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oscana〉, 웃음보다 로맨스가 더 잘 살아나는 느린 영화

메흐디 아바즈 감독, 2022년. 안데르스 마테센과 크리스티아나 델라나의 호흡이 빈약한 각본을 버텨 낸다.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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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cana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업계에서 활동하는 덴마크 셰프 테오(안데르스 마테센, Anders Matthesen)가 세상을 향해 이를 악문 채 살아가는 인물임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영화는 그가 왜 그런 태도를 갖게 됐는지도 오래 숨기지 않는다. 메흐디 아바즈(Mehdi Avaz)는 니콜라이 셰르피그(Nikolaj Scherfig)와 함께 각본을 쓰고, 거의 모든 감정을 짜증으로 드러내는 한 남자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 영화의 가장 좋은 선택은 그 짜증을 방어막으로 바라보는 데 있다. 소박한 발상이지만, 영화 대부분에서 제법 힘을 발휘한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테오는 아버지의 사업을 처분하기 위해 토스카나로 향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게 하는 현지 여성 소피아(크리스티아나 델안나, Cristiana Dell’Anna)를 만난다. 심술궂은 셰프를 다룬 영화는 이제 꽤 흔하지만, 이 작품도 그 사실을 모르는 척하지 않는다. 대신 어디에 발을 디딜지 신중하게 고른다. 와인과 식탁, 수백 년의 예술로 잘 알려진 토스카나는 지역의 정체성이 뚜렷하고, 영화는 그 명성에 걸맞은 태도를 빌려온다. 단순한 일을 제대로 해내고, 서두르지 않는 것. 늘 전력 질주하듯 사는 요리사는 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곳과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도 이를 아는 듯하며, 자신 역시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기를 바란다.

마테센은 테오에게 날 선 면모를 부여하고, 몸도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한다. 소피아가 처음에 거리를 두는 이유가 쉽게 이해된다. 더 흥미로운 역할을 맡은 쪽은 델안나다. 델안나가 연기한 소피아는 말하기보다 듣고, 테오를 만나기 전부터 분명히 자기 삶을 꾸려왔으며, 그의 기분에 맞춰 자신의 일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덕분에 여성이 까다로운 남자를 고쳐주기 위해 존재하는 익숙한 구도에서 벗어난다. 피노 역의 안드레아 보스카(Andrea Bosca)와 잉에 역의 기타 뇌르비(Ghita Nørby)도 반갑지만, 영화는 출연진 명단만 보면 기대하게 되는 만큼 두 사람에게 할 일을 주지는 않는다.

영화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여백을 남길 때다. 약 14분쯤 지나 테오가 한바탕 맞붙은 뒤, 오르넬라 바노니(Ornella Vanoni)의 「L’appuntamento」가 흐른다. 노래는 장면을 가득 채우기보다 그 아래에 조용히 머문다. 긴장은 제 속도로 빠져나간다. 음악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곡이 두어 곡뿐인 만큼, 음악이 나오는 순간마다 주변에 여백이 생긴다. 몇몇 평론가는 이 영화가 말하지 않은 것을 얼마나 유려하게 표현하는지 짚었는데, 바로 이 장면을 보면 그 말의 뜻을 알 수 있다.

반면 코미디는 다소 불안하다. 웃음은 은근한 수준에 머물고, 테오의 퉁명스러움에 지나치게 기대는 경향이 있다. 출발점으로는 괜찮지만 이야기를 끌고 갈 동력으로는 부족하다. 스벤드(크리스토퍼 니센, Christopher Nissen), 조이텐(세바스티안 예센, Sebastian Jessen), 멜라니(카롤리네 브뤼그만, Karoline Brygmann)는 테오의 주변 세계를 채우지만, 저마다의 어조를 확립하지 못한다. 날카롭게 찌르기엔 너무 가볍고, 웃음을 주기엔 너무 희미하다. 여정 전체의 이유가 되는 아버지의 사업 매각도 이야기의 압박감이라기보다 출발을 위한 설정에 가깝다. 한 번 언급된 뒤에는 그대로 방치되고, 이야기가 기대하는 만큼 극적인 무게를 얻지 못한다.

영화가 제대로 해내는 일은 자기 이야기를 요란하게 풀어놓지 않는 것이다. 로맨스는 서두르지 않고, 아바즈는 거창한 고백보다 테오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두는 듯하다. 영화는 사람들이 분노를 통해 사랑과 상실을 드러낸다고 보는 것 같지만, 대체로 그 생각을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을 줄 안다. 누구도 이야기의 흐름에 놀라지는 않을 것이고 결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반전보다 몸짓에 주목하는 태도 덕분에 이 장르는 평소보다 느린 박동을 얻는다.

같은 과묵함이 때로는 영화에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가장 뚜렷한 사례는 잉에다. 영화는 관객이 그녀를 눈여겨보게 해놓고는 정작 활용하지 않는다. 테오와 소피아 사이에서는 효과를 내던 절제가 여기서는 회피처럼 읽힌다. 감정적인 보상도 아쉽다. 테오가 마침내 경계를 풀 때, 그 순간은 기대만큼 깊이 와닿지 않는다. 그에 앞선 시간이 감정을 쌓아 올려 마지막 장면을 받쳐줄 만큼 충분한 무게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Toscana를 하나로 묶어주는 건 두 주연의 호흡이다. 델안나는 소피아가 한 남자를 고치는 도구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두 사람이 솔직함에 가까운 지점에 이르렀을 때도, 그 변화는 한 번의 극적인 전환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인 시간 덕분에 설득력을 얻는다. 이 장르가 보통 이 대목을 서둘러 지나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성취다. 그래서 내 평가는 이렇다. 코미디로서 Toscana는 기대에 못 미친다. 하지만 목소리를 낮추는 법을 배우는 한 남자를 지켜보는 느린 로맨스로서는 대체로 제 몫을 해내며, 두 주연은 다소 빈약한 조연진의 한계를 넘어 영화를 이끈다. 두 사람을 보러 감상하되, 농담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편이 좋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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