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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방디’가 밝힌 것: 국가가 없는 곳에서 가족이 버티는 방법

Liv Altman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방디(Bandi)’는 프랑스령 마르티니크를 배경으로 한 11남매의 이야기다. 에리크 로샹(Éric Rochant)과 카퓌신 로샹(Capucine Rochant)이 제작한 이 작품은 가족 드라마이기 이전에 사회적 고발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순간,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르티니크는 프랑스 해외 영토다. 라플뢰르 남매는 법적으로 완전한 프랑스 시민이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이 섬에 본토와 같은 수준의 경제적 보호망을 구축한 적이 없다. 공식 노동 시장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마약 밀매가 채우는 구조는 개인의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빈곤의 결과다. ‘방디’는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룬다.

세 가지 선택, 하나의 현실

11남매는 같은 압박 앞에서 세 가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큰형 킹슬리(Kingsley)는 이미 어머니 생전부터 비공식 경제에서 살아온 현실주의자다. 앙브르(Ambre)는 어머니의 가치관을 지키려는 인물로, 누군가는 선을 지켜야 한다는 믿음으로 버틴다. 그리고 킬리앙(Kylian)이 있다.

킬리앙은 이 시리즈에서 가장 불편한 사회적 진실을 담은 인물이다. 가족이 세상에 내세우는 모범생, 조용하고 성실한 아들이 실은 형보다 훨씬 더 조직적이고 위험한 마약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것은 극적 반전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하나의 논증이다. 합법적 학력과 지하 경제가 서로 반대편 길이 아니라 같은 빈곤에 대한 두 가지 평행한 대응일 때, 가장 규율 잡힌 사람이 반드시 다른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마르티니크를 안에서 보다

출연진 82개 역할 중 75개를 현지 배우가 맡았다. 4,000명 이상의 지원자를 심사한 끝에 선발된 비전문 배우들이 주축이다. 마르티니크 출신 작가 크리스 버턴(Khris Burton)과 지미 라포랄트레조르(Jimmy Laporal-Trésor)는 각본 집필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마티르드 발레(Mathilde Vallet)와 함께 연출도 맡았다. 로샹은 제작 과정에서 현지 시나리오 작가 양성 학교를 무료로 운영하며 지역 목소리를 창작 과정에 직접 통합했다.

이 접근 방식은 한국 사회극의 전통에서도 낯설지 않다. 이창동 감독이 ‘시’나 ‘버닝’에서 보여준 방식처럼, 사회적 조건은 인물의 배경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결정하는 원인 자체다. ‘방디’도 같은 선택을 한다. 마르티니크는 드라마의 배경이 아니다. 결과를 만들어내는 조건이다.

말해지지 않는 것

마약 거래는 가족 안에서 공개적으로 논쟁된다. 그러나 결코 말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프랑스 국가가 이 11명의 아이들에게 지고 있는 빚이다. 그것을 말한다고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월세는 밀려 있고, 동생들은 먹어야 한다. 그래서 남매 간의 도덕적 충돌은 철저히 가족 충성심의 언어로만 전개되고, 정치적 요구의 언어로는 단 한 번도 표현되지 않는다.

‘방디’가 답하지 못하는 질문이 있다. 가족 드라마가 결코 답할 수 없고, 오직 그것을 만들어낸 사회 조건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이 11남매의 유대가 각자가 같은 위기에 다르게 반응한 분열을 견뎌낼 만큼 강한가. 아니면 그 분열 자체가 진짜 위기이고, 어머니의 죽음은 단지 그 계기였을 뿐인가.

‘방디’는 2026년 4월 9일부터 넷플릭스에서 8부작으로 공개된다. 에리크 로샹과 카퓌신 로샹이 제작하고, 지미 라포랄트레조르와 마티르드 발레가 연출을 맡았으며, 모이(Maui Entertainment)가 넷플릭스를 위해 제작했다. 마르티니크에서 전편 촬영된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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