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완이 만든 현대 프랜차이즈 영화의 플레이북

페넬로페 H. 프리츠(Penelope H. Fritz)
페넬로페 H. 프리츠(Penelope H. Fritz)
페넬로페 H. 프리츠는 프로필과 전기를 통해 개인의 본질을 포착하는 데 타고난 재능을 지닌 고도로 숙련된 전문 작가입니다. 그녀의 글은 설득력 있고 통찰력이 뛰어나며, 대상에 대한 생생한...
James Wan. By Daniel Benavides from Austin, TX - 13, CC BY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37577826

쏘우, 인시디어스, 컨저링 유니버스로 21세기 공포를 다시 쓰고 아쿠아맨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지휘한 감독—정밀한 장르 공예를 지속 가능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로 바꿔 놓았다.

장르를 넘나드는 흥행 장인의 커리어 청사진
지난 20여 년간 제임스 완은 초저예산 공포와 스튜디오급 블록버스터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IP 중심의 멀티플렉스 시대에 맞게 장르 영화의 부품을 재조립해왔다. 그의 이름은 이제 ‘정밀 설계된 서스펜스, 고개념 월드빌딩, 그리고 관객 반응을 정확히 겨냥한 세트피스’의 보증수표로 읽힌다. 한쪽에는 여러 프랜차이즈의 씨앗이 된 날렵한 공포작들이, 다른 한쪽에는 액션과 슈퍼히어로 대작이 자리한다. 그 사이에서 프로듀서 회사 어토믹 몬스터는 공포를 규모 있게 개발하며 블럼하우스와의 결합 이후 극장·스트리밍을 가로지르는 장르 제작의 표준을 세워가고 있다. 이 글은 완의 커리어를 작품과 프랜차이즈 단위로 추적하며, 그가 어떻게 연출하고 프로듀싱하며 ‘지속 가능성’을 설계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초저예산의 돌파구: 쏘우와 비용 대비 정밀함
완의 장편 데뷔작 쏘우(2004)는 테스트 단편에서 확장된 밀실 스릴러다. 카메라 문법과 편집 리듬, 구조적 반전으로 공포를 증폭시키며 **“촬영 범위를 극도로 압축하고, 영상·사운드 문법으로 공포를 조립하며, 후속편이 자연 발생하는 신화를 심는다”**는 그의 방식이 완성됐다. 쏘우는 즉시 시즌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고, 개념의 정교함이 장기간의 시리즈화와 안정적 수익을 동시에 가능케 한다는 산업적 교훈을 남겼다. 톤·아이코노그래피·세계의 규칙을 엄격히 관리하면, 비용은 낮추고 지속성은 높일 수 있다는 명제는 이후 완의 모든 작업을 관통한다.

실패가 아닌 조정: 데드 사일런스데스 센텐스
쏘우의 성공 직후 내놓은 데드 사일런스(2007)와 데스 센텐스(2007)는 흔히 ‘삐끗’으로 기억되지만, 커리어 관점에서는 연구·개발 단계에 가깝다. 전자는 클래식한 유령의 집 미학과 토템적 소도구에 대한 집착을 연마했고, 후자는 지리적 연속성과 추격 동선을 명확히 그리는 근력 연출을 실험했다. 핵심은 ‘강력한 중심 오브제’를 확보하면 그 자체가 시리즈의 상징이자 마케팅 아이콘이 되어 확장성을 담보한다는 점이다. 이 통찰은 이후 프랜차이즈 운영의 밑그림이 된다.

절제의 재발명: 인시디어스와 PG-13 초자연 공포의 리셋
인시디어스(2010)와 인시디어스 2(2013)에서 완은 노골적 고어 대신 ‘보이지 않는 것’의 공포로 선회한다. 음향 설계와 정적 구도, 프레임 밖의 기척으로 불안을 증폭시키고, ‘더 퍼더’라는 신화를 중심으로 캐릭터·악령·규칙을 모듈처럼 재배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초반 2편을 직접 연출한 뒤에는 프로듀서·쇼러너 역할로 전환해 세계관을 확장했다. 즉, 세계의 문법을 창안하고, 그 규칙을 문서화해 다른 감독들이 운용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자, 완식 프랜차이즈의 운영 모델이다.

공포에서 시스템으로: 컨저링과 공유 유니버스의 탄생
컨저링(2013)은 완을 ‘믿고 보는 공포 연출가’에서 ‘유니버스 설계자’로 도약시켰다. 워런 부부의 실화 케이스 파일을 토대로 ‘발단-조사-대면’의 절차극 엔진을 장착해 속편·전편 어디로든 확장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서 결정타는 조연과 소품을 주인공으로 승격시키는 전략이었다. 애나벨, 더 넌 같은 스핀오프는 톤을 다양화하면서도 ‘컨저링 유니버스’라는 공통 정체성을 유지했고, 본편과 스핀오프를 교차 배치하는 캘린더로 관객 피로를 피했다. 예산 규율·상징 아이콘·연속성 관리가 맞물리며 공포 장르 최상위권의 장수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장르 차선을 바꾸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과 글로벌 액션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에서 완은 ‘공포 전문’의 굴레를 벗고 대형 액션 기계의 조타를 잡는다. 핵심은 지리 감각이 뚜렷한 쇼트 구성, 프레임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추진력, 언어 장벽을 넘어 읽히는 세트피스의 단계적 상승이다. 아부다비 빌딩 점프 같은 장면들은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샷-투-샷 논리로 설득해낸 사례다. 감정선 또한 놓치지 않았다. 위기 속 제작을 완주하며 배우에 대한 따뜻한 작별을 담아냈고, 결과적으로 전 세계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냈다. 이후 완은 여러 세컨드 유닛과 헤비 VFX, 해외 로케이션을 총괄하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선명히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연출가로 신뢰를 얻는다.

