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리슨 갤러리에서 열리는 아이 웨이웨이의 새로운 전시는 현대 미술의 경계를 다시 한번 확장시킨다. ‘새로운 챕터’라는 제목 아래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역사적 참조와 현대적 해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정체성, 정치, 문화유산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전시의 중심에 서 있는 ‘F.U.C.K.’은 9,000여 종의 버튼을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군용 들것에 배열한 설치 작품이다. 이는 단순한 도발을 넘어 산업화와 섬유 역사에 대한 아이 웨이웨이의 광범위한 연구의 결실이다. 버튼 하나하나가 역사의 파편을 담고 있는 듯, 이 작품은 물질문화를 통해 역사적 내러티브가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보여준다.
‘Go Fuck Yourself’는 군용 텐트 상단에 버튼을 꿰매 만든 작품으로, 현대 정치 담론의 극단화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거친 표현은 오늘날 분열된 사회에서 소통의 단절을 상징하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현 정치적 풍경의 근본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한다.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재해석한 대형 작품은 장난감 블록을 매체로 활용해 눈길을 끈다. 고갱의 철학적 질문에 드론과 히로시마 원폭 같은 현대적 요소를 접목시킨 이 작품은 정체성과 재현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담고 있다. 아이 웨이웨이는 이를 통해 현대 미술에서의 디지털화와 픽셀화 탐구를 확장한다.
반 고흐의 ‘까마귀가 있는 밀밭’을 재해석한 작품에서는 까마귀 대신 드론이 등장한다. 이는 예술가의 내면적 혼란과 현대 세계의 혼돈을 교묘하게 연결 짓는다. 역사적 작품의 현대적 변용을 통해 아이 웨이웨이는 과거의 예술이 어떻게 현재의 사회적 도전을 반영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갤러리 하층에 전시된 소형 블록 작품들은 2차원적 표현에서 조각적 표현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특히 ‘장난감 블록으로 고정된 철제 헬멧’은 녹슨 독일군 헬멧을 흰색 블록으로 만든 제단 같은 구조물 안에 배치함으로써, 전쟁과 기억, 시간의 흐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아이 웨이웨이의 이번 전시는 개인적, 정치적, 예술적 내러티브 사이의 연결고리를 탐색하며 인간 경험의 본질적 질문들을 던진다. 그의 작품은 여전히 강력한 사고의 촉매제 역할을 하며, 현대 미술계에서 그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2025년 2월 7일부터 3월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는 아이 웨이웨이의 독특한 시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