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2026, 엔젤은 돌아왔지만 ‘엔젤 계약’은 없다

엔젤을 없앤 지 5년, 빅토리아 시크릿이 YouTube 오디션 쇼로 새 엔젤을 뽑는다. 우승자는 날개와 모델 에이전시 계약을 얻는다. 한때 그 칭호에 따라오던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Molly Se-kyung
Google에서 추가하기

빅토리아 시크릿은 한때 엔젤이 더는 이 시대의 문화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Culver City의 스튜디오 부지에서 무료로 중계되며, 브랜드가 새 엔젤을 지명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리도록 짜였다. 새 엔젤은 공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되고, 그 과정은 YouTube 다큐 시리즈로 촬영됐다.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판타지 브라(Fantasy Bra)도 여덟 해 만에 런웨이로 돌아온다. 날개는 사실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지금 돌아오는 것은 이름이다.

본지의 해석은 이렇다. 이번 귀환은 진짜이면서 동시에 전환이다. 엔젤은 원래 직업이었다. 계약을 맺은 전속 모델로서 캠페인의 얼굴을 맡았고, 몇몇 여성에게는 막대한 부를 안겨줬다. 새 엔젤은 보면서 바로 쇼핑할 수 있는 오디션 쇼의 끝에 주어지는 상이고, ‘누구나 엔젤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말 그대로 YouTube 영상 필터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후광은 남기고 급여는 덜어냈다. 스캔들은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이고, 관객도 쇼를 그렇게 봐야 한다.

이 문제가 런웨이 밖에서도 중요한 이유는 재생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이 이 기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라이브 중계에는 상품 태그가 붙고,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태그한 상품으로 수수료를 번다. 디지털 날개를 달고 자기 모습을 찍는 팬은 브랜드가 예전엔 슈퍼모델에게 돈을 주고 맡기던 마케팅을 대신하고 있다. 판타지는 한때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제는 참여하는 것이고, 참여에는 결제 버튼이 따라온다.

‘문화적 의미 없다’에서 공개 오디션으로

반전은 향수에 젖은 보도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날카롭다. 2021년 당시 최고경영자 마틴 워터스(Martin Waters)는 뉴욕타임스에 회사가 시대를 잘못 읽었다고 털어놨다. “세상이 변하고 있을 때 우리는 대응이 너무 느렸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갔다. “남성이 원하는 것에 맞추는 일을 멈추고 여성이 원하는 것에 맞춰야 했다.” 엔젤의 자리는 VS Collective가 대신했다. 메건 래피노, 프리양카 초프라 조나스, 에일린 구, 팔로마 엘세서, 발렌티나 삼파이우 등이 참여한 앰배서더 그룹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워터스는 엔젤이 더는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존재라고 보지 않았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던 쇼는 이미 그 전에 멈춘 상태였다. 마지막 무대는 2018년이었다. 그해 모회사의 최고마케팅책임자였던 에드 라젝(Ed Razek)은 Vogue 인터뷰에서 좁은 미의 기준을 옹호했고, 이 발언은 브랜드 평판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E! News는 2019년 쇼가 브랜드가 다른 시대에 갇혀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취소됐다고 전한다. 쇼는 2024년 뉴욕에서 부활해 타이라 뱅크스가 피날레를 이끌었고, 2025년에도 뉴욕에서 열렸으며, 올해는 로스앤젤레스로 무대를 옮긴다. 이 도시에서 쇼가 열리는 것은 20년 가까이 만이다.

새 엔젤은 브랜드가 Angels Among Us라고 이름 붙인 과정에서 나온다. WWD에 따르면 10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최종 후보 3명으로 좁혀졌다. 전 미스 도미니카공화국 Andreína Martínez Fournier, 브롱크스에서 나고 자란 런웨이 모델 Tatyana Tinsley, 카메룬 출신으로 현재 메인주에 사는 Solange Omon이다. 오디션은 시카고, 휴스턴,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고,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애덤 셀먼(Adam Selman)과 IMG Models 스카우트들이 선발을 맡았다. 우승자는 런웨이에서 발표될 예정이며, WWD에 따르면 IMG Models와 독점 모델 계약을 맺는다.

