에 다시 기록하는 공식적인 행위다.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당했던 그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킴으로써, 이 다큐멘터리는 이 중요한 역사적, 정치적 복원의 행위에 직접 참여한다.
계급 증오와 광란의 폭력: 지존파 살인 사건
시리즈가 탐구하는 세 번째 비극은 1993년과 1994년, 짧지만 극도로 폭력적인 범죄 행각으로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지존파 사건이다. 전과자 김기환이 결성한 이 갱단은 그와 마찬가지로 부유층에 대한 깊은 증오를 공유하는 다른 전과자들과 실직 노동자들로 구성되었다. 그들이 내세운 강령은 간단했다. “우리는 부자를 증오한다.”
그들의 수법은 동기만큼이나 노골적이고 계산적이었다. 갱단은 희생자들을 처리하기 위해 지하실에 맞춤 제작한 소각 시설과 감금 시설을 갖춘 외딴 아지트를 마련했다. 그들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납치와 갈취를 통해 10억 원을 모으겠다는 명확한 목표 아래 총기와 다이너마이트 등 무기를 축적했다. 희생자들은 무작위로 선택되지 않았다. 그 시대의 새로운 부를 과시하는 상징들을 기준으로 선정되었다. 현대 그랜저 같은 고급 차를 몰거나, 고급 백화점인 현대백화점의 우편물 수신자 명단에 이름이 있는 것만으로도 납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시리즈는 갱단의 잔혹성이 점차 고조되는 과정을 재구성한다. 그들의 범죄는 ‘진짜’ 희생자가 되기에는 충분히 부유하지 않다고 판단한 젊은 여성을 ‘연습 삼아’ 살해하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자금을 횡령한 조직원 한 명을 처형하는 일도 포함되었다. 납치와 갈취 행각은 부유한 부부와 부자로 오인된 한 음악가를 살해하는 것으로 절정에 달했다. 지존파의 잔인함은 극에 달했다. 한 조직원은 인간성을 완전히 포기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자백한 인육을 먹는 행위까지 저질렀고, 침묵을 보장하기 위해 인질에게 다른 희생자를 살해하는 데 가담하도록 강요했다. 갱단의 공포 통치는 인질 중 한 명인 이정수 씨가 대담하게 탈출하여 경찰에 신고하면서 막을 내렸다. 체포된 조직원들은 전혀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으며, 두목은 더 많은 부자를 죽이지 못한 것이 유일한 후회라고 말했다. 그들은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되었지만, 이 사건은 너무나 악명 높아 훗날 모방 범죄를 낳기도 했다.
지존파 살인 사건은 단순한 사이코패스의 일탈 행위로 이해될 수 없다. 그것은 한국 경제 기적의 화려한 이면에서 곪아 터진 깊은 사회적 불안과 계급 갈등의 기괴하고 극단적인 증상이었다. 1990년대 초는 한국이 산업 강국으로 변모하며 엄청난 경제적 성취를 이룬 시기였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급속한 ‘성장 우선’ 전략은 막대한 부의 불평등, 지역 격차,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소외시킨 일종의 ‘정실 자본주의’를 낳았다. 지존파 조직원들은 이러한 경제 변혁에서 소외된 계층이었다. 그들의 폭력은 단순히 범죄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념적이었다. 새로운 소비 사회의 상징인 고급 차와 고급 백화점을 표적으로 삼음으로써, 그들은 자신들을 배제했다고 느끼는 시스템에 맞서 도착적이고 허무주의적인 계급 전쟁을 벌인 것이다. 다큐멘터리가 이 이야기를 국가와 기업의 실패 서사 옆에 배치한 것은 의도적인 큐레이션 선택이다. 이는 극심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폭력이, 어떤 제도적 잔혹 행위만큼이나 파괴적이고 끔찍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신뢰의 붕괴: 삼풍백화점, 인재(人災)가 빚은 참사
시리즈의 마지막 사례 연구는 현대 한국사에서 체계적인 부패와 범죄적 과실의 지속적인 상징이 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다. 다큐멘터리는 서울의 5층짜리 고급 백화점이 분주한 어느 날 오후, 20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지하층까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사건을 재구성한다. 이 붕괴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했으며, 거의 1,500명의 쇼핑객과 직원들이 잔해 속에 갇혔다.
