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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맘라 리걸 하이’, 인도 사법부의 거대한 정체를 해학적 생존의 기술로 승화시키다

5천만 건의 계류 사건이 만들어낸 관료주의적 마비 상태를 돌파하는 ‘주가드(Jugaad)’ 식 법정 코미디.
Martha O'Hara

인도 지방 법원의 먼지 쌓인 서류 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코미디의 정수는 제도적 실패를 인간적 기지로 치환하는 과정에 있다. 시스템이 멈춘 곳에서 시작되는 이들의 분투는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가장 지적인 방식을 제안한다.

인도 지방 법원은 정의가 실현되는 곳이 아니라, 정의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다. 5천만 건에 육박하는 계류 사건이 쌓여 있는 인도 사법 체계의 현실 속에서, 팟파르간지 지방 법원은 공공의 재앙과 개인적인 평화를 맞바꾼 사람들이 모인 거대한 대기실과 같다. 이 코미디는 시스템의 기능 부전을 무시하는 대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어떻게 불가능한 상황을 견뎌내는지를 관찰한다. 현재의 처리 속도로는 기존 사건을 모두 해결하는 데 324년이 걸릴 것이라는 통계가 있지만, 작품은 그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도 여전히 출근하고, 농담을 던지며, 자신들만의 논리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생존력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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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즌은 이 코미디의 핵심 전제를 더욱 강화하며 주인공 V.D. 탸기를 법복을 입은 판사의 자리에 앉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법망의 모든 빈틈을 이용해 온 변호사 탸기가 이제는 자신이 우회하려 했던 그 제도 자체가 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배우 라비 키샨은 앵무새의 음란죄 혐의와 같은 사소한 사건을 헌법적 쟁점만큼이나 엄중하게 다루며 코미디의 비율을 정교하게 조절한다. 탸기의 억눌리지 않는 본능과 판사라는 직책의 격식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이 시스템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이러한 전개는 코미디의 진정한 주제를 드러낸다. 탸기는 변호사로서 모든 꼼수를 알고 있었기에 유능했고, 이제 판사로서 그는 그 꼼수들이 맞서 싸워야 할 제도 그 자체가 되었다. 작품이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보여주는 진실은 명확하다. 우리가 생존을 위한 천재성이라 부르는 ‘주가드’(임기응변식 해결)가 사실은 이 불가능한 상황을 지속시키는 메커니즘이라는 점이다. 제도는 숙련된 항해사를 파괴하는 대신 그들을 승진시켜 시스템의 일부로 편입시킨다. 법복은 바뀌었지만, 그 안의 농담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정의를 구현하는 법정물은 흔히 ‘사이다’ 같은 쾌감을 선사하는 장르다. 부패한 권력을 응징하거나 법의 허점을 찔러 승리하는 영웅적 서사에 익숙한 한국적 맥락에서 볼 때, 이 작품의 배경인 팟파르간지는 매우 낯설고 당혹스러울 수 있다. 영웅도 빌런도 없이 모두가 기계의 부속품처럼 돌아가는 이 구조는 정의 구현보다는 직장 생존기에 가깝다. 한국의 ‘미생’이나 ‘송곳’이 조직의 부조리를 개인의 고뇌로 풀어냈다면, 이 작품은 그 부조리를 일상의 풍경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실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정의는 멀고 행정은 느리지만, 그 틈새에서 차 한 잔을 나누며 농담을 주고받는 이들의 모습은 한국의 관료주의적 피로감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다.

니디 비슈트가 연기한 수자타 네기는 실제 법학 전공자다운 정밀한 연기로 관료주의적 권태의 정수를 보여준다. 수자타가 제도적 실패를 마주하며 짓는 무심한 표정은 단순히 연출된 아이러니가 아니라, 더 이상 나아질 것을 기대하지 않는 이들의 직업적 기억에 가깝다. 하버드 졸업생 아난냐 슈로프는 대학에서 배운 법학이 팟파르간지의 먼지 낀 현실 속에서 어떻게 통역되어야 하는지를 배우며 성장한다. 그녀는 냉소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정의 사이의 거대한 간극 자체가 이 시스템을 가동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아난냐에게 하버드 학위는 무용지물이 아니며, 단지 현지화가 필요할 뿐이다.

제작진은 실제 인도 하급 법원의 판결 사례들을 코미디의 소재로 활용한다. 앵무새 사건이나 원숭이 습격으로 인한 변호사 파업 같은 에피소드는 허구가 아니라 30년 이상 계류된 실제 사건 목록에서 길어 올린 것들이다. 이처럼 현실의 단편을 코미디로 수확하는 행위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부조리를 인정하게 만드는 가장 솔직한 방식이다. 작품은 인격적인 성취나 도덕적 승리를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시스템이 주는 좌절감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맘라 리걸 하이 시즌 2는 2026년 4월 3일 넷플릭스를 통해 8개의 에피소드가 동시에 공개되었다. 포샴 파 픽처스가 제작하고 라훌 판데이가 연출을 맡았으며, 쇼러너 사미르 색세나의 지휘 아래 현대 인도 디지털 풍자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인디아의 콘텐츠 전략은 이처럼 고도로 지역화된 맥락을 가진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생존과 적응의 문제를 다루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라비 키샨과 니라후아 같은 지역색 짙은 스타들을 한 자리에 모음으로써 인도 대중문화의 에너지를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성공적으로 전이시켰다.

이 코미디가 웃음을 통해 보호하려 하는 것, 그리고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진실은 바로 이것이다. 부서진 시스템 속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노동자들이 역설적으로 그 시스템을 가장 견고하게 지탱하는 안정제라는 사실이다. 탸기가 팟파르간지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 이유는 그가 시스템을 바꾸려 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도 굴러가게 만드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5,500만 건의 대기 사건들은 시스템이 고쳐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 혼돈을 관리해 줄 또 다른 탸기들을 기다리고 있다. 작품은 그를 사랑스럽게 묘사하지만, 그것이 곧 국가적 비극의 일부라는 점은 침묵으로 남겨둔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웃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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