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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Time High: 사기꾼의 사랑, 마음까지 속이는 로맨스

Alice L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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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Time High의 첫 장면은 카드 한 벌을 능숙하게 섞는 유세프 부아지지( Youssef Bouahzizi, 나심 리에스)의 손가락을 클로즈업한다. 그의 시선은 파리 카지노의 호구들 사이를 재빠르게 오간다. 카메라는 카드 한 장 한 장을 튕기는 손놀림과 손끝의 미세한 떨림을 놓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련한 사기꾼이라도 감추는 것이 있다는 신호다. 이 짧은 순간이 영화의 분위기를 단번에 잡아낸다. 사기꾼과 마음을 다룬 이야기, 그 안에서는 눈빛과 몸짓 하나하나가 속임수와 욕망의 무게를 짊어진다.

줄리앙 로열이 연출한 코미디 로맨스는 운이 다한 사기꾼 유세프가 스테파니(조에 마르샬)와 마주치면서 시작된다. 스테파니는 분별력보다 돈이 훨씬 많은 암호화폐 백만장자다. 설정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이다. 사기꾼이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나고, 누가 누구를 속이는지 궁금증이 남는다. 로열은 현대의 부를 둘러싼 부조리를, 특히 암호화폐 붐을 파고든다. 덕분에 스테파니의 재산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영화는 한탕주의를 풍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무기처럼 활용한다.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디지털 화폐의 속성을 사랑의 은유로 바꾸는 것이다. 방심하는 순간 사랑도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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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Time High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은 리에스와 마르샬의 호흡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뜻밖의 온기가 함께 흐른다. 특히 유세프가 스테파니의 삶에 들어가려고 갖은 말재주를 부리는 초반부에서 그렇다. 옥상 바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뒤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는 가운데 두 사람은 재치 있는 말을 주고받고, 은근한 눈빛으로 서로를 떠본다. 스테파니를 연기한 마르샬은 단연 돋보인다. 신경질적인 활기와 여린 면모를 함께 담아내며, 캐릭터를 그저 속기 쉬운 표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본은 사랑과 신뢰를 둘러싼 자신의 불안과 맞서는 장면에서 스테파니에게 깊이를 더한다. 돈 때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받아 본 적이 없다고 유세프에게 털어놓는 순간, 마르샬은 꾸밈없는 솔직함을 정확하게 표현한다.

리에스 역시 한 치도 뒤지지 않는다. 그가 연기한 유세프는 매력적이면서도 진심 어린 후회의 순간을 보여줘, 단조로운 악당으로만 남지 않는다. 특히 가슴 아픈 장면에서 유세프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을 키워준 노인을 찾아간다. 짧은 대화지만 리에스는 몇 마디만으로 후회와 구원에 대한 갈망, 속임수의 굴레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고스란히 전한다. 절제된 연기지만 영화에 감정적 진실성을 단단히 뿌리내리게 한다.

영화의 독창성은 관객의 예상을 기꺼이 비트는 데 있다. 사기꾼 한 사람만 속임수를 쓰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All-Time High는 마지막 순간까지 누가 판을 쥐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로열은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아수라장 같은 강도 행각이나 센강을 가로지르는 긴박한 보트 추격전처럼 판돈이 큰 상황에도 유머를 불어넣어 활기와 예측 불가능성을 더한다. 많지는 않지만 격투 장면도 짜임새 있게 안무를 구성했고 화면의 움직임도 역동적이다. 장르를 뒤섞는 영화의 접근법에 또 하나의 층위를 보탠다. 나이트클럽에서 유세프와 일당이 도난당한 시계를 이용해 사기를 벌이는 장면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정신없이 빠르게 전개돼 Ocean’s Eleven의 모조품 같은 느낌도 들지만, 프랑스 영화 특유의 색깔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All-Time High에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2막에서 유세프의 범죄 조직을 다루는 하위 줄거리가 힘을 잃는다. ‘파피용’ 역의 에이드리앵 에사미르와 본인 역의 하킴 제밀리가 등장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발전하지 않는다. 두 인물은 코믹한 장면을 보태거나 가끔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거의 없어 존재감이 약해진다. 결국 각자 감정적으로 걸고 있는 것이 전혀 없는 채, 줄거리를 앞으로 밀어주는 역할만 한다. 또 몇몇 유머는 프랑스 문화에 관한 언급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어 해외 관객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농담은 보편적인 공감대보다 배타적인 인상을 준다.

결말은 영화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이다. 스포일러를 피하자면, 로열은 만족스러우면서도 다소 억지스러운 반전을 택한다. 중심 로맨스를 깔끔하게 매듭짓지만, 말끔한 영화적 결말을 위해 스테파니라는 인물의 복잡성을 훼손할 위험도 있다. 이 반전은 ‘누가 누구를 속이는가?’라는 핵심 질문에 답을 내놓지만, 그 과정에서 신뢰와 기만을 섬세하게 탐색하던 이야기를 단순화하기도 한다.

물론 All-Time High는 완벽한 작품과는 거리가 멀지만, 코미디 로맨스 장르에 신선한 변주를 더한다. 로열의 연출은 높은 에너지를 끝까지 유지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에 진정성을 불어넣는다. 파리의 밤을 물들이는 네온빛과 유세프의 보다 현실적인 순간을 감싸는 차분한 색조 사이를 오가는 촬영도 감각적이다. 사운드트랙 역시 돋보인다. 프랑스 팝 히트곡과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연주곡을 섞되, 대사를 압도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권할 만한 영화일까? 로맨틱 코미디 팬이라면 리에스와 마르샬의 호흡을 즐길 수 있고, 하이스트 영화 애호가라면 기발한 사기극과 잘 짜인 액션 장면에 만족할 것이다. 조금 더 묵직한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2막이 늘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탄탄한 연기와 독창적인 설정 덕분에 끝까지 볼 만하다.

All-Time High가 코미디 로맨스 장르를 새롭게 정의하는 작품은 아닐지라도, 프랑스 영화가 여전히 보여줄 묘수가 많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대담하고 흥미로운 영화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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