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의 최전선에서, 캘리포니아 출신 작가 사이프 아즈즈(Saif Azzuz, 1987년생)가 그의 첫 단독 미술관 전시로 주목받고 있다. 휴스턴에 위치한 블래퍼 미술관(Blaffer Art Museum)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물이 차오른다’는 의미의 ‘키트 헤겔파(Keet Hegehlpa’)’라는 제목 아래, 정착민 식민주의 체제 내에서의 토지, 물, 그리고 천연자원의 사유화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
아즈즈는 이번 전시에서 특정 장소를 위한 설치 작품, 신작 회화, 그리고 아상블라주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현재 ‘휴스턴’이라 불리는 땅에 얽힌 신화, 기원 설화, 그리고 날조된 이야기들을 참조한다. 그는 기록 보관소의 역사화된 허구와 물질적 역사에 주목하며, 토지와 신체의 자율성 상실에 기여한, 표면적으로는 무관해 보이는 역사적 과정들을 파헤친다. 이를 통해 여러 공동체에 걸친 공통점, 모순, 그리고 공유된 위태로움을 드러낸다.
특히, 아즈즈는 19세기 초에 유포되었던 앨런 브라더스(Allen Brothers)의 광고와 같은 기록 자료를 활용한다. 이 광고들은 버펄로 바이유(Buffalo Bayou)를 목가적인 유럽의 작은 마을처럼 묘사하며 정착민들이 사나(Sana), 아타카파-이샤크(Atakapa-Ishak), 아코키사(Akokisa), 카란카와(Karankawa) 부족의 양도되지 않은 땅을 구매하고 점유하도록 부추겼다. 아즈즈는 회화와 아상블라주를 통해 이러한 빼앗긴 땅의 통제와 감금의 현실에 대응하며, 사유화가 어떻게 강제되는지를 논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가족인 룰루 스로워, 엘리자베스 아즈즈, 비올라 아즈즈, 모야 아즈즈, 콜린 콜그로브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들은 생태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토지 관리의 역사와 ‘생존(survivance)’의 개념을 시각화한다. ‘생존’은 아니시나베(Anishinaabe) 작가 제럴드 비제너(Gerald Vizenor)가 주창한 개념으로, 저항(resistance)과 생존(survival)의 결합을 의미한다.
사이프 아즈즈는 2013년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회화와 드로잉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2022년 SFMOMA SECA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드 영 미술관, 페이스북, 카디스트(KADIST) 등 다수의 유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아즈즈의 작업은 원주민 공동체를 통제하거나 이주시키려는 지속적인 시도에 맞서는 전복적인 전략을 제시하며,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 안에 내재된, 굴하지 않는 상호 연결된 생명력에 초점을 맞춘다.
‘키트 헤겔파(Keet Hegehlpa’)’ 전시는 2025년 12월 20일까지 블래퍼 미술관에서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