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알리차 크바데, 도쿄 페이스 갤러리에서 복숭아를 거울 터널로 끌어들이다

프랑스어 말장난과 후기 고딕의 기적이 사물과 사물 사이의 공백을 다룬 조각으로 이어진다
Lisbeth Thal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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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관의 입구에 복숭아 한 알이 놓여 있고, 곧 제 반사상에 삼켜질 참이다. 지난 이십 년 동안 알리차 크바데는 현실을 재는 데 우리가 믿고 쓰는 도구들, 곧 시계, 거울, 바위, 구체의 궤도를 가져다가, 그 밑에 깔린 관습이 드러날 만큼만 어긋나게 만들어 왔다. 도쿄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신작전 「La Pêche miraculeuse」는 이 도구 목록에 과일 한 알을, 그리고 말장난 하나를 더한다.

전시 제목은 콘라트 비츠의 「기적의 고기잡이」에서 빌려왔다. 성서 속 기적을 레만호의 실제 호숫가에 옮겨 놓은 후기 고딕 제단화다. 크바데는 그 원리, 곧 익숙한 장소를 낯설게 만드는 방식을 이어받아 언어로 옮긴다. 프랑스어에서 pêche는 ‘낚시’이자 ‘복숭아’다. 갤러리 글에 따르면 무언가를 낚는다는 것은 자신이 걸려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자기 기대가 눈에 보이게 되는 순간이다.

Suspended stones and black steel grilles in a white gallery, an Alicja Kwade installation
Alicja Kwade, Fear-Fusion, installation view. Image: courtesy Pace Gallery

이 순간이 가장 정밀하게 설계된 것은 Tunnel-Tell 연작이다. 각 작품에서 안쪽을 거울처럼 연마한 스테인리스 스틸 관이 화강암 덩어리를 관통한다. 돌은 껍데기일 뿐이고 진짜 재료는 공백이다. 그 안에서 방은 접히고 압축되고 일그러지며, 관람자도 다른 모든 것과 함께 이미지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Ceci Sera Persicum 버전에서 소용돌이로 떨어지는 것은 복숭아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대신하는 평범한 사물이다. 다른 작품에서는 과일이 불편해진다. 홈이 파이거나 꽁초에 찔린 복숭아들, 곧 PersicumMultiplex와 PersicumAdustum은 아름다움과 혐오 사이를 오간다.

크바데의 작업이 늘 그렇듯, 시간은 구부릴 수 있는 무언가로 다뤄진다. Strange Attractor 연작의 조각 두 점은 모래시계 모양으로 연마한 강철 깔때기 사이에 거친 바위를 쌓아 올렸는데, 깔때기는 돌을 떼어놓는 동시에 눌러 붙이는 것처럼 보인다. 종이 작업인 Aperture Ø508 mm 연작에서는 시간이 시곗바늘의 고리로 응축되고, Gegen den Lauf는 실제로 작동하는 벽시계로, 문자판이 제 초침을 거슬러 돈다.

가장 야심 찬 작품은 갤러리 밖으로 나간다. Ad Idem Aliter는 대략 ‘같은 것, 달리’라는 뜻으로, 하나의 돌을 유리와 대리석 등 서로 다른 소재로 옮기고, 세 개, 다섯 개, 일곱 개, 마지막으로 열 개의 요소로 이루어진 버전을 거울로 갈라놓고 또 잇는다. 전체 시퀀스는 롯폰기 아트 나이트 기간에 모리 미술관 앞에서 완성되고, 이후 페이스 도쿄의 야외 테라스로 옮겨진다.

Stone spheres of different sizes scattered along the Arsenale quay in Venice, a sculpture by Alicja Kwade
Alicja Kwade, Pars pro Toto, 2017, at the Arsenale, 57th Venice Biennale. Image: courtesy Pace Gallery

1979년 카토비체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크바데는 흔히 미니멀리즘으로 분류되지만, 방법은 개념미술에 더 가깝다. 돌 구체 작업 Pars pro Toto는 201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아르세날레 부두에 놓였고, ParaPivot은 2019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 정원을 차지했으며, Pretopia는 지난해 홍콩 타이쿤 컨템퍼러리를 채웠다.

「La Pêche miraculeuse」는 10월 29일부터 12월 25일까지 아자부다이 힐스 가든 플라자 A 1층의 페이스 도쿄에서 열리며, 10월 31일과 11월 1일에는 롯폰기 아트 나이트가 겹친다. 이어 11월 4일부터 8일까지 아트 위크 도쿄가 열리고 셔틀버스가 갤러리에 선다. 거울 관 앞에 서서 잠깐이나마 그물에 걸린 듯 자기 모습을 그 안에서 발견해 볼 좋은 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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