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AC, “Yoko Ono. Insound and Instructure” 개최

Photograph by Matthew Placek © Yoko Ono
Lisbeth Thalberg
리스베스 탈버그 (Lisbeth Thalberg)
저널리스트 겸 예술가(사진작가). MCM의 아트 섹션 편집자.

MUSAC — Museo de Arte Contemporáneo de Castilla y León(카스티야이레온 현대미술관) — 이 요코 오노의 작업세계를 대규모로 조망한다. 약 1,700㎡에 이르는 전시 공간에 70여 점이 모여, 퍼포먼스와 개념·참여미술, 영화, 사운드, 설치, 회화, 사진을 넘나드는 그의 경력을 추적한다. 전시 제목 “Yoko Ono. Insound and Instructure”는 작가 초기의 한 장면을 환기하며, 오랫동안 그의 실천을 지탱해 온 ‘지시(Instruction)에 기반한 형식’과 음향적 요소의 결합이라는 전시의 핵심 전제를 드러낸다. 여기서 우선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아이디어’—제안, 악보, 초대장으로서의 예술이다.

전시는 존 헨드릭스, 코너 모나한, 알바로 로드리게스 포미나야가 공동 기획했다. 최근 스페인에서 열린 오노 개인 전시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규모로, 형성기의 작업부터 성숙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정연한 동선을 통해, 정전으로 자리 잡은 작업과 참여형 환경, 비교적 최근의 설치를 나란히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매체적 스펙트럼만이 아니다. 작품의 실현·완성 과정에서 관람자의 ‘능동적 역할’이라는, 오노 작업을 관통하는 축이 또렷해진다.

선정작 가운데에는 퍼포먼스와 개념미술의 언어를 형성한 이른 시기의 이정표가 여럿 포함된다. 관객을 공동 저자로 호출하는 지시형 작업 “Voice Piece for Soprano”, “Draw Circle Painting”(공공의 참여가 있을 때 비로소 완결된다)과 더불어, “Cut Piece”가 상호 참조적 맥락 안에서 제시된다. 보행 가능한 미로 “A MAZE”, 전시의 프롤로그이자 선언으로 기능하는 건축적 문턱 “EN TRANCE” 같은 참여형 환경도 만나볼 수 있다. 이를 통과하며 관람자는 오노의 ‘지시’가 걷기, 듣기, 말하기, 선택하기 같은 신체적 상황으로 펼쳐지는 과정을 경험한다. 예술은 응시의 대상이 아니라 ‘주의와 주체성(agency)의 실천’으로 전환된다.

Yoko Ono, DOORS, 2011.
Vista de la instalación en WAR IS OVER if you want it, MCA Sydney, Sídney, Australia, 2013
Fotografía de Alex Davies
© Yoko Ono
Yoko Ono, DOORS, 2011. Installation view at WAR IS OVER if you want it, MCA Sydney, Sydney, Australia, 2013.
Photograph by Alex Davies
© Yoko Ono
Installation view of Yoko Ono’s Doors, 2011, at WAR IS OVER if you want it, MCA Sydney, Sydney, Australia, 2013. Photograph by Alex Davies © Yoko Ono

MUSAC의 시선은 정전화된 장(章)에 머물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작을 포함함으로써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주제적 연속성이 부각된다. “DOORS”와 “INVISIBLE FLAGS”는 평화, 사회적 상상력, 익숙한 구조와 상징의 재구성을 향한 오노의 오랜 관심사를 확장한다. 간명한 제스처와 최소한의 안내만으로 작동하는 이 설치들은, 작은 인식의 이동이 어떻게 공동의 성찰 공간을 열 수 있는지를 사유하도록 이끈다.

