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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카 & 템플기사단』, 좋은 아이디어를 긴장감 없이 흘려보낸 가족 모험극

안토니 니코프스키 감독의 2023년작으로, 장르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한다.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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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카 & 템플기사단》은 안토니 니코프스키가 연출한 2023년 모험 영화다. 미술사학자이자 보물 사냥꾼이고 별난 자동차의 주인이기도 한 토마시, 곧 ‘미스터 카'(마테우시 야니츠키)가 템플 기사단의 보물과 맞닥뜨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보물은 선과 악의 균형을 흔들 만한 큰 힘으로 통하는 열쇠다. 스카우트들의 도움을 받은 미스터 카는 적대 조직과 시간 싸움을 벌이고, 걸려 있는 것은 기사단의 유산이다. 이런 이야기는 속도와 긴장이 받쳐 줘야 돌아가는데, 이 영화에는 둘 다 모자란다.

출발점은 나쁘지 않다. 기사단의 유산을 쫓는 이야기는 역사 퍼즐을 좋아하는 관객의 호기심을 건드린다. 별난 자동차를 모는 보물 사냥꾼에게는 가족 관객에게 어울리는 장난기도 있다. 장르는 모험, 드라마, 가족물이라 겨냥한 관객이 분명하다. 다만 드라마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인물의 사정과 감정에 시간을 쓰리라 기대하게 되는데, 영화는 그 기대에 충분히 답하지 않는다. 사건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어디로 가는지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러닝타임은 1시간 50분이고, 이 길이를 끌고 갈 동력은 약하다. 미국 쪽 평에서도 비슷한 대목이 보인다. 스트림 잇 오어 스킵 잇은 이야기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으로서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추진력 없이 굴러가고, 서스펜스는 그보다 더 부족하다고 썼다. 가족 영화 안내 사이트 역시 복잡한 줄거리와 인물 때문에 헷갈리는 영화라고 평했다. 두 평은 내 감상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먼저 걸리는 것은 얽힌 줄거리다. 누가 무엇을 쫓는지, 왜 서둘러야 하는지가 선명하게 서지 않는다. 템플 기사단이라는 소재가 낯선 관객에게 영화는 길을 친절하게 열어 주지 않는다. 시간과의 경주라는 설정이 있어도 쫓기는 느낌이 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적대 조직이 있고 그들과의 경쟁이 이야기의 뼈대인데, 그 조직이 어떤 얼굴로 관객에게 다가오는지는 기억에 거의 남지 않는다. 위협이 구체적인 형태를 얻지 못하니 주인공이 서두르는 이유도 설명으로만 전해진다. 마리아 덴프스카가 맡은 카렌이나 야체크 벨레르의 ‘아디오스’처럼 이름을 가진 인물도 이 혼란 속에서는 존재감을 얻기 어렵다. 이들이 이야기에 들어오는 이유가 관객에게 잘 전해지지 않는다.

주인공도 아쉽다. 가족 영화의 모험가는 관객이 끝까지 따라가고 싶은 사람이어야 한다. 이 영화의 토마시는 그 자리를 온전히 채우지 못한다. 앞서 말한 가족 영화 안내 사이트도 토마시에게 매력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나는 이것이 배우의 몫이라기보다 인물이 입체적으로 쓰이지 않은 데서 온다고 본다. 미술사학자라는 이력과 보물 사냥꾼이라는 명성은 소개 문구에 머물 뿐, 매력으로 번지는 순간은 드물다. 사건을 끌고 가기보다 사건에 끌려가는 사람처럼 보이니 정을 붙일 계기도 마땅치 않다. 제목에 내세운 별난 자동차 역시 이야기를 움직이는 축이라기보다 간판에 가깝다. 제목에 이름을 올린 물건이라면 모험의 리듬을 만드는 데 한몫해야 하는데, 영화는 그 가능성을 크게 쓰지 않는다.

긴장이 느슨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적대 조직과 벌이는 시간 싸움이 줄거리의 뼈대이니, 쫓는 쪽과 쫓기는 쪽의 간격이 팽팽하게 조여져야 한다. 영화는 그 간격을 조이는 데 서툴다. 사건은 잇달아 벌어지지만 대개 비슷한 무게로 지나가고, 어느 순간이 고비인지 가려내기가 어렵다. 시놉시스는 보물이 선과 악의 균형을 흔든다고 하지만, 화면에서는 그만한 위기감이 전해지지 않는다. 세계의 균형이 걸렸다는데 인물들은 그 일을 좀처럼 제 일처럼 겪지 않고, 그래서 관객도 숨을 죽일 이유를 찾지 못한다. 보물찾기는 결말이 어디인지만 알려 줄 뿐, 거기까지 가는 길의 재미는 좀처럼 주지 못한다.

장르 표기를 다시 보면 아쉬움이 더 분명해진다. 모험이라면 속도가, 드라마라면 인물의 감정이, 가족물이라면 온 세대가 함께 웃거나 조마조마할 대목이 있어야 한다. 이 영화는 세 가지를 모두 약속하지만 어느 하나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는다. 보물이 선악의 균형을 좌우한다는 큰 설정은 진지한 신화의 어조를, 스카우트들과 별난 자동차는 가벼운 소동극의 어조를 부른다. 두 어조를 한 영화 안에서 섞는 일은 가능하지만, 이음매를 매끈하게 다듬는 연출이 필요하다. 니코프스키의 연출은 그 이음매를 그대로 드러낸 채 둔다. 한 장면 안에서도 웃어야 할지 긴장해야 할지 관객이 판단하기 어렵다.

출연진은 폭이 넓다. 안나 디므나가 ‘Łajma’, 올기에르트 블레하르가 ‘Sokole Oko’, 칼리나 코발추크가 ‘Wiewióra’, 피오트르 세가가 ‘Mentorek’을 맡았다. 산드라 드지말스카는 안카 모젤레프스카, 프셰미스와프 블루슈치는 페테르센, 에바 브와슈치크는 기에림스카를 연기한다. 이름난 배우와 별명을 가진 인물이 이렇게 많으니 이야기가 조금만 정돈되었어도 인물 하나하나가 맛을 냈을 것이다. 스카우트들이 곁에서 돕는다는 설정은 어른 혼자 활약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힘을 보탠다는 점에서 가족 영화다운 미덕이다. 다만 이름 붙은 인물이 이만큼 많으면 각자의 역할이 또렷하게 갈려야 한다. 영화는 거기까지 정리하지 못했다. 다 보고 나서 떠오르는 이름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기사단의 보물과 괴짜 자동차, 스카우트들의 도움. 소개 문구만 읽으면 온 가족이 주말 오후에 둘러앉아 볼 만한 영화처럼 들린다. 그러나 얽힌 줄거리와 매력이 약한 주인공, 느슨한 긴장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이 요소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지 못한다. 아이와 함께 가볍게 틀어 놓을 영화를 찾는 사람은 스카우트들이 곁을 지키는 설정에서 약간의 온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수수께끼가 조여 오는 맛이나 제대로 된 스릴을 바라고 보면 허전할 것이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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