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본햄스 그리스 미술 경매: 화가 콘스탄티노스 파르테니스는 가브리엘에게 백합 대신 리라를 쥐여 줬다

파르테니스의 '수태고지'에서 바뀐 단 하나의 상징물이 근대 그리스가 스스로를 어떻게 그렸는지를 묻는 186점 파리 경매를 요약한다
Lisbeth Thal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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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수태고지’에서 대천사 가브리엘은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을 들고 온다. 그러나 콘스탄티노스 파르테니스의 「수태고지」(L’Annonciation)에서 그가 든 것은 리라다. 바뀐 이 물건 하나가 장면을 복음서에서 아폴론 쪽으로 끌어당기고, 화가가 평생 밀고 나간 주장을 압축한다. 근대 그리스 미술은 고전 고대를 버리지 않고도 유럽 모더니즘의 언어로 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옅고 투명한 색채로, 고요하고 꿈결 같은 공간 속에 그려진 이 작품이 본햄스가 파리에서 여는 ‘그리크 세일(Greek Sale)’의 맨 앞에 선다.

본햄스의 아테네 협력사 아트 엑스퍼티즈와 함께 꾸린 이번 경매는 19세기 말부터 동시대까지 186점을 모았고, 인상주의와 모더니즘, 민속 전통, 비잔틴 부흥을 두루 아우른다. 발표에서 아트 엑스퍼티즈의 테릅시호리 앙겔로풀루 디렉터는 이 파르테니스 작품을 지금까지 경매에 나온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으며, 유럽의 근대 정신과 그리스의 오래된 전통을 화해시키려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본햄스는 여기서 구스타프 클림트와 모리스 드니, 상징주의의 흔적을 읽어 낸다. 추정가는 25만~35만 유로다.

Constantinos Parthenis painting Annonciation in turquoise and pale tones, with the lyre of the Archangel Gabriel
Constantinos Parthenis, L’Annonciation. Image: Bonhams

다른 주요 작품들은 그리스 화가들이 같은 질문에 얼마나 다르게 답했는지를 보여 준다. 페리클리스 판타지스의 「마르세유의 등대」(Le phare de Marseille)는 짧은 생애의 말년인 1881년 무렵 그려졌는데, 낮게 깔린 회색 하늘과 우윳빛 물, 하얀 등대, 붉은 돛을 단 고깃배로 이루어진, 거의 날씨 그 자체인 그림이다. 본햄스는 이 작품을 쿠르베의 사실주의에서 마네와 부댕의 밝은 붓질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소개하며, 1882년 앤트워프 살롱(Salon d’Anvers)에서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옆에 처음 걸렸다고 전한다. 추정가는 10만~15만 유로다.

포티스 콘토글루의 「세례」(Le Baptême)는 반대 방향, 비잔틴으로 돌아갔다. 아토스산을 방문한 직후인 1923년에 그린 이 작품은 훗날 그를 근대 그리스 비잔틴 회화의 대표적 부흥자로 만든 이콘 언어의 초기 선언 가운데 하나이며, 고향 소아시아의 기억이 함께 녹아 있다. 추정가는 마찬가지로 10만~15만 유로다.

가장 강력한 묶음은 레스보스섬의 독학 화가 테오필로스 하지미하일의 작품들이다. 「아나톨리(일출)」(추정가 6만~8만 유로)는 떠오르는 해와, 고대 코레상으로 의인화된 해를 나란히 놓는다. 「레스보스의 마을」(Village à Lesvos, 4만~6만 유로)은 목동과 염소, 소, 일하는 사람들로 언덕 비탈을 가득 채운다.

Theofilos Hadjimichael painting Village a Lesvos, a rural scene with shepherds, goats, cattle and village houses on Lesbos
Theofilos Hadjimichael, Village à Lesvos. Image: Bonhams

이 밖에도 야니스 차루히스의 「청년」(Jeune homme, 7만~9만 유로)은 고전적 균형을 지닌 그의 남성상으로 돌아가고, 알렉시스 아크리타키스는 「Quatre histoires」(4만~6만 유로)와 최근 재발견된 「Rede in dem irrsinn der dich befallen hat」(10만~15만 유로)로 이름을 올렸다. 후자는 1969년 베를린 전시에 나왔던 작품이다. 그리스 여성 작가에게 할애된 섹션에는 소피아 바리의 청동 조각 「마드무아젤」(3만5000~5만 유로)과 크리사의 1977년 종이 작품 「Calligraphy I」(1만2000~1만8000 유로)이 포함됐다.

전체 출품작은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아테네 아말리아스 대로 36번지에서, 엄선된 작품은 11월 14일부터 17일까지 파리 본햄스(6 avenue Hoche)에서 공개된다. 경매는 11월 18일 수요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 낙찰가가 어떻든 리라는 스스로 논증한다. 파르테니스는 그리스 문명이 한 번도 끊긴 적이 없다고 믿었고, 그 믿음대로 천사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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