영화는 그의 실천에서 핵심축이다. 존 레논과 협업하거나 단독으로 만든 “Rape”, “Fly”, “Freedom” 등이 엄선되어, 친밀성과 노출, ‘바라봄/바라보임’의 정치, 시간에 따른 지각의 탄력성이라는 문제군을 전면에 세운다. 지시형 텍스트와 참여형 환경과 함께 놓인 이 필름들은, 오노 방법론의 ‘매체 간 일관성’을 분명히 한다. 페이지, 전시장, 스크린 어디에서든, 그의 작품은 대개 언어에서 출발한다. 짧은 문장, 하나의 파트리투어, 사건의 조건을 설정하는 한 줄 지시. 그 결과물은 완결된 오브제가 아니라 ‘활성화된 상황’에 가깝다.

레온의 이번 전시는 오노의 유산을 재독해하려는 국제 미술계의 흐름 속에 놓인다. 대형 미술관들이 최근 잇달아 그의 작업을 대규모로 재조명해 온 사실은, 참여와 저작, 행동주의,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둘러싼 동시대 논의에서 그의 작업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이 맥락에서 MUSAC의 전시는 새로운 관람자에게는 입문서로, 주요 작품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심화 프로그램으로 기능하며, 오노를 전후미술의 변두리가 아닌 그 ‘개념적·퍼포머티브한 중심’에 위치시킨다.

짧은 전기적 맥락은 전시를 추동하는 ‘지시 기반’ 방법의 전개를 가늠하게 한다. 도쿄에서 태어난 오노는 뉴욕에 정착하기 전, 미국에서 형성기를 보냈다. 가쿠슈인대 철학과 최초의 여성 입학생이었고, 이후 사라 로런스 칼리지를 거쳤다. 예술가·작곡가 공동체의 중첩지대에서 그는 관습적 오브제보다 ‘아이디어와 악보’를 우선하는 실천을 구축했으며, 관람자가 작품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초대했다.

뉴욕 로어맨해튼에서 오노는 작곡가 라 몬테 영과 함께 도시의 실험적 장면을 견인한 퍼포먼스와 이벤트를 조직했다. AG 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는 오늘날 상징적 작품으로 꼽히는 “Painting to Be Stepped On”을 포함한 ‘Instruction Paintings’를 선보였고, 카네기 리사이틀 홀에서는 움직임·소리·목소리를 결합한 작업을 발표했다. 도쿄로 돌아온 뒤 소게츠 아트센터에서 새로운 퍼포먼스를 펼치며, 물질적 오브제를 ‘아이디어’로 치환하는, 문자 지시만으로 구성된 작업으로의 결정을 공고히 했다. 이 시기 존 케이지, 데이비드 튜더와의 투어는 실험음악과 예술 사이의 교차점을 더욱 심화했다. 저서 Grapefruit은 이러한 접근의 정신을 응축한 점묘집이다.

뉴욕으로 복귀한 오노는 각종 이벤트와 우편·광고介入을 이어가는 한편, 지시형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단편을 연출했다. 런던 초청을 계기로 ‘Destruction in Art Symposium’ 주변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인디카·리슨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다. 개념적 오브제 White Chess Set, Apple, Half-A-Room은 *Film No. 4 (Bottoms)*의 새로운 버전, “Music of the Mind” 시리즈와 병치되어 소개됐다. 인디카 갤러리에서의 존 레논과의 만남은, 예술·영화·음악을 가로지르는 창작 협업이자, 공공·미디어 공간에 가시적인 행동주의로 확장되는 동력의 출발점이었다.

레논과 함께 오노의 개념 전략은 “WAR IS OVER! If you want it” 캠페인과 ‘Bed-Ins for Peace’ 같은 고가시성의 평화 실천으로 확장됐다. 이는 지시의 논리를 시민적 영역으로 이동시킨 사건이었다. 이후 오노는 솔로와 협업 앨범을 다수 발표했고, FLY, Freedom, Rape, Apotheosis, Imagine 등 영화를 제작하는 한편, 제도와 개념적 제스처 사이의 경계를 되묻는 뮤지올로지 실험을 기획했다. 개인적 격변의 시기에 음악이 버팀목이었다는 그의 고백은, 전시의 서사를 보강한다.

