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Eric Rignot, 남극 빙하가 무너지는 곳을 추적하는 빙하학자

Penelope H. F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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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Rignot
출생1950
Le Chambon-sur-Lignon, France
직업빙하학자
수상NASA 우수 과학 업적 메달 · 줄리아 및 요하네스 웨르트만 메달 · 미국 과학 발전 협회 회원

에릭 리뇨(Eric Rignot)는 남극을 오래 기억에 남는 비유로 설명하곤 한다. 따뜻한 바닷물이 얼음에 닿는 곳에서 남극 대륙은 곳곳이 뚫린 풍선처럼 움직이는데, 모든 곳에 구멍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뚫린 곳은 깊이 파고든다는 것이다. 빙하가 무너질 운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 기자들이 찾는 과학자가 바로 리뇨다. 그가 서남극에 붙인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이라는 표현은 10년이 넘도록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최근 남극 대륙 전체를 조사한 결과, 해안선 대부분은 전혀 이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경고해 온 것은 모든 곳에서 얼음이 녹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는 몇몇 지점, 그리고 그 변화를 계속 과소평가하는 컴퓨터 모델이 문제였다.

리뇨는 프랑스에서 공학을 공부한 뒤 레이더를 통해 미국의 빙하학자가 됐다. 오트루아르 고원에 자리한 마을 르 샹봉쉬르리뇽에서 자랐고, 마을의 국제학교 콜레주리세 세브놀에서 바칼로레아를 마쳤다. 파리 에콜 상트랄에서 공부하고 파리 6대학에서 천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학위 이력은 연구 방법을 잘 보여준다. 리뇨는 1987년 캘리포니아에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 합류했으며, 자신이 NASA와 함께 자랐다고 거리낌 없이 말해 왔다. 그가 활용한 도구는 위성 레이더 간섭계였다. 지상 조사팀이 걸어서 횡단할 수 없는 광대한 지역에서 얼음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측정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빙하 두께 조사와 강설량 모델을 결합해 거대한 빙상이 해안선 전체를 따라 바다로 얼마나 많은 얼음을 흘려보내는지 계산할 수 있었다. 유럽지구과학연맹은 2017년 그에게 루이 아가시즈 메달을 수여하며, 이른바 ‘플럭스 게이트’ 접근법이 남극과 그린란드 빙상의 질량 균형을 처음으로 평가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린란드에서 나온 연구 결과는 그의 초기 발견 가운데서도 특히 충격적이었다. 2006년 리뇨와 파니르 카나가라트남(Pannir Kanagaratnam)은 Changes in the velocity structure of the Greenland Ice Sheet를 학술지 Science에 발표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흐름이 빨라진 출구 빙하 탓에 빙상의 질량 손실 규모가 10년 사이 연간 약 900억㎥에서 2,200억㎥로 대략 두 배 늘었다. 리뇨는 2007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4차 평가보고서에도 참여했고, 2013년 발표된 제5차 보고서에서는 주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2007년 리뇨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 직책을 유지한 채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 교수직을 맡았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그린란드와 남극을 조사한 NASA 항공 관측 임무 오퍼레이션 아이스브리지에서 육상 빙하 연구를 이끌었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그린란드의 피오르와 그 안으로 유입되는 따뜻한 바닷물을 처음으로 지도화한 ‘오션스 멜팅 그린란드’의 부책임자도 맡았다. NASA의 MEaSUREs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연구팀은 2011년 남극 대륙 전체의 얼음 흐름을 담은 첫 지도를 공개했다.

그러다 그 문장이 나왔다. 2014년 5월, 리뇨는 서남극 아문센해로 흘러드는 빙하 여섯 곳을 조사한 연구의 주저자로 참여했다. 파인아일랜드 빙하와 스웨이츠 빙하도 그중에 포함됐으며, 두 빙하에 저장된 얼음이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1.2m 상승할 수 있다. 리뇨는 기자들에게 이 빙하들이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지났다”고 말했다. 이 표현은 단서보다 빠르게 퍼져 나갔다. 리뇨 자신은 얼음 손실이 수백 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추산했지만, 대륙이 붕괴한다는 헤드라인에는 좀처럼 그 시간 규모가 담기지 않았다. 한편 스웨이츠 빙하에는 ‘둠스데이 빙하’라는 별명이 붙었다.

