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올리버 갤러리의 We AmeRícans, 푸에르토리코 유산과 디아스포라에 주목

루벤 나탈-산 미겔 기획의 그룹전은 정체성, 이주, 노동, 문화 기억을 가로지르는 다매체적 초상을 제시한다

Dave Ortiz, Providencia Barn - Barnito Juanita y Chuco (left and right panels), 2025, acrylic on canvas, 20 x 40 in
Lisbeth Thalberg
리스베스 탈버그 (Lisbeth Thalberg)
저널리스트 겸 예술가(사진작가). MCM의 아트 섹션 편집자.

클레어 올리버 갤러리는 사진가이자 큐레이터인 루벤 나탈-산 미겔이 기획한 그룹전 We AmeRícans를 선보인다. 전시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및 푸에르토리코계 작가 여러 세대를 한자리에 모아 회화, 사진, 조각, 판화, 직물, 믹스드 미디어에 걸친 작업들을 소개한다. 타토 라비에라(Tato Laviera)의 시 「AmeRícan」에서 제목을 가져온 이 프로젝트는 문화적 혼종성과 공동체를 축으로 삼아, 뉴욕과 그 너머의 푸에르토리코 디아스포라가 겪어온 정체성, 회복력, 일상의 서사를 예술을 통해 가시화한다.

이번 전시는 기록과 보존이라는 두 축으로 제시된다. 나탈-산 미겔은 하나의 단일한 명제를 내세우기보다, 개별 작품들을 다층적 기록으로 엮어낸다. 서로 다른 개인의 이야기들이 모여 이주, 노동, 문화적 자부심이라는 공유된 경험의 지형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시각 예술은 푸에르토리코 및 누요리칸(Nuyorican) 공동체의 삶을 단순히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들을 동네와 가족의 기억, 시민적 제도에 연결하는 세대 간 아카이브를 유지·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놓여 있다.

갤러리는 이 프로젝트를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공적 이해를 넓히는 작업을 꾸준히 지지해 온 자체 프로그램의 연장선에 둔다. 하를렘 공간을 푸에르토리코 경험에 뿌리 내린 다성적 프레젠테이션에 할애함으로써, 예술 생산·커뮤니티 조직·제도 구축이 상호 의존하는 도시적 연속성을 강조한다. 뉴욕이라는 장소성은 배경이 아니라 서사의 일부로 기능하며, 스튜디오 실천을 도시 내 푸에르토리코 문화의 오랜 존재와 맞닿게 한다.

참여 작가는 카를로스 베탄코트(Carlos Betancourt), 엘사 마리아 멜렌데스(Elsa María Meléndez), 에리카 모랄레스(Erica Morales), 루벤 나탈-산 미겔(Ruben Natal-San Miguel), 데이브 오티스(Dave Ortiz), 펠릭스 플라자(Felix Plaza), 완다 라이문디-오르티스(Wanda Raimundi-Ortiz), 니차 투피뇨(Nitza Tufiño), 베아트리스 윌리엄스(Beatriz Williams), 제임스 쿠에바스(James Cuebas), 다니엘 데 헤수스(Danielle de Jesus)다. 서로 다른 재료와 공정을 사용하지만, 일상성, 세대 간 유대, 노동이 빚어내는 삶의 질감이라는 주제에서 접점을 이룬다. 베탄코트의 퍼포머티브 설치는 보다 친밀한 규모의 작품들과 대조를 이루며 공공 공간을 향한 에너지를 드러내고, 다른 작업들은 판화와 직물, 내러티브 회화의 전통을 현재로 이어놓는다.

Ruben Natal-San Miguel, Home Ruins, La Perla, Old San Juan,
Ruben Natal-San Miguel, Home Ruins, La Perla, Old San Juan, Puerto Rico, 2017, Huracán Architecture Series, color serigraph/photo silkscreen on canvas, 24 x 36 in

제도적 계보 또한 분명하게 드러난다. 엘 무세오 델 바리오(El Museo del Barrio)와 탈레르 보리쿠아 프린트메이킹 스튜디오(Taller Boricua Printmaking Studio)의 공동 설립자인 니차 투피뇨의 참여는 뉴욕 푸에르토리코 예술 생태계가 쌓아온 수십 년의 기반과 전시를 연결한다. 문화적 실천이란 공간을 만들고, 신진을 양성하며, 커뮤니티 워크숍을 꾸려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제임스 쿠에바스는 이스트 하를렘의 라파엘 투피뇨 프린트메이킹 워크숍과 로어 이스트 사이드 프린트숍에서 검비크로메이트, 석판화, 실크스크린, 모노프린트 등 공정을 탐구하며 이 흐름을 확장한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포함은 ‘과정’과 ‘장소’가 전시 서사 속에서 불가분의 관계임을 분명히 한다.

전시는 더 젊은 제도적 가시성도 함께 조명한다. 예일대 대학원 출신으로 휘트니 비엔날레에 참여했고 최근 MoMA PS1에서 작업을 선보인 다니엘 데 헤수스는 학계·미술관·커뮤니티 기반 환경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젊은 목소리를 대표한다. 그의 참여는 기성 작가, 워크숍 중심의 실천, 신예가 경직된 위계 없이 한 공간을 공유하는 전시의 세대 간 구조를 강화한다.