시각 작업에 대한 제도권의 주목도 꾸준히 상승했다. 휘트니 미술관의 프레젠테이션 이후, 재팬 소사이어티 갤러리가 기획해 국제 순회한 회고전 Yes Yoko Ono가 뒤를 이었다. 아이슬란드 비데이 섬에 세워진 IMAGINE PEACE TOWER는 평화를 향한 공동의 약속을 영속적 기념물로 구체화했다. 베네치아비엔날레의 공로상, 여러 시기의 자료를 재해석한 신작 앨범들, 뉴욕 MoMA·도쿄 MoCA·런던 테이트 모던·베를린 노이에 나치오날갈레리에서의 대형 전시는, 그의 작업이 동시대 담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재확인했다.

MUSAC 전시장 동선은 ‘지시’라는 친밀한 스케일과 ‘환경’의 건축적 스케일을 정밀하게 잇는다. “EN TRANCE”의 입구 통로는 전시의 키워드—문턱, 변형, 놀이—를 공간적 경험으로 응축하는 경첩처럼 작동한다. “A MAZE”는 짧은 악보의 논리를 신체 움직임으로 번역해, 관람자가 단순 관찰자가 아니라 ‘길 찾기’의 주체로서 공간을 항해하도록 초대한다. 이 점에서 전시는 오노의 아이디어가 형식을 가로지르는 방식을 보여주는 ‘실행 매뉴얼’이다. 하나의 지시는 구두 행위, 촬영된 제스처, 실내 규모의 설치, 혹은 독자의 상상을 작동시키는 종이 위의 정제된 제안으로 번식한다.

이 관통선은 형식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예술이 사회적 상상력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오노의 확신이, 이번에 모인 작업군 전체를 지탱한다. “DOORS”는 일상의 사물을 사적/공적, 닫힘/열림 사이를 오가는 ‘상태 간 통로’로 재배치하고, “INVISIBLE FLAGS”는 정치적 상징을 극소의 아이디어로 환원해, 소속·국가·책임을 사유하게 한다. 이 작품들은 생각을 지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세한 인식의 편차가 집단적 규모로 반복될 때, 공동의 삶의 직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숙고하도록 주문한다. 과장 없는 수단으로 이 야심을 시간과 매체 전반에 걸쳐 읽히게 만든 것이 이번 전시의 성취다.

총론적으로 “Yoko Ono. Insound and Instructure”는, 일찍이 탈물질화를 지향하면서도 그 사회적 파장을 놓치지 않았던 한 실천을 보여준다. 영화·사운드·공간을 가로지르는 지시, 악보, 제안의 전개를 통해, 하나의 작업이 개념·정치·형식 차원에서 ‘열려’ 있으면서도 분명한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동시에 관람자를 협력자로 재확인하며 저작의 외연을 확장한다. 이는 오노 작업의 중심 명제이자, 전시의 지속적 논지이기도 하다. 곧, 예술은 하나의 지시에 귀 기울이고 다음 단계를 선택하는, 그 단순한 행위에서 시작되는 변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장소와 일정: MUSAC, Museo de Arte Contemporáneo de Castilla y León — 전시는 11월 8일부터 2026년 5월 17일까지. 큐레이터: 존 헨드릭스, 코너 모나한, 알바로 로드리게스 포미나야.

Yoko Ono, Imagine Map Piece, 2003
Vista de la instalación en WAR IS OVER if you want it, MCA Sydney, Sídney, Australia, 2013
Fotografía de Alex Davies
© Yoko Ono
Yoko Ono, Imagine Map Piece, 2003. Installation view at WAR IS OVER if you want it, MCA Sydney, Sydney, Australia, 2013.
Photograph by Alex Davies
© Yoko Ono
Installation view of Yoko Ono’s Imagine Map Piece, 2003, at WAR IS OVER if you want it, MCA Sydney, Sydney, Australia, 2013. Photograph by Alex Davies © Alex Da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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