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스카나〉는 웃음보다 느린 로맨스의 여운이 더 강하다

메흐디 아바즈 감독, 2022년. 안데르스 마테센과 크리스티아나 델라나의 호흡이 빈약한 각본을 버텨 낸다.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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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는 메디 아바즈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2022년 덴마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덴마크 요리사 테오는 아버지의 사업체를 팔러 이탈리아 토스카나로 떠나고, 거기서 만난 현지 여인 소피아 덕분에 삶과 사랑을 대하는 방식을 다시 따져 보게 된다. 안데르스 마테센이 테오를, 크리스티아나 델안나가 소피아를 연기하고, 영화는 2022년 5월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한 줄로 줄이면 낯선 땅에서 마음이 풀리는 남자의 이야기이고, 영화는 그 틀을 굳이 뒤집으려 하지 않는다.

중심은 마테센이다. 테오는 미쉐린 요리사로 설정된 인물인데, 성질 급한 요리사 주인공은 요즘 화면에서 흔한 유형이라 설정만으로는 눈에 띄기 어렵다. 마테센은 굳은 표정에 머물지 않고 냉소적인 겉모습 아래 따뜻한 구석을 조금씩 비춘다. 델안나가 연기하는 소피아는 남자 주인공의 변화를 위해 놓인 장치로 보이지 않고, 테오와 대등하게 마주 선다. 서로를 떠보다가 천천히 풀어지는 두 사람의 호흡이 영화에서 가장 믿음직한 부분이다.

아버지의 사업체를 판다는 출발점은 생각해 볼 만하다. 팔러 온 사람이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붙드는지가 이야기의 뼈대이고, 이런 설정은 돈 문제이면서 동시에 가족과 삶의 방향에 관한 문제로 읽힌다. 출연진 명단에 젊은 시절의 테오가 따로 올라 있으니 과거가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에 얽혀 있을 것이다. 다만 이건 명단에서 읽은 짐작이고, 영화가 그 시간을 얼마나 깊이 파는지는 내가 확신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영화가 이 무게를 지나치게 진지하게 끌고 가지 않고, 코미디와 로맨스와 드라마를 한 이야기 안에 나란히 둔다는 점이다.

배경을 고른 감각도 좋다. 토스카나는 키안티와 브루넬로 같은 와인으로 이름난 땅이고, 먹는 일과 삶의 속도를 소중히 여기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북유럽에서 온 요리사를 그런 땅에 떨어뜨려 놓으면 충돌은 저절로 마련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 엽서 같은 풍경으로 흐르기 쉬운데도, 영화는 경치를 늘어놓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테오와 소피아 사이에 머문다. 평자 키라 코머퍼드는 이 영화가 이탈리아 요리의 원칙, 곧 단순한 것을 잘 해내라는 원칙을 꽤 잘 따른다고 썼다. 장식을 덜어 내고 두 사람의 대비를 깔끔하게 세운 영화라는 데 나도 동의한다. 커먼센스미디어는 성마른 요리사 영화가 계속 늘어나는 와중에 이 영화가 말하지 않고 남겨 둔 부분에서 서정과 웅변을 낸다고 평했는데, 음악 이야기로 넘어가면 무슨 뜻인지 짐작이 된다.

음악은 절제해서 쓴다. 오르넬라 바노니의 〈L’appuntamento〉는 영화가 시작되고 14분쯤 지나, 테오가 팽팽한 대치를 마친 직후에 흐른다. 덴마크 남자의 화가 가라앉은 자리에 이탈리아 노래가 들어오는데, 내 귀에는 영화의 무게중심이 그의 사정에서 이 땅으로 처음 옮겨 가는 순간으로 들렸다. 의도된 장치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노래가 놓인 자리 덕분에 그 장면의 감정이 기댈 곳을 얻는다.

각본은 아바즈와 니콜라이 셰르피그가 함께 썼다. 줄기가 분명하고, 웃음은 억지로 끼워 넣은 농담보다 인물에게서 나오는 쪽이 많다. 스페인 《포토그라마스》의 후안 판도는 5점 만점에 4점을 주며 코미디의 시금석은 결국 웃게 만드느냐에 있고 이 영화는 그 기준을 넉넉히 넘는다고 평했다. 키라 코머퍼드의 점수는 3.5점이니, 호평 쪽이긴 해도 열광까지는 아닌 셈이다. 내 감상은 두 사람 사이에서 코머퍼드 쪽에 조금 더 가깝다.

아쉬움은 조연 쪽에 있다. 안드레아 보스카(피노), 기타 뇌르비(잉에), 세바스티안 예센(제우텐), 아리 알렉산더(라이), 크리스토퍼 니센(스벤), 카롤리네 브뤼그만(멜라니)까지 이름이 길게 이어지는 명단을 보면 기대가 커지지만, 러닝타임 안에서 모두에게 넉넉한 분량이 돌아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이 배우들의 얼굴을 더 오래 보고 싶었다. 테오의 마음이 바뀌는 속도에 비해 그 앞의 쌓임이 얕다는 인상도 남고, 영화가 결국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끝까지 또렷하게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이 영화의 장점은 실제로 있다. 코미디와 사랑 이야기, 약간의 드라마가 서로 자리를 다투지 않고, 그 균형을 마테센과 델안나가 마주 앉은 시간이 받쳐 준다. 다만 그 힘이 테오의 급한 변화까지 설득해 주지는 못한다. 이 영화의 값어치는 결국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 가는 대목에 있고, 그 바깥의 것들은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면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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