대중이 보는 인물과 현장에서 연구하는 과학자가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독자들에게 그는 얼음에 관한 최악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동료 연구자들 사이에서 그는 계속 수치를 따져 묻는 사람이다. 2015년 제이 즈왈리(Jay Zwally)가 이끈 NASA 고다드 연구팀은 학술지 Journal of Glaciology에 남극이 잃는 얼음보다 강설로 얻는 얼음이 더 많다는 논문을 발표해 리뇨가 구축한 기록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측정 결과는 대체로 얼음 손실 쪽을 뒷받침했다. 리뇨가 2019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 Four decades of Antarctic Ice Sheet mass balance from 1979–2017는 남극의 연간 얼음 손실량이 1979~1990년에는 약 400억t, 2009~2017년에는 2,520억t이었다고 추산했다. 그에게 정당하게 제기할 수 있는 비판이 있다면 산술이 아니라 압축의 문제다. 그가 가장 자주 인용되는 표현은 수백 년을 하나의 뉴스 주기로 접어 넣고, 남극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다수 지역은 그가 알려진 틀 바깥에 남겨 둔다.

2026년 3월, 리뇨는 같은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를 이끌며 그 틀을 직접 보완했다. 연구진은 위성 레이더 자료를 이용해 30년간 남극의 접지선, 즉 얼음이 기반암에서 떨어져 떠오르기 시작하는 경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했다. 해안선의 77%에서는 1996년 이후 접지선 이동이 없었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바닥에 붙어 있던 얼음 1만2,820㎢가 사라졌다. 파인아일랜드 빙하의 후퇴 거리는 33㎞, 스웨이츠 빙하는 26㎞, 스미스 빙하는 42㎞였다. 리뇨는 남극 전체가 지금 당장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다음 단계가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0월에는 더 날카로운 결과가 나왔다. UC 어바인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던 마티아 포이넬리(Mattia Poinelli)가 이끈 모델 연구가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스웨이츠 빙하의 바닥을 가느다란 선으로 보지 않고, 따뜻하고 압력을 받은 바닷물이 여전히 해저에 놓인 얼음 밑까지 들어오는 폭 수 킬로미터의 접지대로 다뤘다. 이 모델은 스웨이츠 빙하가 2100년까지 해수면을 높이는 정도를 대략 두 배로 끌어올려 최대 30㎜로 추정했다. 또 현재 빙하를 지탱하는 해저 고지대인 무지노 능선에서 빙하가 떨어져 나올 확률을 60%로 제시했으며, 그 시점은 금세기 말 이전일 수 있다고 봤다. 공동 저자인 리뇨는 스웨이츠 같은 빙하 아래에서 증거가 쌓이면서 “경각심은 한층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갈수록 빠듯해지는 예산 여건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2025년 10월 소속 대학과의 인터뷰에서 리뇨는 2023년 NASA로부터 네 번째 5년 지원금을 받은 MEaSUREs 프로그램이 지구과학 예산 삭감으로 중단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해 여름 발사된 NASA와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의 레이더 위성 NISAR 역시 자체적으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문제의 핵심을 지식에 근거해 결정할 것인지, 이념에 따라 결정할 것인지의 선택으로 설명했다.

2025년 초 리뇨는 동남극의 킹보두앵 빙붕에서 24일을 보냈다. 350m 깊이 시추공에서 드릴 헤드를 잃은 뒤에는 벨기에의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기지에서 박사과정 학생의 논문 심사를 지켜봤다. 2018년 미국국립과학원 회원, 2025년 미국국립공학한림원 회원으로 선출됐고 엘즈워스랜드의 빙하에 자신의 이름까지 붙은 리뇨는 이제 University of Antarctica Research Center를 지원하고 있다. 이 국제 컨소시엄은 2032~2033년 차기 국제극지의 해에 맞춰 운영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NISAR는 12일마다 남극 대륙 전체를 촬영하도록 설계됐다. 그 자료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 계속 쌓일지가 리뇨가 다음 후퇴를 얼마나 측정할 수 있을지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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