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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암살자(들)’, 영부인 저격 사건의 배후를 다시 묻다

Liv Altman

한 노형사가 목격해서는 안 될 총격을 본다. 한 사회부장이 쓴 기사는 끝내 지면에 실리지 못한다. 한 수습기자는 윗선이 이미 닫아버린 질문을 계속 파고든다. 허진호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은 방아쇠를 당긴 자가 누구인가보다, 그 사건에 대해 국민이 무엇을 알아도 되는지를 결정하는 시스템에 긴장의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기록을 둘러싼 다툼이다. 진실을 재구성하려는 사람들과, 이미 합의된 설명을 지키려는 조직이 부딪친다. 증거는 사라지고, 목격자는 입을 다물라는 경고를 받으며, 신문 1면은 하룻밤 사이에 뒤바뀐다. 은폐는 고함이 아니라 절차로 쌓인다. 작은 행정적 선택들이 모여 거대한 거짓말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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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이 곧 이 영화의 주장이다. 유해진은 형사 박철구를 영웅이 아니라 우직한 생활인으로 그린다. 그 평범함이 핵심이다. 박해일은 사회부장 김재환을 맡아, 압박받는 언론의 양심을 대변한다. 그리고 이민호는 멜로드라마 이미지를 벗고 수습기자 한영일로 분해, 편집국에서 가장 어리고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세 갈래의 고집이 같은 벽을 향한다.

‘암살자(들)’은 허진호에게 분명한 방향 전환이다. 그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처럼 사건보다 감정이 무게를 지는 절제된 멜로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 영화는 그 절제를 정치 스릴러로 옮겨, 그리움 대신 제도에 대한 공포를 담는다. 토론토에서 영화를 본 평자들은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붙는, 폭발보다 응축으로 향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야기의 뼈대는 실제 상처다. 1974년 광복절,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대통령 연설 도중 총성이 울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무사했지만, 부인 육영수 여사가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수사당국은 재일교포 문세광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물로 지목했고, 그는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형됐다. 영화는 총격 자체를 재현하기보다, 그 뒤에 닫혀버린 질문과 잘려나간 보도를 파고든다.

결국 이 작품은 살인만큼이나 언론에 관한 영화다. 편집국 장면이 영화의 도덕적 무게를 짊어진다. 그만두라는 말을 여러 번 듣고도 취재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을 따라간다. 박해일은 프리미어 인터뷰에서 이 역할을 ‘언론의 자유와 원칙에 대한 이야기’로 설명했고, 완성된 영화는 그 확신을 감추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지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암살자(들)’은 폭로가 아니라 드라마다.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기보다 의혹을 무대에 올리며, 역사적 기록은 여전히 사건의 실행범으로 문세광을 지목한다. ‘배후는 누구인가’라는 틀은 극적 장치이지 새 사실이 아니다. 토론토의 일부 평자들은 상영 시간에 비해 너무 많은 곁가지와 인물을 끌어안은 촘촘한 각본을 약점으로 꼽기도 했다.

A night scene from Hur Jin-ho 2026 Korean thriller The Assassins
A scene from Hur Jin-ho thriller The Assassins, 2026

중심 세 인물 곁에는 최유리, 류혜영, 김대명, 배성우, 박지환이 함께한다. 각본은 권기준과 이지민이 썼고, 제작은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맡았다. 상영 시간은 131분, 드라마·범죄·스릴러 장르다.

‘암살자(들)’은 9월 16일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9월 23일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국내 관객과 만난다. 한국의 대작들이 정면으로 맞붙는 시기다. 미국·스페인·멕시코·브라질 등 해외 개봉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 최유리 — Choi Seung-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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