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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영화제를 휩쓸고도 관객을 찾아 나선 인도네시아 프로듀서

Penelope H. F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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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출생1982년 7월 1일
Way Kanan, Lampung, Indonesia
직업영화 프로듀서

대부분의 프로듀서는 제작의 뒷단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율리아 에비나 바라(Yulia Evina Bhara)는 그 과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Variety에 “동남아시아에서 프로듀서로 일한다는 건 기획 개발과 투자 유치, 제작부터 배급까지 모든 일을 혼자 해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로 꼽은 것은 배급이었다. 이 한마디는 수상 경력보다 그의 이력을 더 잘 설명한다. 자카르타에 자리한 그의 제작사 KawanKawan Media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일본 감독들의 영화를 칸과 베니스, 로카르노, 토론토, 부산으로 보냈고, 그중 상당수는 수상작이 됐다. 하지만 자국 관객에게 같은 영화를 선보이는 일은 더디고 고된 싸움이었다. 이번 달, 그는 새로운 방식의 승부수를 던졌다. 아시아 독립 프로듀서들의 연합체를 출범시키고 사무국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가 처음 몸담은 분야는 연극이었고, 현장에서 일을 배우며 경험을 쌓았다. 대략 7년 동안 무대 작품을 제작했는데, 대부분 역사와 인도주의를 주제로 한 작품이었다. 이후 Yayasan Partisipasi Indonesia를 통해 영화계로 진출했다. 배우 해피 살마와 함께 문화재단 Titimangsa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연극에서는 “막이 내리면 일이 끝나지만”, 영화에서는 작품이 완성된 뒤에야 일이 시작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1982년 7월 1일 수마트라섬 람풍주에 있는 웨이 카난군에서 태어났다. 2016년에는 인도네시아어로 친구나 동료를 뜻하는 말에서 이름을 따온 KawanKawan Media를 세웠고, 첫 장편영화도 선보였다. 인도네시아에서 Istirahatlah Kata-Kata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Solo, Solitude는 시인 위지 툴쿨이 폰티아낙에서 몇 달간 숨어 지내다 실종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의 구상은 인도네시아 시인들을 기리는 벽화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바라는 작가 옥키 마다사리, 여성 인권 운동가 퉁갈 파웨스트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후 요셉 앙기 노엔을 감독으로 섭외했다. 영화는 로카르노 영화제 ‘현재의 영화 제작자’ 부문에서 처음 공개됐다.

노엔은 이후 바와 꾸준히 협업했다. 외국 촬영팀이 가짜 달 착륙 장면을 찍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뒤 혀를 잃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 노엔의 The Science of Fictions는 2019년 로카르노에서 처음 상영됐다. 이 작품으로 바라는 2020년 인도네시아 영화제에서 시트라상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주연 배우 구나완 마리얀토는 시트라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의 첫 다큐멘터리는 자신이 제작에 참여했던 책에서 출발했다. 1965년과 1966년 대규모 학살 당시 수감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집 Pemenang Kehidupan이다. 바라는 이 자료를 감독 파니 초티마에게 건넸고, 함께 삶을 꾸려간 두 전직 수감자의 이야기를 다룬 You and I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시아 시선상과 시트라상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이후 활동 무대는 지역 전반으로 넓어졌다. 바라는 태풍 하이옌을 풍자적으로 그린 카를로 프란시스코 마나타드의 드라마 Whether the Weather Is Fine와 우밍진의 Stone Turtle을 공동 제작했다. Stone Turtle은 2022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받았다. 같은 해 막불 무바라크의 데뷔작 Autobiography도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서 FIPRESCI상을 수상했다. 은퇴한 장군이 군수를 노리는 가운데, 젊은 가사도우미가 그의 주변으로 끌려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다. 무바라크가 바에게 처음 대본을 건넨 것은 그보다 5년 전이었다. 이듬해에는 아만다 넬 유의 성장 영화이자 신체 공포물인 Tiger Stripes가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을 차지했다. 두 작품은 각국의 제96회 아카데미상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인도네시아는 Autobiography, 말레이시아는 Tiger Stripes를 냈지만 두 작품 모두 후보에 오르지는 못했다. Variety는 2023년 ‘영향력 있는 국제 여성’ 명단에 바를 선정했다.

