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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 할리우드의 나이 차별을 겨눈 잔혹한 풍자

Veronica L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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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 무어(Demi Moore)의 등에서 갈라진 틈이 기괴한 출산 장면처럼 벌어지고, 그 안에서 더 젊고 아름다운 또 다른 자신이 쏟아져 나온다. 코랄리 파르자(Coralie Fargeat) 감독의 The Substance가 시작부터 visceral한 감각을 앞세우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신체 공포물이 아니다. 은유를 현실의 살로 빚어 할리우드의 나이 차별과 젊음에 집착하는 사회를 정면으로 찌른다. 첫 장면부터 이 작품은 허영과 절망의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거침없이 파고들겠다고 선언한다.

데뷔작 Revenge에서 잔혹하고 양식화된 폭력을 능숙하게 다뤘던 파르자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초현실적으로 사실적인 특수효과를 한층 밀어붙인다. 영화에 쓰인 무대용 가짜 피 2만1천 리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기괴한 아름다움을 떠받치는 생명줄이다. 수(마거릿 퀄리(Margaret Qualley))가 훔친 안정화 용액을 주사한 뒤 피를 흘리는 장면은 그저 유혈 낭자한 볼거리가 아니다. 젊음을 훔친 대가를 몸으로 보여주는, 생생하고 내밀한 순간이다. 보철 분장과 전신 슈트, 퍼펫이 빚어낸 악몽 같은 세계에서 노화는 그저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다. 저주이자 몸이 자기 자신에게 맞서는 물리적 반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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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는 엘리자베스의 절박함과 자기혐오를 꾸밈없는 취약함으로 담아내며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어둑한 병실에서 괴물 같은 아이를 보살피는 기괴한 어머니처럼 젊은 자신을 먹이는 장면은 오래도록 섬뜩한 여운을 남긴다. 늙어가는 몸을 움켜쥐는 손짓, 수에게 다시 바뀌어 달라고 애원할 때 떨리는 목소리까지, 이 순간들은 강렬하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상황에서도 깊은 감정을 표현해내는 무어의 역량이 빛난다. 한편 퀄리는 수의 자신감과 쾌락주의를 매혹적인 에너지로 구현해, 그녀가 스타덤에 오르는 일이 필연처럼 느껴지게 한다. 두 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부조리를 단단히 붙들며, 작품을 어두운 동화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정체성과 사회적 압박을 경고하는 우화가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강점은 공포 장르에서 흔히 주변부로 밀려나는 주제를 거리낌 없이 파고드는 데 있다. 파르자 감독의 페미니즘적 시선은 Carrie나 Rosemary’s Baby처럼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다른 공포영화와 The Substance를 구분 짓는다. 여기서 괴물은 외부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압박을 내면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영화의 풍자는 구체적인 순간에 뿌리를 내릴 때 가장 날카롭다. 하비(데니스 퀘이드(Dennis Quaid)가 비웃듯 무어를 해고하는 장면이나, 수의 방탕한 밤과 엘리자베스의 쇠락이 나란히 놓이는 대목이 그렇다. The Substance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바로 이런 장면들이다. 공포를 이용해 화려한 셀러브리티 문화의 표면 아래 숨은 추악함을 드러낸다.

물론 The Substance에도 약점은 있다. 엘리자베스와 수가 번갈아 삶을 이어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2막의 리듬이 흔들린다. 파르자 감독의 풍자는 구체적인 순간에 뿌리내릴 때 가장 효과적이지만, 때때로 영화가 자기 은유에 발목을 잡힌다. 노화와 정체성이라는 주제는 강렬하지만, 좀 더 섬세하게 다룰 여지도 있었다. 기괴한 이미지에 의존하는 방식이 때로는 작품의 더 깊은 메시지를 가려, 관객에게 불편함만 남기기도 한다. 그 불편함이 언제나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The Substance는 50세가 넘은 여성을 내치는 업계에서 ‘완벽하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대담하고 거침없이 탐구한다. 난잡하고 기괴하며 깊은 불안을 자아내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다. 실제 특수효과와 초현실적 사실주의를 향한 집념은 환상적이면서도 섬뜩할 만큼 현실적인 세계를 만들어낸다. 파르자 감독의 연출은 타협이 없다. 가장 불쾌한 순간에 카메라를 머물게 하는 임상적인 정밀함이 장면의 충격을 한층 키운다.