오페라적 스케일의 슈퍼히어로 월드빌딩: 아쿠아맨과 속편
아쿠아맨(2018)은 해저 왕국을 단순한 CG 무대가 아닌 **생태계를 갖춘 ‘살아 있는 도시’**로 구현한다. 화려한 색채, 생물·문명의 계보, 명확한 지형 도식은 당대 슈퍼히어로 영화의 관습을 비껴간다. 흥행 성과는 캐릭터의 국제적 존재감을 입증했고, 완은 두 개의 10억 달러급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드문 감독 대열에 올랐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2023)은 형제 서사와 몬스터·크리처 스펙터클을 확장하며 DCEU 마침표를 찍었다. 1편만큼의 기록은 아니었지만, 거대 CG 오케스트레이션과 인간적 정서의 균형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브랜드가 된 프로듀서: 어토믹 몬스터의 부상과 산업적 정렬
연출과 병행해 완은 프로듀서로서의 존재감을 체계화했다. 어토믹 몬스터는 **“비용은 억제하고, 콘셉트는 날카롭게, 프랜차이즈 가능성은 열어둔다”**는 원칙으로 작동한다. 컨저링 스핀오프와 오리지널 공포를 꾸준히 공급하며 파이프라인을 확장했고, 이후 블럼하우스와의 결합으로 감독 주도 개발·모듈형 세계관·초기 단계부터 마케팅 훅을 설계하는 공통 철학을 공유하게 됐다. 극장과 스트리밍을 대립 항이 아니라 전략적 레버로 다루는 태도도 이 연합의 특징이다.

2020년대의 오리지널과 실험: 말리그넌트, 미건 그 이후
말리그넌트(2021)는 지알로와 80년대 보디 호러에 대한 러브레터이자, 호불호를 감수하고도 기억에 남는 이미지를 위해 베팅하는 완의 모험심을 재확인한 작품이다. 프로듀서이자 스토리 오리진으로 참여한 미건(2023)은 개봉 전부터 밈을 양산하며 낮은 예산·높은 회수의 모범을 다시 세웠다. 명확한 훅과 통제된 비용 구조는 속편 가동으로 곧장 이어졌고, 완의 **“인지도는 주목을 부르고, 반복 가능성은 미래를 보장한다”**는 격언을 증명했다.

프랜차이즈 운영의 현재진행형: 인시디어스, 더 넌, 워런 부부의 사건 파일
인시디어스: 빨간 문(2023)은 초기 가족과 신화를 재호명하며, 향수와 연속성을 ‘자기 복제’로 흐르지 않게 다루는 방법을 보여줬다. 더 넌 2(2023)은 악령 수녀의 축을 연장했고, 컨저링 본편 라인은 워런 부부의 케이스 파일을 중심축으로 삼아 유니버스의 결을 유지했다. 본편(앵커)과 스핀오프(서브 브랜드)를 교차 운용하는 ‘캘린더 설계’가 장기 생산성을 담보한다는 점을 다시 입증한 셈이다.

TV·게임·크로스미디어로 확장되는 파이프라인
어토믹 몬스터의 개발 축은 영화 밖으로도 뻗는다. 유니버스 기반의 시리즈 프로젝트와 커뮤니티가 이미 형성된 게임 IP의 영상화가 병행된다. 아이디어는 같고 플랫폼만 다르다. 즉, 지속력이 검증된 콘셉트를 발굴하고, 장르 감각이 뛰어난 감독·쇼러너와 매칭해, 시장 상황에 맞게 확장·축소가 가능한 모듈형 세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는 플랫폼 정책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오늘날 장르 스튜디오의 생존 전략이다. 한편 장편 쪽에서는 뉴 라인과의 모탈 컴뱃 세계관 확장, 나이트 스윔(2024) 같은 중급 예산 공포 라인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진행 중이다.

제임스 완의 연출법: 기술, 리듬, 가독성
완의 영화에는 일관된 문법이 있다. 공간을 조금씩 드러내는 긴 호흡의 트래블링으로 관객이 ‘지도’를 그리게 만든 뒤, 그 지도를 깨뜨리는 순간을 최대로 활용한다. 사운드는 공포의 구두점이자 건축이다. 삐걱임, 오프스크린의 오르골, 보이지 않는 존재의 기류가 시선을 유도하고 신체 반응을 예열한다. 아이코노그래피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꼭두각시의 grinning, 수녀복의 실루엣, 삼지창 같은 상징은 속편과 마케팅을 관통하는 영속 아이콘이 된다. 액션에서는 같은 원칙이 지리의 명료성으로 구현된다. 혼돈이 시작되기 전 위치·방향·거리감을 선명히 박아 넣어 상승의 단계가 ‘자연스러운 필연’으로 체감되게 한다. 그 아래에는 가족·형제·연인의 원형적 감정선이 흐르며, 스펙터클은 그 감정의 증폭 장치로 기능한다.

