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트리거’, 총기 없는 국가에 혼돈을 불러오다

2025.07.25. 04:39
트리거 - 넷플릭스
트리거 - 넷플릭스

민간인의 총기 소지가 거의 전무한 나라인 대한민국에, 평범한 택배 상자에 담긴 새로운 형태의 공포가 배달된다. 새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는 이 암울한 시나리오를 단순한 범죄의 물결이 아닌, 국가적 재난으로 그린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들이 전국 각지의 문 앞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엄격한 총기 규제를 기반으로 구축된 사회적 약속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 시리즈는 무기 그 자체를 재앙으로 다루며, 권오승 감독이 많은 이들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질문을 던진다. 총기 없는 사회가 갑자기 무장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드라마는 가설이 치명적인 현실이 될 때 벌어지는 혼돈을 탐구하며, 등골 오싹한 액션으로 그 답을 제시한다.

무정부 상태 속 예상치 못한 동맹

이 폭풍의 중심에는 법의 양극단에 서 있지만 점증하는 위기로 인해 운명적으로 얽히게 된 두 남자가 있다. 강도 높은 액션 연기로 정평이 난 배우 김남길은 전직 군 저격수 출신의 경찰 형사 ‘이도’ 역을 맡았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이도는 폭력이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굳은 신념으로, 절제되고 관찰자적인 자세로 법을 집행한다. 그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물이며, 이 내적 갈등이 그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감독은 그의 이름 ‘이도’가 그의 인생이 걸어온 두 갈래의 길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국을 분열시키는 불법 총기의 근원을 추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의 마지못한 파트너는 최근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모호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명성을 쌓은 김영광이 맡은 ‘문백’이다. 문백은 총기 암거래 세계의 핵심 인물로, 자유분방하고 예측 불가능한 겉모습 뒤에 치밀하고 계산적인 속내를 감추고 있다. 장르의 관습을 뒤엎는 전개 속에서, 수사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이도에게 제공하며 긴장감 넘치고 불확실한 동맹을 맺는 인물은 바로 문백이다. 그의 동기는 미스터리에 싸여 있으며, 그의 이름은 위기가 깊어질수록 드러날 힘든 과거와 진정한 본성을 암시한다.

긴장감의 설계자

이 시리즈는 2021년 심리 스릴러 미드나이트로 국제적인 찬사를 받은 권오승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연쇄 살인마와 청각 장애인 여성의 끈질긴 추격전을 그린 이 영화는, 교묘한 사운드 디자인, 빠른 속도의 액션, 그리고 사회적 취약점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권 감독의 재능을 입증했다. 그는 트리거에서도 비슷한 감각을 발휘하여, 액션 스릴러의 틀을 통해 심리적, 사회적 탐구를 시도한다. 권 감독은 이 시리즈가 총격전의 화려함보다는 총을 든 사람들과 그들의 동기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강조했다. 감독이 밝힌 이 시리즈의 핵심 키워드는 ‘공감’으로, 개인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상황을 탐구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선택을 비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결과, 폭력의 매력을 찬양하기보다는 해체하는 경고성 이야기가 탄생했다.

사회의 도덕적 기로

트리거는 서로 연결된 도덕적 우화들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며, 사회의 여러 계층이 갑작스러운 권력의 획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탐구한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엔 방아쇠가 있다”는 태그라인은 다양한 출연진을 통해 깊이 있게 다뤄진다. 길해연은 산재 사고로 아들을 잃고 슬픔에 잠긴 어머니 ‘오경숙’ 역을 맡아, 그녀의 1인 시위가 무기의 등장으로 어떻게 복잡해지는지를 보여준다. 박훈은 자신이 받은 총을 사회적 지위 상승의 ‘기회’로 여기는 범죄 조직의 하급 조직원 ‘구정만’을 연기한다. 우지현은 공무원 시험의 압박에 시달리는 수험생 ‘윤정태’로 분해, 평범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비범하고 위험한 선택에 직면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 인물들은 총의 등장이 현대 사회의 표면 아래에서 들끓는 잠재된 좌절, 슬픔, 그리고 야망을 어떻게 촉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연구 역할을 한다.

현실을 비추는 냉정한 성찰

트리거의 설정은 엄격한 총기법이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이자 공공 안전의 초석인 한국 사회에서 특히 큰 울림을 준다. 민간인의 총기 소유는 사실상 불법이며, 사냥꾼이나 운동선수와 같은 극소수의 예외 경우에도 무기는 지역 경찰서에 보관해야 한다. 심지어 순찰 중인 경찰관조차 일반적으로 무장하지 않는다. 이 시리즈는 이러한 기본적인 안전 보장을 무너뜨리며 뿌리 깊은 문화적 공포를 자극한다. 최근 인천에서 한 남성이 수제 총기를 사용한 비극적인 총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리즈의 공개는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제작진은 팬 이벤트를 취소하며 애도를 표했다. 기자 간담회에서 권오승 감독은 애도를 표하면서도, 드라마의 서사와 실제 비극을 신중하게 구분했다. 그는 이 시리즈가 폭력을 미화하지 않으며, 시청자들이 “한국이 총이 없기 때문에 안전한 나라라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밝혔다. 이 예기치 못한 사건은 시리즈에 엄숙한 분위기를 더하며, 단순한 추측성 소설을 넘어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사회적 논평으로 격상시켰다.

트리거추격자, 늑대소년 등 호평받은 영화들을 제작한 영화사 비단길이 제작한 10부작 리미티드 시리즈다. 모든 에피소드는 2025년 7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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