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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공공의 적’ 악역으로 남은 배우가 여전히 멜로를 꿈꾸는 이유

Penelope H. F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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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이성재
Photo: Martin Kraft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출생1970년 8월 23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직업배우
대표작Barking Dogs Never Bite, 카터, 데이지
수상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 대종상 신인남우상 ·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남우상 ·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 · KBS 연기대상 신인남자연기상

이성재는 자신이 정말 만들고 싶은 작품은 멜로라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한국 영화에서 가장 냉혹한 살인자 가운데 한 명, 부모를 살해하는 세련된 펀드매니저를 공공의 적에서 연기했고 봉준호가 처음 연출한 장편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의 바람치고는 뜻밖이다. 지난 15년간 그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남편과 아버지, 검사, 조선의 왕으로 텔레비전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다음 배역 역시 아내가 대학에 가겠다고 선언하는 복싱 코치이자 남편이다. 심은하와 호흡을 맞추며 청춘 멜로의 주인공으로 출발한 그는 이제 연인 역만 빼고 거의 모든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서울 용산구에서 자랐고 동국대학교에서 연극영화학을 공부했다. 과대표를 맡았던 그는 고현정, 이미연과 동기였다. MBC 공채 탤런트로 방송에 입문해 조연으로 활동하다가 KBS 드라마 Lie로 그해 방송사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그의 입지를 바꿔놓은 영화는 Lie와 같은 해인 1998년 12월에 개봉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8세였다. 이정향 감독의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이성재는 휴가를 나온 군인 철수를 연기했다.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갔다가 심은하가 연기한 낯선 여자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각자의 사랑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이 연기로 그는 1999년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춘사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몇 달 뒤에는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노마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무료한 불량배 네 명의 우두머리를 맡았다. 이 영화는 1990년대 후반 최대 흥행작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 와서 보면 다음 작품 선택은 당시보다 더 흥미롭다. 2000년 2월 개봉한 플란다스의 개에서 그는 아파트 단지의 개 짖는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나머지 개들을 납치하기 시작하는 실직한 학자 고윤주를 연기했다. 배두나가 상대역을 맡았고,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했다. 20년 뒤 KBS 라디오에 출연한 이성재는 봉준호를 “함께 작업한 감독 중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부르며, 이제쯤 연락이 올 때도 됐다며 농담을 덧붙였다. “기다리고 있어요.” 그는 2001년 차승원, 김혜수와 함께한 코미디 신라의 달밤으로 김상진 감독과 다시 작업했다.

그리고 그를 따라다니게 된 배역이 찾아왔다. 2002년 1월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에서 설경구는 규칙을 무시하는 형사를, 이성재는 부모를 살해하는 세련된 펀드매니저 조규환을 연기했다. 관객 수는 300만 명에 육박했다. 이성재에게는 첫 악역이었고, 그 대가도 따랐다. 감독은 광고주들이 몇 년 동안 자신을 찾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그는 “아버지가 친구 열 명을 데리고 와서는 다시는 그런 역할을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라고 회상했다. “마음이 아팠죠.” 그는 다시 악역을 맡을 수는 있지만 “멜로를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그에게 조금 더 냉정해진다. 이후 맡은 주연들은 조규환만큼 묵직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빙우에서는 산악인, Dance with the Wind에서는 사교댄서가 됐고, 유위강 감독의 데이지에서는 인터폴 형사를 연기했지만 전지현과 정우성에 이어 세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지강헌을 바탕으로 한 인물을 연기한 홀리데이가 그중 가장 진지한 작품이었다. 1988년 서울에서 탈주범 지강헌이 인질극을 벌이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유명하게 만든 사건을 다룬 영화다. 한국 최초의 3D 장편영화로 홍보된 나탈리에서는 조각가를 맡았지만, 《The Korea Times》는 “싸구려 멜로에 비싼 3D 효과”라는 제목으로 리뷰를 실었다. 그가 계속 바라던 멜로 주인공은 늘 그의 연기 폭에서 약한 쪽이었다. 그는 그 원인의 일부를 업계 탓으로 돌린다. 70세 남성도 40대 여배우와 상대역을 맡을 수 있는 할리우드를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런 조합이 불륜으로 그려진다고 그는 말했다. 일리 있는 불만이지만, 그의 가장 강렬한 연기는 자기야말로 그 방에서 가장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믿는 남자들에게서 나왔다는 점은 간과한다.

텔레비전은 영화보다 먼저 이 점을 알아봤다. 2010년대 초부터 그는 주로 TV에서 활동했다. 케이블 채널의 인기작 How Long I’ve Kissed, 냉혹한 야심가 조관웅을 연기한 구가의 서, 선조 역을 맡은 The King’s Face, 그리고 Abyss와 Diary of a Prosecutor의 조연이 대표적이다. 2013년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초기 출연진으로 합류했다. 이 프로그램은 가족을 해외 유학 보내고 한국에 남아 일하는 남성을 뜻하는 한국식 표현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훗날 캐나다에 있는 딸들에게 아버지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여주려고 출연했다고 말했고, 이듬해가 바뀔 무렵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그의 영화 복귀는 넷플릭스를 통해 이뤄졌다. 201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김기덕 감독의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에 출연한 뒤, 2022년 정병길 감독의 카터에서 김종혁 장군을 연기했다. 기억을 잃은 요원을 환영했다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해 그에게 등을 돌리는 북한군 장교다. MCM 리뷰는 이성재가 “정해진 순서대로 악역을 해야 할 때보다 조용히 있을 때 더 낫다”고 평했다. 20년간 그가 어떻게 활용돼왔는지 잘 요약한 말이다. 그사이 그는 TV 활동도 이어갔다. Show Window: The Queen’s House에서 송윤아와 호흡을 맞추고 TV조선 드라마 Red Balloon에 출연했으며, 2025년에는 JTBC 시리즈 The Art of Negotiation에 잠시 등장해 이제훈이 맡은 인물을 돕는 선배 역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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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96년 김진숙과 결혼했고, 두 사람은 딸 둘을 두었다. 가족은 2010년 무렵 캐나다로 이주했다. 이성재는 2020년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10년이 됐으며, 집에 보내는 돈을 한 번도 늦춘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19년에는 할아버지가 됐다.

KBS는 2026년 10월 13일, 이성재가 양희승 작가의 주말 드라마 학교 다녀왔습니다에서 강지철 역을 맡는다고 밝혔다. 작품은 2027년 상반기 방영 예정이다. 강지철은 운이 다한 전직 복서로, 지금은 체육관을 운영한다. 아내 이정은이 늦은 나이에 대학에 가기로 결심하면서 그의 안정된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1년 가까이 방송되는 편성 형식인 KBS 주말극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계속 바라온 멜로가 아니라 부부 이야기지만, 한국 텔레비전이 그 소원을 들어주는 방식으로는 아마 가장 가까운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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