완다 라이문디-오르티스는 유럽 초상화, 코믹스, 퍼포먼스, 민속적 참조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어법으로 인종, 트라우마, 회복의 의제를 다룬다. 스미스소니언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와 푸에르토리코 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서의 이력, 국제 비엔날레에서의 활동은 We AmeRícans를 초지역적 맥락 속에 위치시킨다. 이는 단순한 이력 나열이 아니라, 푸에르토리코의 목소리가 다양한 플랫폼을 순환하면서도 커뮤니티 내러티브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직물·판화·공예에 인접한 실천은 전시에서 한층 두드러진다. 스미스소니언의 American Portraiture Today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엘사 마리아 멜렌데스는 바늘과 실, 천을 서사와 비평의 도구로 전환한다. 재료와 형식에 대한 엄밀한 태도가 더해질 때, 가정·응용 예술이 정치적 기억의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이러한 재료들을 회화·사진과 위계 없이 병치해, 역사적으로 ‘공예’로 분류돼 온 매체를 둘러싼 동시대 담론과 호응한다.

레마 호트 만 이머징 아티스트 그랜트 수상자인 에리카 모랄레스는 뉴욕에서 교육자이자 예술가로 활동하는 이중의 역할을 전면에 놓는다. 교실, 워크숍, 스튜디오가 문화 지식의 전승에서 상호 보완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환기하며, 공식·비공식 멘토링의 중요성이 전반에 걸쳐 강조된다. 이는 전시의 보존적 논리를 뒷받침한다.

신진과 떠오르는 시선에도 의식적으로 지면을 할애한다. 최연소 참여 작가인 화가 베아트리스 윌리엄스는 푸에르토리코 유산과 뉴욕의 가족사 사이의 거리와 접점을 탐구하며, 기억과 지리에서 동시에 길어 올린 친밀성을 그려낸다. 펠릭스 플라자는 갤러리 데뷔를 통해 판화와 회화 사이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형성해 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두 경우 모두에서 큐레이션의 초점은 ‘새로움’ 그 자체가 아니라 연속성—다음 세대가 공유된 주제를 어떻게 계승·변용·재진술하는가—에 맞춰져 있다.

Erica Morales, You're Gonna Lose The House
Erica Morales, You’re Gonna Lose The House, 2024, spray paint, fabric collage and pencil on paper, 30 x 22 in

역사적 맥락도 구체적으로 서술된다. 전시는 20세기 중반, 섬의 경제적 압박과 도시의 고용 확대, 항공 이동성의 향상으로 다수의 푸에르토리코인이 본토로 이주하며 뉴욕의 구성이 바뀐 흐름을 환기한다. 1960년대 중반에는 백만 명이 넘는 인구가 미국에 정착했고, 뉴욕은 섬 밖 최대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 배경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변화가 예술가들이 기록하고 재해석하는 주제·재료·공동체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전시는 또한 뉴욕 의류 산업—특히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 푸에르토리코 여성들이 담당해 온 중심적 역할을 상기시킨다. 이 노동의 역사를 명명함으로써, 스튜디오의 생산은 더 넓은 ‘만드는 일’의 경제—숙련, 창의, 상호의존이 가족과 동네를 지탱해 온 공방·공장·가정의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직물 실천과 의류 분야의 접점은, 갤러리의 물질 기반 언어가 장구한 공예·돌봄 문화와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부각한다.

전시 전반에서 매체의 다양성은 체크리스트가 아닌, 서사의 폭을 증명하는 근거로 읽힌다. 회화와 사진은 판화·직물·조각·믹스드 미디어와 나란히 놓이며, 디아스포라가 본질적으로 복수형임을 상기시킨다. 라비에라의 「AmeRícan」에 대한 참조는 언어·기억·이웃·이주가 얽혀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오랜 문학적 전통을 불러오며 이 논지를 강화한다. 세대 간·플랫폼 간·커뮤니티 제도에 밀착한 전시 구조는 이 아이디어에 실체를 부여한다.

나탈-산 미겔의 개인적 실천은 전시의 톤과 방법론을 설명한다. 그의 사진은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 스튜디오 뮤지엄 인 하를렘(The Studio Museum in Harlem), 엘 무세오 델 바리오(El Museo del Barrio) 등 주요 컬렉션에 소장돼 있으며, 도시에 대한 관심과 거리의 삶,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 애착을 드러낸다. 이러한 감수성은 스펙터클보다 체험과 공동체의 기록을 우선하는 큐레이션으로 번역돼, 각 작품을 더 큰 시민적 역사 속 부분적 서사로 읽도록 이끈다.

종합하면 We AmeRícans는 ‘존재’와 ‘연속성’에 관한 선언으로 읽힌다. 전시는 기성 작가와 워크숍 기반의 실천, 신예를 한데 모아, 예술가가 설립·운영하는 기관과 세대 간 전승, 그리고 일상 노동과 공명하는 재료를 통해 문화적 기억이 지속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뉴욕과 더 넓은 디아스포라에서 살아지고 재현되는 푸에르토리코 정체성을 절제되고 구조화된 시선으로 제시한다.

장소 및 일정: 클레어 올리버 갤러리(Claire Oliver Gallery), 뉴욕 하를렘 — 전시 기간 2025년 11월 5일–2026년 1월 3일; 아티스트 리셉션 11월 7일(금) 오후 6시–8시; 보도자료 배포 2025년 10월 3일.

Elsa María Meléndez, Milk, 2020, canvas with silkscreen and embroidery
Elsa María Meléndez, Milk, 2020, canvas with silkscreen and embroidery, 96 x 81 x 15 in
이 문서 공유
댓글 없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