직업 없이 돌아온 칭호

논지의 무게는 바로 이 마지막 대목에 실린다. WWD의 표현대로 엔젤은 역사적으로 런웨이를 걷기 위해 고용된 모델에 그치지 않았다. 캠페인과 홍보 행사, 브랜드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공식 전속 모델이었다. 보수는 인생을 바꿀 만한 규모였다. E! News는 지젤 번천이 2000년에 맺은 5년 계약이 2500만 달러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짚는다. 번천은 Refinery29에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을 때 이 브랜드가 “내 수입의 80퍼센트”였다고 말했다. 하이디 클룸은 이 쇼 덕분에 자신이 “말하자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됐다고 했다.

Cosmopolitan은 누가 엔젤로 인정되는지 정리한 가이드에서, 이 칭호가 생긴 뒤 2021년 6월 폐지될 때까지 공식 타이틀을 가진 모델은 41명뿐이라고 설명한다. 이 매체는 Angels Among Us 우승자가 IMG Models와의 1년 계약과 런웨이 출연 자리를 얻지만 “전통적 의미의 ‘엔젤’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인다. 결론은 직설적이다. “공식 VS 엔젤은 앞으로도 41명뿐일 가능성이 크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설명은 다르다. 한 대변인은 WWD에 브랜드가 엔젤의 유산을 “현대적 시각으로” 기리고 있으며 “엔젤이 된다는 것은 개성과 자신감,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부인할 수 없는 에너지와 진정성을 기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문장을 다시 읽어 보자. 여기서 묘사되는 것은 하나의 감정이다. 엔젤은 한때 계약으로 정의됐다. 2026년의 정의는 누구에게나 들어맞는다. YouTube가 내놓은 쇼 가이드는 아무런 아이러니 없이 이 점을 드러낸다. 플랫폼은 Shorts의 VS Angel Wings Effect로 “누구나 엔젤이 될 수 있게 했다”고 밝히고, 이 효과를 쓴 영상은 YouTube 홈페이지에 소개될 자격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2021년 엔젤은 문화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2026년 엔젤은 필터가 됐다.

쇼가 Amazon을 떠나 YouTube로 간 이유

플랫폼 선택이 형식을 설명한다. 지난해 쇼는 Amazon에서 스트리밍됐다. 올해 빅토리아 시크릿은 대신 YouTube와 손잡았고, 최고경영자 힐러리 슈퍼(Hillary Super)는 WWD에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훨씬 더 민주적이고, 젊은 소비자가 있는 곳에 훨씬 더 가깝다.” 그는 유료 마케팅과 YouTube의 연결이 모두 주로 Google을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에게 매우 강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문장에서 민주주의는 광고 집행 용어다.

YouTube의 가이드는 그 배관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시청자는 쇼를 보면서 상품 태그로 쇼핑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에게는 쇼 다음 날 전용 쇼핑 시간이 주어지고, 이들은 자기 영상에 상품을 태그해 YouTube Shopping을 통해 수수료를 벌 수 있다. 슈퍼는 이 논리를 팬덤으로 설명한다. “소비자들에게서 그 일부가 되고 싶다, 무대 뒤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최고마케팅·고객책임자 엘리자베스 프라이스(Elizabeth Preis)는 WWD에 “누구나 내부자가 된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 내부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누를 태그 하나다.

숫자를 보면 회사가 왜 여기에 힘을 싣는지 알 수 있다. WWD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10% 늘어난 16억 달러였고, 회사는 연간 전망치를 71억~72억 달러로 올렸다. 슈퍼는 아직 메워야 할 격차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현재 활성 고객은 약 2500만 명이다. 한때는 3500만 명이었다.” 그는 그 고객 기반을 쌓는 일이 “모든 것을 돌리는 플라이휠”이라고 말했다. 이 쇼는 과거에 바치는 헌사가 아니다. Megan Thee Stallion, Tate McRae, KATSEYE, Megan Moroney가 음악을 맡은 고객 확보 이벤트다.

