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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잔: 용의자 X, 히가시노 게이고의 트릭을 지키고 자이디프 알라와트의 절제된 연기로 승부한다

수조이 고시 감독이 2023년 원작을 칼림퐁으로 옮겨, 액션 대신 대화의 심리전으로 끌고 간다.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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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잔: 용의자 X’는 수학 교사의 계산과 한 여자를 향한 짝사랑을 한데 묶은 범죄 스릴러다. 수조이 고쉬(Sujoy Ghosh) 감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5년 소설을 서벵골 북부의 칼림퐁으로 옮겨 왔다. 같은 원작은 2012년 한국 영화 ‘퍼펙트 넘버’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어서, 결말을 아는 관객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가 풀어야 할 숙제는 반전이 아니라 인물이다. 2023년 9월 21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칼림퐁에서 작은 식당을 꾸려 가는 싱글맘 마야 드수자(카리나 카푸르 칸)에게 어느 밤 별거 중인 남편 아지트가 찾아온다. 부패 경찰인 그는 마야가 14년 전 도망치며 가져간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마야와 딸 타라(나이샤 칸나)까지 위협한다. 상황은 순식간에 폭력으로 번지고, 두 사람은 그를 목 졸라 죽인다. 일부는 정당방위였다. 소란을 듣고 사정을 짐작한 옆집 수학 교사 나렌 비아스(자이디프 아홀라와트)가 도움을 자청한다. 시신을 처리하는 일부터 은폐 계획을 짜는 일까지, 그는 한 단계씩 맡아 진행한다.

이 영화의 힘은 나렌이라는 인물에서 나온다. 그는 말수가 적고 혼자 지내지만 학생들에게는 인기가 좋은 교사다. 매일 아침 마야의 식당에서 점심을 사며 나누는 짧은 대화가 그의 하루에서 가장 환한 순간이다. 그래서 그가 밤사이 시신과 알리바이를 계산하는 사람으로 바뀌는 대목이 낯설지 않다. 숫자로 사랑을 말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홀라와트는 천재의 차가움과 외로운 사람의 서툶을 한 얼굴에 담아냈다.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거의 없는데도 나렌이 무엇을 계산하고 무엇을 참고 있는지는 표정만으로 전해진다.

반대편에는 인스펙터 카란 아난드(비제이 베르마)가 있다. 그는 나렌의 옛 동창이다. 실종된 아지트를 추적하다 칼림퐁에 도착한 그는 곧 마야를 의심한다. 부검 결과 사망일은 그달 10일로 나오지만, 마야와 타라에게는 촘촘한 알리바이가 있다. 빈틈을 찾지 못해 돌아가려던 카란은 식당 직원에게 나렌이 마야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의심은 방향을 바꾼다. 범행을 감추는 쪽과 파헤치는 쪽을 번갈아 보여 주는 구성 덕분에 긴장이 쉽게 느슨해지지 않고, 두 남자가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읽는 모습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마야를 연기한 카리나 카푸르 칸은 싱글맘의 불안과 범행 뒤의 두려움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마야는 사건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판을 짜기보다 남이 짠 판 위에서 버티는 인물이어서,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눌러 담는 연기가 잘 맞는다. 2024년 필름페어 OTT 어워드에서 이 작품은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3개 부문을 받았다. 최우수 웹 오리지널 영화상(비평가 부문)과 웹 오리지널 영화 남우주연상(비평가 부문, 아홀라와트), 여우주연상(카푸르 칸)이다. 넷플릭스에서 인도 영화로는 개봉 주말 시청 기록이 가장 컸다는 점까지 보면, 이 각색은 관객에게도 제대로 먹혔다.

영화가 가장 팽팽해지는 곳은 마야가 나렌에게 사과하는 장면 이후다. 마야는 카란에게 두 사람 사이에 연애 감정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털어놓는다. 상처 입은 나렌은 경찰서로 가 아지트를 죽였다고 자백한다. 그는 자신을 망상에 빠진 사람처럼 보이게 하려고 마야를 스토킹한 증거까지 꾸민다. 계획을 짜던 사람이 제 손으로 자신을 범인으로 만드는 순간이다. 그의 선택이 사랑인지 체념인지는 끝까지 한 가지로 읽히지 않는데, 나는 그 모호함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약점도 분명하다. 마야와 나렌의 관계는 아침 인사와 식당에서의 짧은 만남이 거의 전부여서, 그의 헌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나렌의 감정을 관객이 믿어야 하는 영화인데, 그 감정이 쌓이는 과정은 보여 주기보다 전제에 기대는 편이다. 이 빈틈 때문에 후반부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진다.

그럼에도 ‘자네 잔: 용의자 X’는 잘 만든 각색이다. 고쉬 감독은 일본 소설의 뼈대를 지키면서 이야기를 인도의 작은 산간 마을로 옮겼고, 세 배우의 연기가 그 뼈대를 받친다. 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남는 것은 트릭의 정교함보다, 나렌이 치른 대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관객에게 끝내 답을 주지 않는 태도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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