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정복한 팝스타: 넷플릭스의 친밀한 새 다큐멘터리 ‘랄리: 시간을 이기며’ 집중 조명

랄리: 시간을 이기며
Alice Lange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라틴 아메리카 팝 생태계에서 ‘long-run(롱런)’은 가장 희귀한 가치다. 업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 젊은 것, 입소문을 타는 것에 목말라하며, 어제의 우상을 종종 잔인할 정도로 빠르게 폐기하곤 한다. 하지만 마리아나 “랄리” 에스포시토(Mariana “Lali” Espósito)는 이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만들었다.

이번 주 목요일(12월 4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는 다큐멘터리 ‘랄리: 시간을 이기며(Lali: La que le gana al tiempo)’를 통해 이 아르헨티나 슈퍼스타는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확고한 성명서를 내놓는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승리의 기록이라기보다, 20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에 대한 면밀한 법의학적 조사에 가깝다.

그녀의 친동생인 라우타로 에스포시토(Lautaro Espósito)가 감독 데뷔작으로 연출을 맡은 이 74분짜리 장편 다큐멘터리는 전성기를 구가하는 아티스트의 날것 그대로이자 역동적이며, 놀랍도록 철학적인 초상을 그려낸다. 팬데믹으로 인한 강제 휴식기 이후 무대로 복귀하는 과정부터, ‘아르헨티나 팝의 여왕’이라는 입지를 공고히 한 호세 아말피타니 경기장(벨레스 사르스피엘드) 전석 매진이라는 역사적인 공연까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3년의 시간을 포착했다.

친밀함의 시선: 가족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유명인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종종 과도한 연출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투어 티켓을 팔거나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해 잘 다듬어진 브랜드 홍보물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랄리: 시간을 이기며’는 제작을 가족 안에서 해결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영리하게 피해 간다. 라우타로 에스포시토 감독의 선택은 영화의 내러티브를 이끄는 핵심 엔진이 되었다. 남매 사이에는 카메라가 포착할 수는 있어도 절대 침범할 수 없는 무언의 유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는 대중의 시선에 매우 익숙해진 채로 자랐어요.” 영화 초반, 랄리는 내레이션을 통해 이렇게 회상한다. “어느 순간 그 대중적인 캐릭터가 결국 자신을 가두게 되고, 나중에는 그게 나의 전부라고 믿게 되는 순간이 오죠.”

라우타로의 카메라는 외부 감독이라면 편집했을 법한 공간들에 머무른다. 우리는 스팽글 드레스를 입은 ‘디바’ 랄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야망이 주는 엄청난 압박감과 씨름하는 인간 마리아나, 즉 누군가의 여동생이자 딸, 그리고 보스인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음악 평론가들이 주인공을 칭송하는 뻔한 ‘인터뷰(talking heads)’ 형식을 배제한다. 대신 에스포시토 가족의 내부 역학 관계와 ‘랄리 주식회사(Lali Inc.)’라는 거대 머신을 움직이는 끈끈한 팀에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물은 홍보 도구라기보다 마치 거대한 스케일의 홈비디오처럼 느껴진다. 만약 당신의 홈비디오에 화려한 폭죽과 스타디움급 물류 시스템, 그리고 수백만 명의 환호가 담겨 있다면 말이다.

[벨레스 사르스피엘드 경기장에서 공연하는 랄리 에스포시토의 이미지]

벨레스로 가는 길: 정상을 향한 등반

다큐멘터리의 서사적 뼈대는 아르헨티나 팝 공연의 규모를 재정의한 “디시플리나 투어(Disciplina Tour)”다. 하지만 영화는 최종 목적지인 ‘호세 아말피타니 경기장’의 중요성을 맥락화하는 데 공을 들인다.

해외 관객들에게 “벨레스(Vélez)에서 공연한다”는 것의 의미는 설명이 필요할지 모른다. 아르헨티나에서 이 경기장은 스피네타(Spinetta)나 찰리 가르시아(Charly García) 같은 현지 전설들, 혹은 거물급 해외 록 스타들에게만 허락된 성지나 다름없다. 여성 팝 아티스트가 이곳을 대관하고 매진까지 시킨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 랄리는 아르헨티나 여성 최초로 단독 공연으로 이를 달성하며, 완벽한 고음의 힘으로 유리천장을 산산이 조각냈다.

다큐멘터리는 이 정도 규모의 쇼를 준비하기 위해 요구되는 뼈를 깎는 신체적 준비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우리는 극한의 피로, 강제적인 성대 휴식, 제작 과정의 위기, 그리고 가장 노련한 공연자들조차 괴롭히는 불안감을 목격한다. 4년 만의 라이브 무대 복귀가 랄리에게 보장된 승리는 아니었다. 영화는 무대 위에서 보이는 그녀의 자신감이 수없는 리허설 시간을 통해 단련되고 구축된 갑옷임을 보여주며 극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고조시킨다.

사운드 디자이너 올리베리오 두할데와 가스톤 바렘베르그가 믹싱한 콘서트 영상은 5만 관중의 함성 속으로 관객을 몰아넣으며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하지만 가장 강렬한 드라마는 막이 오르기 전 정적 속에서 펼쳐진다. 역사를 새로 쓴다는 무게감이 그녀의 어깨 위에 고스란히 내려앉은 그 순간 말이다.

