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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도 꽃이 핀다〉: 고난 속에서 빛나는 씨름의 거친 생명력

Veronica L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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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투성이가 된 낡은 씨름화 한 켤레를 카메라가 오래 비춘다. 황량한 거산군 들판에는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이것이 원유정 감독의 한국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의 첫 장면이다. 전통 씨름을 배경으로 드라마와 코미디, 미스터리를 한데 엮어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씨름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지만 은퇴를 눈앞에 둔 김백두(장동윤)가 있다. 고향 친구 오유경(이주명)과 재회하면서 그의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오유경은 어려움을 겪는 씨름단의 운영팀장이 된다. 윤종석, 김보라, 이재준, 이주승이 함께 출연해, 레슬링 선수만큼이나 단단한 꿈을 품은 이들이 살아가는 마을에서 청춘의 고비를 헤쳐 나간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방영된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흔히 대중적인 스포츠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는 씨름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씨름의 역동적인 몸싸움과 전략을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담아내 매 경기를 긴장감 넘치고 가슴 졸이는 승부로 만든다. 씨름 장면은 단순한 액션 시퀀스에 그치지 않는다. 인물들의 감정과 그들이 걸고 있는 승부를 드러내도록 세밀하게 구성돼 있다.

장동윤은 백두 역을 맡아 인물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씨름을 향한 열정과 현실적인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는 선수의 모습은 공감대를 자아내면서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주명은 오유경 역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씨름단 운영을 맡은 인물에게 여러 겹의 복합성을 더한다. 백두와 오유경의 호흡은 말하지 못한 긴장감과 함께 쌓아온 과거가 어우러져 시청자의 몰입을 이끄는 작품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의 코미디는 안정적으로 살아난다. 특히 백두와 절친 조석희(이주승)가 주고받는 대화가 그렇다.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말씨름은 가벼운 웃음을 더하며 이야기의 진지한 분위기를 적절히 풀어준다. 윤종석과 김보라를 비롯한 조연진도 기억에 남는 연기를 선보이며 서사에 깊이를 보탠다.

그러나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전개 속도와 이야기의 초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씨름단을 살리려는 중심 줄거리가 여러 곁가지 이야기 사이에서 흐려질 때가 적지 않다. 주미란(김보라)처럼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인물의 서사는 전체 이야기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문을 남긴다. 미스터리 요소는 흥미롭지만 끝까지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때로는 이야기의 추진력을 뒷받침할 깊이와 짜임새가 부족한 채 덧붙여진 듯한 인상을 준다.

여러 장르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인상적이지만, 결과적으로 매끄러운 시청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미치지 못한다. 몇몇 회차는 긴장감이 부족해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한 장면이라기보다 분량을 채우는 대목처럼 느껴진다. 특히 미스터리 요소는 중심 서사에 더 긴밀하게 녹여냈다면 이야기의 통일감과 흡인력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스포츠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을 들여다보고 싶은 시청자에게 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씨름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고 인물들의 개인적인 여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는 몇 가지 아쉬움에도 충분히 볼 만하다. 드라마와 코미디, 미스터리가 독특하게 어우러지지만 모든 요소가 똑같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다른 한국 드라마와 비교하면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씨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반면 SKY 캐슬이나 빈센조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서사의 응집력과 인물의 성장 과정은 다소 부족하다. 여러 장르를 한데 엮으려는 야심은 돋보이지만, 결국 매끄러운 시청 경험을 완성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아쉬운 점에도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씨름의 세계와 인물들이 걸어가는 개인적인 여정을 설득력 있게 들여다본다. 스포츠를 진정성 있게 그린 작품, 그리고 청춘이 겪는 고난을 담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공감할 만한 드라마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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