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저앤워스 홍콩은 아시아 문화 및 그 디아스포라 서사와 깊이 연관된 현대미술 작가 9인의 작품을 한데 모은 그룹전 «만상입신 (Aura Withi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현시대의 복잡함 속에서 ‘신체’를 근원적 출발점으로 삼아, 존재와 인식, 정체성과 기억, 그리고 물리적 풍경과 내면의 안식처와 같은 동시대적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도록 관객을 초대한다.
전시에는 루이스 찬(陳福善), 최하늘, 니콜 코손(Nicole Coson), 쇼타 나카무라(Shota Nakamura), 펑커(彭可), 예스창(葉世強)과 더불어 하우저앤워스 소속 작가인 바르티 커(Bharti Kher), 테츠미 쿠도(Tetsumi Kudo), 장은리(張恩利)가 참여하여 다양한 매체와 관점을 아우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홍콩 기반의 큐레이터이자 학자인 안젤라 리(李安琪)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클리어링(Clearing), 한아트 TZ 갤러리(Hanart TZ Gallery), 메이크룸(Make Room), P21, 실버렌즈(Silverlens) 등 유수의 갤러리들과의 협력으로 성사되어 더욱 풍성한 맥락을 제공한다.

신체와 공간, 정체성의 교차점
이번 전시에서 여러 작가들은 신체를 매개로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현상을 탐구한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필리핀 작가 니콜 코손은 홍콩에서 처음 선보이는 대형 유화 연작 <이중문 I & II (Double Doors I & II)>를 통해 세계화와 개인의 서사를 연결한다. 작가는 자신의 몸으로 캔버스를 밀어내며, 고향 마닐라와 홍콩을 잇는 컨테이너 문의 형상을 묵직한 물질감의 흔적으로 재현한다.
한국 작가 최하늘은 <학대의 풍경 (Landscape of Abuse)>과 <놀이: 학대의 리듬 (Play: Rhythm of Abuse)>에서 연약한 유기적 형태와 차가운 산업 재료를 병치하며 ‘트라우마-스케이프(trauma-scapes)’라는 독자적인 개념을 시각화한다. 이를 통해 투쟁과 저항, 속박과 안식, 고통과 치유라는 양가적 감정의 공존을 드러낸다. 베를린 기반의 일본 작가 쇼타 나카무라는 신작 <무제 (정원) (Untitled (Garden))>에서 예술사, 개인적 기억, 대중문화를 엮어내며, 명상적이거나 정적인 상태의 인물들이 주변 환경과 섬세하게 교감하는 순간을 포착하여 깊은 감성적 울림과 내적 성찰을 유도한다.
풍경을 통한 내면의 탐구
전시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내면의 풍경을 조명하는 작품들도 아우른다. 작고한 홍콩의 거장 루이스 찬의 <무제 (바다 여신의 전설) (Untitled (Legend of Goddesses of the Sea))>는 모노타이프 기법의 우연성을 빌려, 사회의 변화상과 개인의 상상력이 결합된 환상적인 인물들을 그려낸다. 대만 작가 예스창은 만년에 은거하며 작업한 <창 안에 푸른 바다와 흰 돛배 하나 (Green Sea and White Sail Framed in a Window)>에서 고독한 돛배를 통해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선 깊은 내면의 세계를 비춘다.
상하이와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중국 작가 펑커는 <다시 시작 (Begin Again)>에서 사진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도시의 파편들을 포착하고, 이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무심한 도시의 질서 아래 숨겨진 서정성을 드러낸다.
상징과 알레고리
런던과 뉴델리에서 활동하는 바르티 커는 현실과 정신세계를 잇는 문화적 상징 ‘빈디’를 활용한 대표작 세 점을 통해 정체성과 신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일본 작가 테츠미 쿠도의 상징적인 ‘새장’ 연작은 현대 문명의 병리학적 상태에 대한 날카로운 알레고리를 작은 극장처럼 연출하며, 중국 작가 장은리는 특유의 추상적이고 표현적인 회화로 전시에 힘을 더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계의 대화와 협력을 증진하려는 하우저앤워스의 글로벌 비전을 반영한다. 파리와 취리히의 ‘하우저앤워스 인바이트(Hauser & Wirth Invite(s))’ 프로젝트와 같이, «만상입신» 역시 공유와 협업이라는 예술 생태계의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전시 정보
- 전시 기간: 2025년 7월 10일 – 8월 30일
- 작가와의 대화: 니콜 코손, 펑커, 안젤라 리, 토비아스 버거(Tobias Berger) / 7월 10일, 오후 5시 – 6시
- 오프닝 리셉션: 7월 10일, 오후 6시 – 8시
- 큐레이터 도슨트: 7월 19일 오후 3시, 8월 23일 오후 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