“파나티코(Fanático)”와 한 세대의 목소리

영화는 투어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랄리가 활동해 온 정치적, 문화적 맥락과 분리될 수 없다. 최근 정치적 공격과 아르헨티나 현 정부에 대한 대응으로 널리 해석되는 그녀의 히트곡 “파나티코(Fanático)”의 발매는 다큐멘터리의 주제 전반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영화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었던 아역 스타에서 여성 인권, LGBTQ+ 커뮤니ティ, 문화 지원 등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옹호자로 변모한 랄리의 진화를 회피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뒤따르는 거센 반발과 대중의 지지를 동시에 포착한다.

한 가슴 뭉클한 시퀀스에서 영화는 그녀의 최근 작곡 뒤에 숨겨진 영감을 탐구한다. 여기에는 “사자를 사냥해 본 사람은 쥐 떼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날카로운 가사도 포함된다. 3년에 걸쳐 촬영된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편집 과정에서 그녀의 성격에 새롭게 더해진 날카로운 면모들이 이야기에 매끄럽게 녹아들었다. 이는 더 이상 “입 다물고 노래나 부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 팝스타의 초상을 그려낸다. 이러한 변화는 그녀 성숙함의 일부로, 단순히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책임감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묘사된다.

시간을 이긴 소녀

원제(La que le gana al tiempo)는 단순히 그녀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업계에서 그녀가 보여준 불가능에 가까운 생명력에 대한 찬사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제작진은 가족의 기록 보관소를 열었다.

다큐멘터리 곳곳에는 지금껏 공개된 적 없는 홈비디오들이 삽입되어, 스타디움을 정복한 현재의 모습과 예술가를 꿈꾸던 어린아이 시절을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결의에 찬 어린 피겨 스케이팅 선수 랄리의 모습은 감독이 감동적인 효과를 위해 사용한 시각적 은유다.

[어린 시절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랄리 에스포시토의 이미지]

크리스 모레나(Cris Morena)의 스타 사관학교(드라마 린콘 데 루스(Rincón de Luz), 카시 앙헬레스(Casi Ángeles) 등)에서 초기 연기 경력을 쌓아가는 사춘기 이전 랄리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녀의 현재 직업윤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맥락을 제공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아역 스타들에게 잔인하기로 악명 높으며, 성인 아티스트로의 전환은 수많은 커리어의 무덤이 되곤 한다. 다큐멘터리는 랄리의 생존이 운이 아니라, 그녀를 과거의 시간에 가두려 했던 제작자들의 기대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우선시하려 했던 일련의 어렵고 의도적인 선택들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라틴 팝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시대

넷플릭스는 ‘랄리: 시간을 이기며’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고품질 음악 다큐멘터리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지역 아이콘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최근의 성공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랄리의 영화는 그 톤(tone)에서 차별화된다. 명성을 다룬 많은 다큐멘터리에 깔린 비극적인 저류가 여기에는 없다. 대신, 이것은 주체성(agency)에 관한 이야기다.

레이 픽처스(Rei Pictures), 엘 에스튜디오(El Estudio), 시네마티카(Cinemática)가 제공한 제작 퀄리티는 세련되고 영화적이며, “Disciplina”나 “N5″와 같은 랄리의 뮤직비디오가 보여준 화려한 미학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러면서도 핸드헬드 카메라로 담아낸 백스테이지의 혼란스러운 모습들이 편집 호흡 사이에 살아 숨 쉬게 함으로써, 아티스트의 정신없는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번 주 ‘랄리: 시간을 이기며’가 넷플릭스에 공개되면, 수년간 그녀의 쇼를 보기 위해 밤샘을 마다하지 않았던 팬덤 ‘랄리타스(Lalitas)’들이 의심할 여지 없이 열광적으로 이 작품을 소비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팬덤을 넘어선다. 이것은 꿈을 이루기 위한 대가, 그리고 무자비하게 흐르는 시간에 관한 보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원한 대로 살지는 않겠어요.” 예고편에서 랄리는 이렇게 선언한다. 이는 그녀의 전체 커리어를 관통하는 슬로건이 될 수 있는 말이다.

그녀가 벨레스를 정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단순히 가수가 고음을 내지르는 것을 보는 게 아니다. 우리는 한 여성이 자신의 서사를 한 박자 한 박자 되찾아가는 과정을 목격하는 것이다. 평생을 명성의 시계와 경주하며 살아온 아티스트에게, 이 다큐멘터리는 그녀가 단지 시간을 이긴 것이 아니라, 시간을 지배했음을 증명한다.


작품 정보: 랄리: 시간을 이기며

  • 스페인어 원제: Lali: La que le gana al tiempo
  • 공개일: 2025년 12월 4일
  • 플랫폼: 넷플릭스 (전 세계)
  • 감독: 라우타로 에스포시토
  • 제작: Rei Pictures, El Estudio, Cinemática
  • 러닝타임: 74분
  • 주요 출연: 랄리 에스포시토, 라우타로 에스포시토, Disciplina Tour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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