엔젤 부활을 옹호하는 가장 강한 논리

이번 부활을 옹호하는 최선의 논리는 온전히 소개할 가치가 있다. 예전의 엔젤은 애초에 배타적으로 설계됐고, 그 설계를 상징하던 임원은 쇼가 방송된 마지막 해에 Vogue에서 이를 옹호했다. 새 칭호로 가는 길은 쇼핑몰과 공개 오디션을 지나며, 최종 후보 3명은 도미니카 미인대회, 브롱크스의 포트폴리오, 카메룬에서 태어나 메인주에서 쌓은 경력에서 왔다. ¡HOLA!가 전한 출연진에는 지지 하디드, 알레산드라 암브로시오와 함께 팔로마 엘세서, 애슐리 그레이엄, 프레셔스 리가 이름을 올렸다. 프라이스는 이 아이디어가 들어올 길을 원한 고객들에게서 나왔다고 말한다. 하디드는 E! News가 전한 브랜드 측 발언에서 간단히 정리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다. 란제리와 섹시하게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리고 고객들은 지갑으로 동의하는 듯하다. GlobalData의 닐 손더스(Neil Saunders)는 WWD에 빅토리아 시크릿이 “기존 고객의 지출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 새로운 고객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고객 이탈이 반전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때 여성들을 자기 고객이 아니라고 여겼던 브랜드로 그들이 돌아오고 있다면, 이를 퇴행이라 부르는 비평가는 왜 그 여성들이 틀렸는지 설명해야 한다.

정반대의 불만을 품은 두 번째 진영도 있다. Cosmopolitan에 따르면 Romee Strijd, Lais Ribeiro 같은 기존 엔젤들이 셀럽과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밀려 외면당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부 팬들이 분노했고, 보이콧을 경고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부활의 문제는 충분히 엔젤답지 않다는 데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두 진영을 한꺼번에 만족시키려 하고, 모두에게 열려 있되 누구도 묶지 않는 새 칭호가 그 방법이다.

열린 문도 결국 브랜드의 것

캐스팅의 폭이 넓어진 것은 실질적인 진전이다. WWD가 짚었듯 역사적으로 닫힌 문 뒤에서 이뤄지던 선발이 이제는 촬영되고 지원자에게 열려 있다. 그러나 2021년의 비판은 누가 런웨이를 걷느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래피노는 Collective에 합류하며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예전의 메시지를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이라고 표현했고, 그것이 “남성이 욕망한 것” 위에 세워졌다고 말했다. 그의 비판은 쇼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2026년의 답은 분명하다. 쇼는 사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개방성을 지원자 수와 태그된 상품으로 잰다.

계약은 협상력이기도 했다. 번천은 27세에, 본인 말대로 수입의 80퍼센트를 차지하던 계약에서 걸어 나왔다. 그것은 스타와 기업 사이의 협상이었다. 새 엔젤이 얻는 것은 모델 에이전시와의 1년, 그리고 브랜드가 하나의 분위기로 정의하는 칭호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름과 날개, 그리고 누가 그것을 입을지 정하는 권리를 모두 쥐고 있다. 그 사이 카탈로그에서 가장 2018년다운 물건이 돌아온다. 새 판타지 브라를 디자인한 Jacob & Co.의 제이컵 아라보(Jacob Arabo)는 Parade에 “역대 가장 비싼 판타지 브라를 만들고 싶었지만, 가치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때 판타지를 졸업했다던 회사가 이제 사상 최고가를 공언된 목표로 내걸고 그것을 다시 팔고 있다.

확인된 사실과 본지의 해석

확인된 사실부터 보자. ¡HOLA!와 YouTube에 따르면 쇼는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미 동부시간 오후 7시 30분 Culver City의 Sony Pictures Studios에서 중계되며, YouTube, Instagram, TikTok에서 무료로 볼 수 있고 AMC 극장 10곳에서도 상영된다. 판타지 브라는 2018년 엘사 호스크가 착용한 이후 처음으로 돌아온다. Parade는 그 가치가 공개되지 않았고 착용자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WWD는 최종 후보 3명과 IMG Models 계약을 확인했고, 앞서 인용한 2분기 실적도 보도했다.

논쟁 중인 것은 우승자가 엔젤이냐는 문제다. WWD의 헤드라인은 빅토리아 시크릿이 엔젤을 되살린다고 전하고, 브랜드 대변인은 그를 “우리의 최신 엔젤”이라고 부른다. 반면 Cosmopolitan은 전통적 의미의 엔젤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한다. 칭호가 직업에서 상으로 바뀌었다는 본지의 해석은 어디까지나 해석이다. 브랜드는 그 반대를 주장하며, 지금으로선 매출 수치가 브랜드 편에 있다. 우승자의 이름은 그가 런웨이 끝에 닿는 순간 공개된다. 날개는 휴대폰을 가진 누구에게나 돌아왔다. 엔젤 계약은 아직 누구에게도 돌아오지 않았다.

태그: , , , , ,

Google에서 추가하기

토론

댓글 0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