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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mbieverse: 화려하지만 깊이는 얕은 좀비 생존 쇼

Veronica L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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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이 네온사인으로 물든 서울 거리를 질주하며 섬뜩하게 흰 눈을 한 채 비틀거리는 좀비들을 피해 달아나는 순간, Zombieverse가 평범한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넷플릭스 리얼리티 시리즈인 이 작품은 출연진을 극도로 양식화된 좀비 아포칼립스 한복판에 던져 넣고, 생존 미션과 언데드 무리를 결합한다. 하지만 피 튀기는 재미 아래에는 공허한 속내가 자리해,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려는 건지 의문을 남긴다.

겉으로만 보면 Zombieverse는 리얼리티 예능에 신선한 변주를 더한 작품처럼 들린다. 딘딘과 츠키(후쿠토미 츠키)를 비롯한 유명인 10명이 좀비로 뒤덮인 서울을 누비며 감염자들을 피하고 여러 퀘스트를 수행한다. 생존 게임과 좀비 장르의 인기를 활용한 설정이지만, 실제로는 재치나 지구력을 시험하는 무대라기보다 테마파크 놀이기구에 가깝다. 시작부터 출연진이 실제로 실패할 리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 모든 도전 과제가 치밀하게 짜여 있고 결과도 이미 정해져 있어, 긴장감이란 긴장감은 모조리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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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mbieverse가 제 몫을 해내는 부분은 시각적 감각과 프로덕션 디자인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장면은 아름답게 촬영됐으며, 미래적인 도시 풍경과 으스스한 폐허를 절묘하게 뒤섞는다. 좀비 분장도 인상적이다. 특히 초록빛 피부에 흐트러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츠키의 좀비 캐릭터 ZombieO는 개성 없는 좀비 엑스트라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인다. 출연진의 매력도 작품에 힘을 보탠다. 특히 이시영과 노홍철은 과장된 반응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작품의 엉뚱한 분위기를 한껏 살리며 각자의 역할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진짜 위기감이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잔혹한 생존 과제와 묵직한 사회 비판을 균형 있게 엮은 Squid Game과 달리, Zombieverse는 넷플릭스 특수효과팀을 위한 거창한 홍보 영상처럼 느껴진다. 좀비가 가득한 미로에서 탈출하거나 안전 구역을 열기 위해 퍼즐을 푸는 등의 퀘스트는 기발하지만, 결국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않는다. 출연진은 한 번도 진짜 위험에 처한 듯 보이지 않고, 작품의 유머도 날카로운 각본보다는 슬랩스틱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

가장 큰 실수는 톤을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Zombieverse는 호러 코미디인지, 생존 드라마인지, 아니면 그저 가벼운 게임 쇼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좀비가 가짜 팔다리를 뜯어내고 출연진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어두운 장면을 보여주다가도, 곧 과장된 개그와 유치한 한마디로 분위기를 깨버린다. 이처럼 톤이 급격히 오락가락하니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어렵다.

출연진의 활약은 엇갈린다. 이시영과 노홍철은 사실상 프로그램의 리더 역할을 맡아 빛을 발하고, 가장 황당한 상황에서도 두 사람의 호흡은 생생하다. 딘딘과 츠키는 젊은 에너지를 더하지만, 두 사람의 역할은 다소 단조롭게 그려진다. 한편 파트리샤 토나 욤비와 박나래는 흥미가 덜한 퀘스트를 맡아, 작품의 들쭉날쭉한 각본을 두드러지게 한다.

연출은 무난하지만 특별한 개성이 없다. 제작진은 이야기의 밀도보다 볼거리를 우선시한 듯, 서사적 연결성이 부족한 화려한 장면을 매회 쏟아낸다. 전개 속도도 일정하지 않다. 출연진이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벌이는 동안 늘어지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하면, CGI 좀비와 타이밍이 어긋난 깜짝 연출이 정신없이 이어지며 순식간에 지나가는 에피소드도 있다.

주제 면에서도 Zombieverse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계급 갈등이나 생존의 무의미함 같은 더 깊은 이야기를 슬쩍 내비치지만, 정작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파고들지 않는다. 대신 좀비 무리를 유명세의 압박이나 고된 일상에 빗대는 얄팍한 비유에 그친다. 이런 장면은 억지로 덧붙인 듯한 인상을 주며, 작가들이 오락 이상의 목적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

가장 아쉬운 건 진짜 위기감이 없다는 점이다. Squid Game이나 The Walking Dead 같은 생존물에서는 인물들이 자신의 행동에 따른 현실적인 대가를 치른다. 하지만 여기 출연진은 자신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 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눈빛에 절박함도, 피부에 와닿는 공포도 없다. 관객의 웃음이나 탄성을 끌어내기 위해 미리 연습한 반응만 연달아 펼쳐질 뿐이다.

그렇다고 Zombieverse에 인상적인 순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회에서는 출연진이 함께한 시간과 겪어온 도전을 돌아보며 뜻밖에도 감동적인 작별을 건넨다. 드물게 작품이 진솔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며, 나머지 에피소드도 절반만큼이라도 진지하게 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결국 Zombieverse는 시각적으로는 인상적이지만 속은 텅 빈 구경거리다. 틱톡의 공포 챌린지를 넘겨보듯 짧게 즐기기에는 괜찮지만, 말 그대로든 비유적으로든 이를 파고들 만한 깊이는 없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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