시리즈가 세심하게 상세히 밝히듯, 조사 결과 붕괴는 사고가 아니라 이윤을 추구한 의도적인 실패들이 연쇄적으로 작용한 필연적인 결과였음이 드러났다. 건물은 원래 4층짜리 사무용 건물로 설계되었지만, 소유주인 삼풍그룹의 이준은 불법적으로 5층을 증축하여 두꺼운 온돌 콘크리트 바닥을 깐 무거운 식당들을 입주시켰다. 원래의 건설사는 위험한 변경을 거부하고 해고되었다. 소매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요한 지지 기둥들은 가늘게 만들어졌고 간격이 너무 넓게 배치되었으며,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위해 건물의 평판 슬래브 구조에 큰 구멍들이 뚫려 구조적 완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조사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기준 미달의 콘크리트와 규정보다 얇은 철근이 사용된 사실도 밝혀졌다. 마지막 결정타는 옥상에 있던 수 톤 무게의 거대한 에어컨 세 대를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고 끌어서 새 위치로 옮기면서 이미 과부하 상태였던 구조물에 깊은 균열을 만든 것이었다. 붕괴 당일 이 장치들에서 발생한 진동은 약해진 기둥들이 위층의 콘크리트 슬래브를 뚫고 나가는 치명적인 전단 파괴를 일으켰다.
아마도 이 비극의 가장 통탄할 만한 측면은, 다큐멘터리가 강조하듯, 고의적인 과실 요소일 것이다. 매장 경영진은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 수개월 전부터 깊은 균열이 나타나고 있었고, 붕괴 당일에는 구조물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위층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이러한 명백한 경고 신호와 엔지니어들의 대피 권고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하루의 높은 매출을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매장 문을 닫기를 거부했다고 전해진다. 참사 이후 영웅적이지만 혼란스러운 구조 작업이 이어졌고, 마지막 생존자인 19세 점원 박승현 씨는 17일 만에 기적적으로 잔해 속에서 구조되었다. 백화점 회장 이준과 그의 아들은 결국 불법 변경을 승인하기 위해 뇌물을 받은 여러 시 공무원들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재난은 대규모 대중의 분노를 촉발했고, 전국적인 건물 안전 점검 결과 50개 건물 중 단 1개만이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새로운 재난관리법이 제정되었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인간의 생명보다 이윤과 속도를 우선시하게 된 사회에서 사회적 계약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은유로 작용한다. 건물의 물리적 붕괴는 공공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관들—기업, 정부, 규제 기관—의 도덕적 붕괴를 직접적으로 반영했다. 각각의 구조적 결함은 돌봄의 의무가 금전적 이익과 맞바뀐 순간을 상징했다. 생존자들과 국가에 미친 장기적인 심리적 충격은 사건 자체의 공포뿐만 아니라, 이러한 깊은 신뢰의 배신에서 비롯된다. 최근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가 책임자들에게 내려진 비교적 가벼운 형량에 의해 촉발된 깊은 불의와 배신감에 뿌리를 둔 ‘외상 후 분노 장애’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이 재난은 안전 정책이 사전 예방적인 문화적 가치가 아니라, 재앙이 발생한 후에야 다루어지는 반응적인 통치 패턴을 드러냈다. 따라서 다큐멘터리가 삼풍에 초점을 맞춘 것은, 번영의 약속이 문자 그대로나 비유적으로나 위험할 정도로 약한 기반 위에 세워졌음이 드러난 순간, 즉 근원적인 문화적 트라우마에 대한 고찰이다.
증언으로서의 다큐멘터리: 형식 분석
‘나는 생존자다’는 더 큰 사회적, 정치적 구조를 비판하는 렌즈로서 개인적이고 내밀한 것을 우선시하는, 조성현 감독의 이전 작업과 일관된 다큐멘터리 철학을 고수한다. 그의 접근 방식은 1990년대 이후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의 중요한 경향과 맥을 같이한다. 즉, 광범위한 노동 운동에서 사회의 가장 취약한 개인들의 이야기로 초점을 옮기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서사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존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영화적 진실 추구의 실천이다.
