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괴즈데 일킨의 가족 시트가 마을 여성을 기억하는 파도로

Lisbeth Thal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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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시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 가족의 역사를 간직한다. 빨리고, 기워지고, 대물림되면서 출산과 열병, 평범한 밤들을 어떤 장부도 흉내 낼 수 없는 방식으로 흡수한다. 이스탄불의 작가 괴즈데 일킨은 바로 이 전제 위에 작업 세계를 쌓아 왔다. 주워 온 식탁보와 커튼, 시트 위에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을 하는 방식이다.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를 위한 새 커미션 작품은 이 작업을 대서양 끝자락까지 밀고 간다. 바틱으로 염색한 오래된 가족 침대 시트를 철사로 구부려 전시실 공중에 매달린 파도로 만들었다.

《자신의 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Those Who Remember Their Births)은 조각과 회화, 자수로 이뤄진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으로, 일킨이 콘월의 이 작은 도시에서 두 차례 레지던시를 거치며 발전시켰다. 테이트는 작가가 해안선을 살아 있는 아카이브로 읽게 됐다고 설명한다. 파도와 바람, 조수가 끊임없이 땅을 다시 쓰고, 지질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가 서로 겹쳐 접히는 곳이라는 것이다. 매달린 형체들은 물처럼 일렁이도록 빚어졌고, 물감과 자수로 채워진 그 주름은 이야기를 담는 표면이 된다.

Tate St Ives above Porthmeor Beach seen across the Atlantic swell
Porthmeor Beach and Tate St Ives from the sea. Photo: Lewis Clarke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결정적인 선택은 그 주름에 누구의 이야기를 담느냐였다. 일킨은 어업과 광업, 섬유 생산 노동으로 마을의 사회와 산업을 일군 세인트아이브스 여성들의 기록 사진을 바탕으로 작업했고, 식물과 돌, 해안선에서 가져온 모티프로 그들을 엮어 냈다. 대부분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세인트아이브스, 곧 이 미술관이 들려주기 위해 세워진 모더니즘 미술의 도시를 조용히 바로잡는 시도이기도 하다. 여기서 마을의 역사를 짊어진 이들은 문자 기록에 좀처럼 남지 못한 여성들이며, 일킨은 바로 그 빈자리를 가정의 천이 메울 수 있다고 믿는다.

작품은 처음부터 협업을 전제로 설계됐다. 일킨은 세인트아이브스의 섬유 작가 조 매킨토시, 지역 참여자들과 함께 가족사와 지역의 지혜를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고, 인근 해변에서 모은 돌을 감쌀 덮개에 함께 수를 놓았다. 그 돌들은 지금 설치 작품 안에 놓여 있다. 이 방식은 귈친 악소이, 야세민 누르와 함께 이스탄불의 이니셔티브 아틀 쿤스트(Atıl Kunst)를 공동 운영했고, 파리의 PARIS-B에서 카이로의 집섬 갤러리, 파리 근교의 MAC/VAL 미술관까지 개인전을 이어 온 작가에게 잘 어울린다.

이번 커미션은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와 튀르키예 작가를 지원하는 이스탄불의 비영리 기관 SAHA가 함께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및 커미션 프로그램’의 다섯 번째 장으로, 부르착 빙굘, 헤라 뷔윅타시츠얀, 잔수 차카르, 아흐메트 도우 이페크의 뒤를 잇는다. 기획은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관장 앤 발로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다라 매켈리곳과 함께 맡았다.

《괴즈데 일킨: 자신의 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포스미어 해변의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에서 2026년 10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7일까지 열린다. 개막일에는 일킨의 작가와의 대화가 입장권만으로 무료로 진행되며, 짧은 페이퍼백 출판물이 전시와 함께 나온다. 테이트 회원은 무료로 입장하고, 16~25세 관람객은 테이트 컬렉티브를 통해 £5에 입장할 수 있다. 콘월 주민은 바버라 헵워스 미술관 및 조각 정원까지 이용할 수 있는 연간 패스를 £10에 구입할 수 있다.

창문이 파도를 향해 열린 미술관에 이 작품은 더없이 어울리는 뒤집기다. 바다가 실내로 들어온다. 그것도 한때 누군가의 침대를 덮었던 시트로 만들어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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