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와 금융

앤트로픽, 34억 달러 들여 가스 발전기 대기 줄 건너뛰었다

거래 대상은 OnePWR Solutions가 캐터필러에 주문한 1.7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발전기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샌안토니오에 있는 이 회사 자체를 인수하지는 않았다
Victor Mas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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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조만간 납품받을 수 있는 대형 발전기를 구하는 일은 최고급 반도체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앤스로픽은 방금 발전기 한 줄을 통째로 사들였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클로드를 만든 앤스로픽은 텍사스의 한 장비 공급업체가 캐터필러에 미리 넣어둔 가스 발전기 주문을 넘겨받았다. 이 신문은 AI 연구소가 발전 장비를 한 번에 구매한 사례 가운데 알려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이번 거래는 AI 경쟁의 전선이 어디로 옮겨갔는지를 보여준다. 기술 기업들은 그동안 가정과 마찬가지로 전력회사나 전문 발전사업자로부터 전기를 사서 썼고, 터빈과 인허가, 송전선은 다른 업체에 맡겼다. 앤스로픽은 그 단계를 건너뛰었다. 공급업체의 고객이 되기를 기다리는 대신 공급업체가 대기열에서 차지한 자리를 사들였다. 챗봇과 코딩 에이전트로 가장 잘 알려진 기업이 이제 주문 제작 중인 가스 엔진 설비를 통째로 확보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앤스로픽이 9월 말 샌안토니오에 본사를 둔 장비 공급업체 원파워 솔루션스(OnePWR Solutions)에 34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계약에는 대형 발전기 1.7기가와트 규모의 공급 약정이 포함됐다. 원파워는 약 2년 전 캐터필러에 해당 발전기들을 주문해둔 상태였다. 앤스로픽은 처음에는 원파워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계획이었지만, 이후 발전기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엔지니어링 및 시공 역량과 함께 발전기 주문 자체를 넘겨받기로 했다. 원파워를 인수한 것은 아니며, 원파워 직원이 앤스로픽으로 옮긴 것도 없다. 두 회사는 신문에 논평을 거부했다.

앤스로픽이 사들인 것은 시간이다. AI 개발사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속도를 내면서 가스터빈과 대형 발전기 수요가 공장 생산능력을 넘어섰고, 새로 주문하면 제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캐터필러의 생산 일정에 이미 올라 있는 주문 물량을 확보한 앤스로픽은 가까운 시일 내에, 그리고 향후 2년에 걸쳐 발전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규모를 가늠해보면 1.7기가와트는 대형 원자로 한 기의 발전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경쟁사들은 규모 면에서 앤스로픽만큼은 아니더라도 먼저 움직였다. 일론 머스크의 xAI는 멤피스에서 콜로서스 슈퍼컴퓨터를 가동하기 위해 자체 가스터빈을 들여왔고, 알파벳은 지난해 데이터센터 전력 사업 개발업체 인터섹트를 인수하기로 했다. 앤스로픽이 서두르는 이유는 자체 비용만 봐도 드러난다. 지난달 공개된 기업공개(IPO) 투자설명서에는 2025년 말 이후 체결하거나 수정한 컴퓨팅·데이터센터 계약에 따른 최소 지급액이 약 4,170억 달러로 기재됐다. 스페이스X의 AI 사업부에서 임차하는 GPU 용량은 전량 인도되면 월 약 31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건물 안의 반도체는 아무런 수익도 내지 못한다. 이 모든 계약은 전기가 제때 들어온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MCM은 10월 이 공시를 분석하면서 다리오 아모데이가 AI 매출 발생 시점을 단 1년만 잘못 예측해도 회사가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대목에 주목했다. 발전기는 컴퓨팅 계약과는 성격이 다른 베팅이다. 임차 계약 중에는 통보만으로 해지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가스 엔진은 실물 자산이다. 장비 부족이 심각한 지금 같은 시장이라면 다른 구매자들이 기꺼이 앤스로픽의 손에서 가져갈 만한 자산이기도 하다.

보도는 몇 가지 의문을 남겼다. 발전기를 어디에 설치할지,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력을 공급할지 아니면 전력망 연결을 보완하는 비상 전원으로 쓸지, 가스를 얼마나 태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가스 발전은 배출량도 늘린다. 대형 AI 개발사들이 자사 모델에 전력을 공급할 방안으로 풍력·태양광·원자력 계약을 내세워온 상황과도 대비된다.

원파워는 앤스로픽 같은 고객에게 전기를 팔기 위해 발전기를 주문했다. 앤스로픽은 발전기를 직접 소유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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