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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영 JTBC 신작, 20년을 기다린 감독의 자격지심을 해부한다

구교환·고윤정 주연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4월 18일 JTBC·넷플릭스 동시 방영
Molly Se-kyung

황동만(구교환)은 20년째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영화계 집단 ‘더 에이트’의 나머지 일곱 명은 모두 감독, 프로듀서, CEO로 자리를 잡았다. 그만 아직이다.

JTBC 새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그 ‘아직’이 어떻게 한 사람의 정체성을 잠식하는지를 박해영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국제 방영 제목 ‘We Are All Trying Here’는 연대의 제스처처럼 읽히지만, 한국 제목은 다르다.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위로가 아니라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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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에이트의 구조

황동만이 속한 집단은 그 자체로 이 드라마의 핵심 장치다. 여덟 명이 함께 출발했고, 일곱 명은 도착했다. 황동만만 도착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매번 모임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성공한 박경세(오정세) 감독의 불안도 같은 구조에서 나온다. 다섯 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가 듣는 말은 하나다. “데뷔작이 제일 좋았어요.” 황동만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만이 그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박해영이 침묵으로 쓰는 방식

《나의 아저씨》(2018), 《나의 해방일지》(2022)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박해영의 작법은 일관된다. 인물들은 말하지 않는 것으로 상처를 드러낸다. 황동만의 끝없는 수다는 성격이 아니다. 침묵 속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방어 기제다.

변은아(고윤정)의 불안은 신체 증상으로 나온다. 버려질 것 같은 공포가 찾아오면 코피가 난다. 황진만(박해준)은 시인이었다. 재능의 한계를 경험한 뒤 무너져 현재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해방의 정체를 끝내 이름 붙이지 않았던 것처럼, 이 드라마도 무가치함을 해결하지 않는다. 그것이 박해영의 방법이다.

헬조선과 창작 산업

헬조선의 탈출구로 많은 사람이 창작을 택했다. 스펙 경쟁 대신 재능, 수직적 위계 대신 동료 집단. 그러나 더 에이트의 구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영화계에도 데뷔라는 관문이 있고, 그 안쪽과 바깥쪽은 엄연히 다른 세계다.

황동만은 기존 경쟁을 거부해서 여기 있는 게 아니다. 비관습적인 경로에서도 거부당한 것이다. 자신이 쏟은 세월이 돌아오지 않을 때, 사람은 무엇을 하는가. 드라마는 이 질문을 열어 두고 닫지 않는다.

방영 정보

차영훈 감독(《동백꽃 필 무렵》, 《웰컴투 삼달리》)이 연출을 맡았다. 구교환에게는 첫 TV 드라마 주연작이다. 영화 배우가 영화 감독 지망생을 연기한다는 캐스팅 자체가 이 드라마의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4월 18일 JTBC(밤 10시 40분)에서 첫 방영된다. 넷플릭스 해외판은 같은 날 공개되며, 넷플릭스 한국은 19일부터 스트리밍된다. 총 12부작, 매주 토·일 방영. 5월 24일 완결. 주연: 구교환, 고윤정, 오정세, 강말금, 박해준, 배종옥, 한선화, 최원영. 극본 박해영, 연출 차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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