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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타우로스》는 군더더기 없이 질주하는 스릴러, 인물의 깊이는 속도에 밀린다

다니엘 칼파르소로 감독이 2022년 넷플릭스로 선보인 프랑스 영화 'Burn Out'의 리메이크.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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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Calparsoro의 ‘켄타우로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속도에 중독된 남자가 있고, 그의 아이를 낳은 여자가 마약 조직과 얽히고, 남자는 액셀을 밟는다. 복잡할 것이 없다. 2022년 6월 Netflix로 공개된 이 스페인 영화는 액션,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 딱지에 충실하고 러닝타임은 89분이다. 이야기를 길게 끌 생각은 애초에 없었던 모양이다. 이 단출함은 영화의 가장 큰 무기이자 가장 큰 한계다. 보는 동안에는 막힘없이 달리지만, 끝나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이 많지 않다.

주인공 Rafa(Àlex Monner)는 시놉시스의 표현대로 스피드 레이싱이 주는 순수하고 불타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취미라고 부르기엔 너무 깊이 빠져 있다. 이 설정이 영리한 것은 인물의 동기와 영화의 동력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아이 엄마 Natalia(Begoña Vargas)가 위험에 빠졌을 때 Rafa가 내밀 수 있는 무기는 총도 돈도 아니고 운전 실력이다.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이 곧 그가 가장 위험하게 빠져 있는 일이라는 역설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잘만 쓰면 구출극이면서 동시에 자기 중독과 마주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구도다. 영화가 그 가능성을 끝까지 파고들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뼈대 자체는 튼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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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가 Natalia를 연인이나 전 연인이 아니라 ‘아이 엄마’로 소개한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은 우선 한 아이의 부모로 묶여 있다. 그렇다면 Rafa의 질주는 단순한 영웅적 행동이 아니다. 아이에게서 엄마를 잃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일이고, 책임보다 속도를 앞세워 온 남자가 처음으로 그 속도를 책임을 위해 쓰는 일이다. 이 관계가 화면에서 얼마나 무게를 갖는지는 솔직히 아쉬운 편이다. 감정의 축이 될 수 있었던 부모라는 자리가 대부분 추격의 명분으로만 소비된다. 그래도 설정이 주는 가능성은 분명하고, 액션 영화가 흔히 놓치는 지점을 건드렸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켄타우로스’는 Yann Gozlan이 만든 2017년 프랑스 영화 ‘Burn Out’의 리메이크다. 리메이크는 늘 원작과의 비교라는 짐을 지지만, 이 작품은 그 짐을 가볍게 진다. 스페인 감독과 스페인 배우들이 원작의 뼈대만 빌려 와 장르 영화의 문법으로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도 불편 없이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미덕이다. 반대로 원작을 아는 관객에게는 새로 발견할 것이 많지 않을 수 있다. 리메이크가 원작을 넘어서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넘어서려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조금 허전하다.

제목부터 짚어 보자. 켄타우로스는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말인 존재다. 스페인 매체 Rock and Films는 이 영화의 리뷰에 ‘다리 대신 바퀴’라는 제목을 달았다. 영화를 가장 짧게 설명하는 문장이다. 사람과 기계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순간의 쾌감, 그리고 그 쾌감이 일상의 책임을 밀어내는 위험이 이 제목에 다 들어 있다. 반인반마는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람의 삶과 기계의 속도 사이에 걸쳐 있는 Rafa에게 이 이름은 꽤 잘 맞는다. 문제는 영화가 이 이미지를 끝까지 밀고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목이 던진 질문보다 질주의 흥분 쪽에 무게를 싣는 편이고, 나는 그 선택이 아쉽지만 이해는 한다. 89분짜리 액션 영화에 철학까지 요구하는 쪽이 무리일 수 있다.

연기는 이 영화가 믿는 구석이다. Àlex Monner는 속도에 사로잡힌 남자라는 단순한 설정에 설득력을 보태는 쪽으로 Rafa를 끌고 간다. 이야기가 요구하는 절박함을 과장 없이 받아 내서, 설정이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적다. Begoña Vargas의 Natalia는 구출 대상이라는 수동적인 자리에 놓이기 쉬운 역할이다. 이런 인물이 피해자에 그치지 않으려면 장면마다 배우가 존재감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대본이 그럴 공간을 넉넉히 내어 주는 것 같지는 않다. 그 한계 안에서 Vargas가 인물을 버텨 내는 모습은 눈여겨볼 만하다. Carlos Bardem이 연기한 Boro를 비롯해 Abraham Pérez Fernández(Mateo), Édgar Vittorino(Carlos), Sebastian Ciontescu(Jairo), Anderson Brian González Montoya(Tico), Dollar Selmouni(Cortés), Big Lois(Valderrama), Patricia Vico(Regina Costas)까지 조연진은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킨다. 이름을 전부 기억하게 만들 만큼의 비중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속도로 밀어붙이는 영화에서는 조연이 튀지 않고 판을 받쳐 주는 것만으로도 제 몫을 하는 셈이다.

질주를 다루는 영화에서 소리는 절반이다. 음악은 Carlos Jean이 맡았고, ‘Centauro’s Theme 1’, ‘Deep Marseille’, ‘Riot + Behind Me’ 같은 트랙이 사운드트랙 앨범에 실려 있다. 엔진 소리와 음악이 서로 리듬을 주고받는 구조는 이런 장르의 기본이고, 이 영화도 그 기본을 따른다. 연출에서 Calparsoro는 군살 없이 달리는 쪽을 택했다. 이야기 사이에 쉬어 가는 대목이 거의 없어서 관객은 생각할 틈보다 따라갈 틈을 얻는다. 스페인 매체 Espinof가 이 영화를 숨 가쁘게 내달리는 Netflix 스페인 영화로 소개한 것도 같은 인상에서 나왔을 것이다. 스트리밍으로 공개된 영화라는 점도 이 리듬과 잘 맞는다. 한 시간 반이 채 안 되는 길이라 한 번에 끝까지 보기에 부담이 없다.

약점은 분명하다. 아이 엄마가 마약 조직에 얽혔다는 설정은 장르 영화에서 수없이 반복된 출발점이고, 영화는 그 익숙한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물의 내면을 파고들 여지가 있었는데도 서사는 대체로 사건의 속도에 기댄다. 중독이라는 소재가 구출극의 추진력으로만 쓰이고, 대가나 후회의 무게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아깝다. 속도에 취한 남자가 그 취함의 값을 치르는 장면이 있어야 제목의 반인반마 이미지도 비로소 힘을 얻었을 것이다. IMDb 평점이 5.4점에 머무는 것도 이런 아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 IMDb 이용자는 배경으로 틀어 놓고 보기에 괜찮은 영화라고 적었다. 혹평처럼 들리지만 영화의 쓰임새를 정확히 짚은 말이기도 하다. 한편 Rotten Tomatoes에 인용된 한 평은 이 영화가 자기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최대한 살린다고 썼다. 나는 이쪽 평가에 더 가깝다.

그러니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고 ‘켄타우로스’를 틀면 실망할 것이다. 반대로 저녁에 한 시간 반쯤 속도에 몸을 맡기고 싶다면 시간이 아깝지 않다. 액셀을 밟는 남자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끝내는 것도 연출의 기술이고, Calparsoro에게는 그 기술이 있다. 인물의 깊이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영화를 고르는 편이 낫다. 질주의 맛만 보면 된다면 이 영화는 그 정도 약속은 지킨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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