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의 전술》, 호감 가는 두 주연에 비해 대본이 지나치게 기계적인 넷플릭스 로코

에므레 카바쿠샤크 감독이 2022년에 선보인 터키 로맨틱 코미디.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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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전술》은 사랑을 믿지 않는 두 사람이 서로를 상대로 내기를 거는 터키 로맨틱 코미디다. 케렘은 서른 살의 광고 회사 임원이고, 아슬리는 스물여덟 살의 패션 디자이너다. 아슬리는 연애 조언을 올리는 블로그 ‘러브 택틱스’도 운영한다. 케렘은 동료 투나에게 프로젝트를 빼앗기고, 되찾으려면 한 여자를 자기에게 반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인다. 아슬리는 블로그 독자의 도전을 받아 같은 일을 하기로 한다. 둘은 파티에서 서로를 목표로 삼고, 상대도 같은 내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작전에 들어간다. 연출은 엠레 카바쿠샤크, 각본은 펠린 카라메흐메토을루이고, 2022년 2월 11일 넷플릭스로 공개됐다.

설정은 단순하고, 영화도 그 단순함을 숨기려 들지 않는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 택시에 두고 내린 카디건, 먼저 연락하기를 서로 미루는 신경전까지 장르에서 익숙한 장치가 차례로 나온다. 한쪽이 수를 쓰면 다른 쪽이 비슷한 수로 받아치는 구조라, 둘이 함께 나오지 않는 장면은 같은 생각을 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여 주는 데 그친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작전의 맞대응이 비슷비슷해서 호흡이 늘어진다.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이미 김이 빠질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xfET5C8dFg

영화가 가장 잘 움직이는 곳은 카파도키아다. 출장길 비행기에서 다시 마주친 두 사람은 아슬리 회사의 새 파트너 세르벳과 그의 딸 멜템을 만난다. 멜템은 케렘이 파티에서 피하려 했던 바로 그 집요한 여자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슬리는 세르벳으로 케렘의 질투를, 케렘은 멜템으로 아슬리의 질투를 노린다. 두 사람이 서로를 견제하다가 세르벳과 멜템을 곤드레만드레 취하게 만드는 대목은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기다. 작전을 짜는 쪽이 오히려 제 작전에 휘둘리는 장면이다.

이야기의 온도는 케렘이 아슬리를 자기가 자주 찾던 곳으로 데려가면서 바뀐다. 아슬리는 케렘의 아버지가 어린 시절에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게 된다. 도자기 공방 지하에서 케렘은 작은 꽃병을 건네고, 아슬리가 직접 빚어 보도록 곁에서 도와준다. 이어서 케렘은 아슬리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걸 모른 채 열기구에 태운다. 아슬리는 겁에 질리지만 케렘이 달래 주고, 두 사람은 풍경을 함께 본다. 내기를 이기려는 계산이 슬며시 진심으로 바뀌는 지점이 여기다. 다만 열기구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라, 장면 자체가 새롭다기보다 배우들의 표정이 장면을 살린다.

집으로 돌아온 뒤의 저녁 장면은 더 공이 들어갔다. 케렘은 직접 요리를 하고, 뒤뜰에 프로젝터를 설치해 영화를 튼다. 극 중 주인공들이 빗속에서 키스하는 순간 스프링클러를 틀어 비를 만들어 낸다. 낭만을 연출하는 데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한 장면으로 알려 주는 대목이다. 이어진 대화에서 케렘은 어머니와 함께 치던 피아노 이야기를 꺼낸다. 어머니가 떠난 뒤 그는 피아노를 버리지도, 남이 만지게 두지도, 자기가 치지도 못한다. 버리면 어머니를 보내는 것 같고, 치면 용서하게 될 것 같아서다. 한밤중에 깨어난 케렘이 피아노를 치는 아슬리를 보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꾸밈이 없다.

문제는 그 뒤다. 두 사람이 각자 친구들에게 키스했다고 털어놓고, 투나와 아슬리의 친구 잔수가 사랑에 빠진 거라고 짚어 주는 대목부터 영화는 정해진 길을 따라간다. 아슬리가 블로그를 계속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관객은 이미 결말까지 읽는다. 감정이 깊어지는 후반부는 앞의 가벼운 톤과 잘 이어지지 않아 다소 갑작스럽다. 조연 쪽도 아쉽다. 아타칸 첼리크의 투나, 데니즈 바이다르의 잔수, 하데 일마즈의 에즈기, 도우칸 폴라트의 에미르 같은 친구들은 주인공의 고민을 받아 주는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데멧 외즈데미르는 당당한 디자이너의 모습과 높은 곳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무리 없이 오간다. 쉬크뤼 외즈을드즈는 능청스러운 광고인이 부모 이야기 앞에서 말수가 줄어드는 변화를 차분하게 연기한다. 두 배우의 호흡 덕분에 뻔한 이야기도 끝까지 볼 만하다. 놀라움을 바라고 보면 심심하다. 하지만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면서도 편하게 보고 싶은 밤에는 어울리는 영화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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