제작 작품의 폭은 계속 넓어졌다. 넬슨 여의 Dreaming & Dying는 로카르노 영화제 ‘현재의 영화 제작자’ 경쟁 부문에서 황금표범상을 받았고, 니콜 미도리 우드퍼드의 Last Shadow at First Light는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 초청됐다. 노엔의 24 Hours with Gaspar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2024년에는 토지 분쟁으로 고아가 된 다야크족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룰루 헨드라의 Tale of the Land가 부산에서 FIPRESCI상을 수상했고, 즈엉 지에우 린의 Don’t Cry, Butterfly는 베니스 비평가주간 대상을 받았다. 2025년 KawanKawan은 황금종려상 경쟁 부문에 오른 하야카와 치에의 Renoir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또 토론토영화제 센터피스 부문에 선정된 우밍진의 The Fox King은 이후 말레이시아의 제99회 아카데미상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수상 실적 뒤에는 좀처럼 주목받지 않는 숫자가 있다. 그가 제작한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상을 받은 Autobiography는 인도네시아 극장 상영 기간 동안 관객 3만3407명을 모았다. Solo, Solitude는 개봉 첫 달 관객 5만1424명을 기록했다. 바는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수치라고 했지만, 이 숫자는 성과만큼이나 시장의 한계를 보여준다. Tiger Stripes는 감독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검열판으로만 말레이시아에서 상영됐다. 토리노필름랩 같은 유럽의 영화 개발 프로그램에서 대본을 다듬고, 최대 8개국에서 자금을 모아 서구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는 바의 제작 방식은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는 영화를 만들어낸다. 동시에 이런 영화가 결국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지 묻게 한다. 그의 진단은 이력서만큼 낭만적이지 않다. 취약한 고리는 배급이며, 영화제 수상으로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시간을 쏟는 분야가 달라진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2025년 그는 세 곳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카를로비바리영화제 프록시마 경쟁 부문, 그리고 나홍진이 이끄는 부산국제영화제 사상 첫 경쟁 부문 심사위원단이다. 5월에는 아메르타 쿠수마, 프로그램 큐레이터 도미니크 웰린스키와 함께 비평가주간의 이니셔티브인 첫 ‘넥스트 스텝 스튜디오’를 제작했다. 인도네시아에 초점을 맞춘 이 프로그램은 신진 감독들의 단편 네 편을 선보였으며, 그중에는 Holy Crowd와 Annisa도 포함됐다. 작품들은 칸에서 처음 공개됐다. 8월에는 로카르노 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에서 첫선을 보인 레 바오의 Hearing에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10월 부산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서는 공동 제작을 주제로 한 패널 토론이 열렸고, 바라도 패널로 참석했다. 토론 뒤 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대만의 프로듀서 단체 다섯 곳은 아시아 프로듀서 연합(Asian Producers Alliance)의 출범을 발표했다. 독립 프로듀서만 참여하는 연합체로, 스튜디오와 대기업 집단, 정부 기관은 참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바와 한국영화프로듀조합(Producers Guild of Korea)의 한진은 1년 임기의 공동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아시아 지역 공동 제작 확대와 창작자의 지식재산권 보호가 우선 과제로 꼽혔다.

다음 일정도 이미 잡혀 있다. 이달 말 바는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의 미래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연합은 12월 족자카르타에서 열리는 JAFF 마켓에서 두 번째 세미나를 개최한다. KawanKawan의 제작 예정작에는 넬슨 여의 The Drought, Songsmith, Jilah and the Man with Two Names, Voice of Baceprot가 포함돼 있다. 프로듀서 연합이 영화제의 첫 공개 지원만큼 배급에도 힘을 보탤 수 있을까. 그 답은 앞으로 몇 년간 바가 해나갈 일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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