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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의 초기 디지몬 두 편, 메가박스 극장에서 다시 만난다

메가박스가 감독의 초기 단편 두 편을 디지몬 25주년의 극장 더블 에디션으로 묶었다.
Veronica Loop

메가박스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초기작에 극장이라는 무대를 다시 내준다. ‘디지몬’ 프랜차이즈의 문을 연 두 편의 극장용 단편이, 한 장의 티켓으로 볼 수 있는 더블 에디션으로 관객을 찾는다.

이번 상영은 ‘선택받은 아이들’의 시작을 그린 ‘디지몬 어드벤처: 운명적 만남’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들의 워 게임!’을 나란히 묶었다. 두 작품 모두 호소다 감독이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에 연출했고, 러닝타임이 짧아 그동안 일본 밖 극장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첫 번째 작품은 이후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호소다 감독의 극장 연출 데뷔작으로, 러닝타임은 단 20분. 일본에서는 ‘디지몬 어드벤처’ TV 시리즈가 방영되기 하루 전 극장에 걸리며 본편의 프롤로그 역할을 했다. 야가미 타이치(신태일)와 어린 여동생 히카리(신나리)의 집 컴퓨터에서 디지털 알이 부화하고, 코로몬이 집 안으로 굴러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갓 진화한 그레이몬과 도심을 위협하는 파로트몬이 도쿄 상공에서 격돌하는 장면은 지금도 작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두 번째 단편 ‘우리들의 워 게임!’은 평단이 특히 주목하는 작품이다. 호소다 감독은 자신의 출세작 ‘썸머 워즈’가 사실상 이 단편에서 다 풀지 못한 아이디어의 장편 버전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정한 약 40분의 러닝타임 안에 담지 못한 구상을 훗날 장편으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네트워크를 파고드는 악성 프로그램과 이를 막으려는 아이들이라는 뼈대는 두 작품이 거의 그대로 겹친다.

두 편을 함께 트는 선택은 그 자체로 훌륭한 큐레이션이다. 나란히 놓고 보면 한 감독이 같은 주제를 두 번 실험하는 과정이 보인다.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마찰, 감당하기 벅찬 사건에 떠밀린 평범한 아이들, 그리고 기술이 가족과 공동체를 어떻게 재편하는가에 대한 관심이다. 훗날 호소다의 인장이 된 이 주제들이 단편 속에서는 아직 느슨하고 꾸밈없이 담겨 있다.

국내에서 이번 상영은 ‘디지몬’ 25주년 기념 흐름의 하나로 자리한다. 게임 컬래버레이션, 오케스트라 공연, 전시, 팝업스토어로 이어져 온 기념 행사의 연장선이다. 마케팅은 “그 시절, 선택받은 아이들이었던 우리 모두에게”라는 문구로 향수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투니버스 방영을 통해 시리즈와 함께 자란 국내 팬층에게는 특히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이번 상영이 복원판을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4K 리마스터에 대한 언급은 없고, 자막 상영인지 한국어 더빙인지도 아직 공지되지 않았다. 와이드 릴리스가 아니라 메가박스 단독 개봉이라 좌석을 잡을 수 있는 관객의 수도 제한된다. 두 단편을 합쳐도 러닝타임은 한 시간 안팎이어서, 오랫동안 홈비디오와 스트리밍으로 접할 수 있었던 작품에 극장 관람료를 지불하는 셈이기도 하다. 분명한 향수 마케팅이며, 그 점을 솔직히 인정하는 편이 낫다.

Young Taichi and his sister Hikari in Mamoru Hosoda 1999 Digimon Adventure short
Taichi and Hikari in Digimon Adventure (1999)

첫 번째 작품에는 오리지널 일본어 성우진이 참여했다. 타이치 역의 후지타 토시코, 히카리 역의 아라키 카에, 코로몬 역의 사카모토 치카가 목소리를 맡았다. 이 연기들은 서구권 관객 다수가 기억하는 국제판 재편집, 즉 세 편을 이어 붙이고 음악을 대폭 교체한 ‘디지몬: 더 무비’ 이전의 원형이다.

더블 에디션 ‘디지몬 어드벤처: 운명적 만남 & 우리들의 워 게임!’은 9월 16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다. 20분짜리 디지몬 프롤로그에서 출발해 ‘미라이’, ‘벨’ 같은 장편으로 나아간 호소다 마모루의 궤적을 되짚고 싶은 관객이라면, 그 출발선을 큰 화면에서 확인할 드문 기회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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