프로듀싱 철학: 단발성 기적이 아닌 시스템
프로듀서로서 완은 연출가의 규율을 슬레이트 운영에 이식한다. 예산을 ‘위험 허용 대역’ 안에 고정해 평작은 손실 없이, 이변은 수익 극대화로 귀결되게 만든다. 인재 파이프라인도 중요하다. 신예 감독을 기존 라벨(컨저링, 인시디어스 등)에서 먼저 단련시키고, 오리지널로 이동시켜 스타일을 갱신하면서도 브랜드 보이스를 유지한다. 신화는 소프트웨어처럼 버전 관리해 스핀오프가 무리 없이 본편에 접목되게 한다. 마케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설계한다. 복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쇼트, 소품의 극적 등장, 한 프레임으로 인지되는 실루엣 같은 ‘티저 친화’ 모먼트가 그 예다.

스케일의 사례 연구: 분노의 질주: 더 세븐아쿠아맨이 통한 이유
분노의 질주: 더 세븐가속과 이별, 두 감정을 동시에 완주했다. 패러플레인 낙하, 빌딩 점프, 병렬 결투의 교차 편집은 공간을 명료화한 뒤 강도를 한 단계씩 올리는 교본이다. 카타르시스와 운동성이 균형을 이룬다. 아쿠아맨은 다른 축에서 빛난다. 색채·크리처 생태·도시의 논리가 조화해, 이펙트 과부하가 종종 낳는 무중력을 회피했다. 환상이면서도 촉각적이었고, 그래서 세계는 신뢰를 얻었다.

숫자가 말하는 것과 다장르 석권의 희소성
여러 장르에서 지속 가능한 프랜차이즈를 직접 창안한 감독은 드물다. 완의 포트폴리오는 공포 유니버스의 대중 아이콘, 글로벌 액션 시리즈의 레코드, 10억 달러급 슈퍼히어로 세계를 동시에 품는다. 이는 ‘무섭게 하거나, 화려하게만 하는’ 연출가의 초상을 넘어, 타인이 운용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오퍼레이터의 초상에 가깝다. 저자성(시그니처)과 확장성(인프라)의 균형이 그의 내구성을 설명한다.

이제 업계가 따르는 플레이북
완의 영향은 PG-13 초자연 공포의 부흥, 오브제 중심 공포(인형·가면·거울 등)의 프랜차이즈화, 공유 유니버스 운영의 정교화로 가시화됐다. 마케팅에서는 한 컷으로 각인되는 이미지 중심 티저, 리듬 감각을 앞세운 트레일러, 본편·스핀오프의 교차 배치로 피로를 분산하는 캘린더 전략이 보편화됐다. 관심이 희소하고 제작 리스크가 높아진 시장에서, ‘명료하게 설계하고, 반복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며, 신화를 가꾼다’는 완의 모델은 사실상 업계 표준이 됐다.

다음 국면: 스케일, 시너지, 선택과 집중
문학 원작의 확장(더 몽키 등), 게임 세계의 영상화, 기존 라벨의 진화까지—완의 다음 행보는 재창조라기보다 방법의 심화에 가깝다. 어토믹 몬스터–블럼하우스 연합은 **근력과 기동성을 겸비한 ‘장르 스튜디오’**로 기능하며,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파트너·플랫폼을 유연하게 매칭한다. 장편 라인에서는 모탈 컴뱃 후속편, 나이트 스윔 같은 중급 예산 공포의 지속성이 확인되고 있다. 연출가로서 완은 ‘9자리 예산’의 인프라를 다루면서도 장면 가독성과 감정의 접속을 지키는 몇 안 되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공포를 위한 시스템, 스펙터클을 위한 시스템
제임스 완의 커리어는 21세기 장르 영화의 운영 매뉴얼과 닮았다. 냉혹할 만큼 정교한 전제를 세우고, 국경을 넘나드는 이미지·사운드를 디자인하며, 예산을 규율하고, 신화를 모듈화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샷의 명료성·감정의 맥·아이코노그래피를 블록버스터 스케일로 확장하되, 작은 영화에서 통했던 원칙을 배신하지 않는다. 이 방식은 ‘프랜차이즈를 여는 공포’와 ‘기록을 세운 액션’, ‘10억 달러 슈퍼히어로 세계’를 한 사람의 작품군 안에 공존하게 했다. 오늘도 삐걱이는 복도를 따라 숨을 죽이든, 옥상과 바다를 가르는 추격전에 몸을 싣든, ‘제임스 완’이라는 표식은 관객이 앞으로 몸을 숙이게 만드는 정확한 타이밍을 알고 있는 연출가의 자신감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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