이 시리즈는 현대 탐사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교한 영화적 기법들을 혼합하여 사용한다. 서사는 개인의 증언을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게 하는 “희귀한 아카이브 영상”의 광범위한 사용에 의해 뒷받침된다. 뉴스 보도, 경찰 영상, 개인 미디어 등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는 이 자료들은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아카이브 기반은 시리즈의 핵심 요소인 생존자들과의 “내밀한 인터뷰”와 얽혀 있다. 이 인터뷰들의 시각적 구성은 신중하게 고려되었으며, 종종 피사체와 시청자 사이에 고백적인 친밀감을 조성하는 카메라 정면 응시 기법을 사용한다. 조명과 세트 디자인은 안전하고 성찰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조용한 사색의 순간과 감정 표현을 가능하게 하도록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리즈는 아카이브 영상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역사적 타임라인의 주요 순간들을 시각화하기 위해, 실화 범죄 장르의 주요 요소인 극적 재연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깊은 트라우마를 묘사하는 데 내재된 윤리적 도전을 신중하게 헤쳐나가야 함을 요구한다. 제작진은 세월호 참사를 기록한 ‘부재의 기억’과 같은 다른 민감한 한국 다큐멘터리에서 사용된 것과 유사한 절제의 원칙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의 관점에 우선순위를 두어, 그들이 서사를 이끌어가도록 한다. 선정적인 효과를 위해 고통을 착취하기보다는, 시리즈는 종종 더 절제되고 심지어 “건조한” 표현 방식을 선택하여, 사실의 힘과 생존자들의 조용한 존엄성이 사건의 중대성을 전달하도록 믿는다. 불필요한 이미지를 통한 감정 조작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대신 침묵과 절제된 증언이 관객으로부터 더 깊고 지속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도록 한다.
‘나는 생존자다’는 한국 다큐멘터리의 형식과 기능 면에서 중요한 진화를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국가가 후원하는 선전물, 다른 한편으로는 소수의 활동가 주도 영화라는 역사적 이분법을 넘어선다. 넷플릭스의 높은 제작 가치와 글로벌 배급망을 활용하여, 이 시리즈는 비판적인 대항 역사를 탐사 실화 범죄 다큐멘터리라는 매우 인기 있고 접근성 높은 형식 안에 담아낸다. 이 장르가 가진 법의학적 권위—아카이브 증거, 전문가 분석, 증인 진술을 오픈 소스 인텔리전스(OSINT) 조사 방식과 유사하게 결합하는 것—를 사용하여 공식적인 서사를 체계적으로 해체하고 시스템적 실패를 폭로한다. 이를 통해, 국가와 기업이 자신들의 과거 기억을 통제하는 능력에 도전하는 강력하고 영구적인 공적 기록을 생성하며, 이러한 중요한 이야기들이 단지 기억될 뿐만 아니라, 그 완전하고 통렬한 맥락 속에서 이해되도록 보장한다.
결론: 대중의 기억을 재구성하다
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나는 생존자다’는 네 가지 서로 다른 사건의 서사를 종합하여, 전환기에 있는 한 국가의 응집력 있고 파괴적인 초상을 그려낸다. 이 시리즈는 개인의 취약성과 국가, 기업, 종교 등 거대 기관의 막강한 힘 사이의 명확한 연결선을 긋는다. 이는 불의가 남기는 장기적인 심리적 대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며, 수십 년 동안 종종 고립된 채 자신의 진실이 경청되고 인정받기 위해 싸워온 생존자들의 비범한 회복력에 대한 증언이다. 종합적으로, 이 이야기들은 급속한 현대화와 민주화의 엄청난 압력이 깊은 사회적 균열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가 오늘날까지도 해결되고 있는 격동의 변화기 속 한국의 복잡한 그림을 그린다. 궁극적으로, 이 시리즈는 증언 행위의 강력한 긍정이다. 이 생존자들에게 글로벌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개인적인 고통을 책임, 정의, 그리고 더 인간적인 사회 계약의 창조를 위한 보편적이고 시급한 외침으로 변모시킨다.
8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생존자다’는 2025년 8월 15일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에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