정체성에 대한 탐구도 특히 흥미롭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한 사람을 이루는 두 조각으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각자의 욕망과 두려움을 지닌 별개의 존재가 된다. 이제 성공한 TV 진행자가 된 수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며 경이로운 듯 얼굴을 어루만지는 장면은 두 사람의 분리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순수한 공포의 순간이다. 수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만, 거울 속 여성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정체성과 자기 인식이라는 주제는 이야기 전반에 반복되는 ‘분신’의 모티프를 통해 한층 강조된다. 두 모습으로 나뉜 엘리자베스부터 쇠락을 비추는 거울상까지, The Substance는 시각적 서사를 활용해 중심 주제를 부각한다.

영화의 페미니즘적 시선도 주목할 만하다. 나이 든 여성이 등장하는 많은 공포영화가 그들의 쇠락이나 피해자성을 부각하는 것과 달리, The Substance는 한층 복합적인 시각을 내놓는다. 엘리자베스는 처한 상황의 피해자에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 몰락을 부르는 선택을 하는 복잡한 인물이다. 영화는 그녀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를 피하지 않고 보여주면서도, 그녀를 공감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공포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나이 든 여성의 모습이다. 괴물도 피해자도 아닌, 온전한 인간으로 그려지는 인물이다.

The Substance는 셀러브리티 문화의 어두운 면을 파고든다는 점에서도 돋보인다. 젊음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업계를 겨냥할 때 영화의 풍자는 특히 효과적이다. 나이를 이유로 엘리자베스를 내치는 하비의 행동은 할리우드의 나이 차별을 잔인하게 꼬집는다. 엘리자베스를 외면했던 바로 그 업계가 수를 반기는 모습은 젊음만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산업의 위선을 드러낸다.

실제 특수효과 역시 이 영화의 두드러진 장점이다. CGI가 지배하는 시대에 초현실적으로 사실적인 실물 효과를 고집한 파르자 감독의 선택은 신선하다. 보철 분장과 전신 슈트, 퍼펫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한 감각을 만들어 관객을 영화의 악몽 같은 세계에 끌어들인다. 무대용 가짜 피도 몰입감을 더한다. CGI로는 따라가기 힘든 즉각성과 강렬함을 장면에 불어넣는다.

다만 기괴한 이미지에 기대는 방식은 때때로 지나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이미지가 강렬한 효과를 낸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간혹 영화의 더 깊은 주제를 가리기도 한다. 엘리자베스와 수를 번갈아 오가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2막의 속도감이 처지는 점도 아쉽다. 이 대목들을 조금 더 다듬었다면 영화의 추진력을 유지하고 관객의 집중을 붙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약점에도 The Substance는 정체성과 노화, 사회적 압박을 강렬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관객의 시선을 요구하고, 불편함을 안기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무어와 퀄리의 뛰어난 연기는 영화의 부조리를 감정적 진실에 단단히 뿌리내리게 한다. 파르자 감독의 연출은 타협이 없다. 가장 불쾌한 순간에 카메라를 머물게 하는 임상적인 정밀함이 장면의 충격을 한층 키운다.

The Substance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마주할 준비가 된 관객을 위한 영화다.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충분히 보람 있는 경험을 안긴다. 주류 영화가 좀처럼 다루지 않는 주제를 파고들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적 시선과 노화를 거침없이 그려낸 방식은 이 영화를 공포 장르에서 단연 돋보이게 한다.

결국 The Substance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영화다. 심장이 약하거나 쉽게 불쾌감을 느끼는 관객에게는 힘겨울 수 있지만, 너무 자주 외면당하는 주제를 강렬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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