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All-Time High》, 유쾌한 사기극의 화학작용은 끝내 제대로 빛나지 않는다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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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앵 로열(Julien Royal)의 《All-Time High》는 일이 꼬일 대로 꼬인 유세프(나심 리에스, Nassim Lyes)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명품 핸드백 암시장 거래가 끊기자 그는 형제가 운영하는 불법 포커판에 앉아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롤렉스를 담보로 내놓고, 계속 돈을 잃는다. 이내 싸움이 벌어진다. 입만 무기인 듯 보였던 유세프는 의외로 제법 몸을 쓸 줄 알고, 부상이 심각해지기 전에 재빨리 달아난다. Cinema Express에 따르면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판돈을 내내 비웃는 요란한 여성을 만나는데, 그녀 역시 이미 도박장 주인들을 속여 먹은 뒤다. 경쾌하고 웃음도 나는 출발이며, 이 영화의 규칙을 단번에 제시한다. 여기 있는 사람은 누구나 꿍꿍이가 있고, 악수 한 번도 믿지 않는다.

설정은 단순하다. 돈이 궁한 사기꾼과 암호화폐로 거액을 쥔 여자가 서로에게 끌리고, 영화는 그때부터 그녀가 그의 완벽한 먹잇감일지, 아니면 그가 그녀의 먹잇감일지 흥미를 끈다. Cinema Express는 진부한 설정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영화가 제법 흥미롭게 풀어낸다고 평한다. 두 가지 모두 맞는 말이다. 줄거리의 윤곽만 놓고 보면 새로울 것이 없고, 영화도 그 사실을 아는 듯하다. 대신 분위기에 힘을 쏟는다. Ready Steady Cut은 액션, 코미디, 로맨스, 드라마가 뒤섞여 있다고 짚는데, 보고 있으면 네 편의 영화가 번갈아 운전대를 잡는 기분이다.

로맨스는 제대로 살아나는 부분이다. 스테파니를 연기한 나심 리에스와 조에 마르샬(Zoé Marchal)은 어울릴 듯 말 듯한 조합이고, 영화는 그 점을 적극 활용한다. Cinema Express는 두 사람 사이의 케미가 관객의 관심을 붙드는 핵심이라고 꼽는다. 가장 좋은 예는 슈퍼마켓 장면이다. 스테파니는 암호화폐를 팔고 나면 자신이 얼마나 부자가 될지 줄줄이 늘어놓다가, 계산대에서는 식료품값을 낼 수 없다며 소란을 피우고, 결국 유세프가 계산 대부분을 대신한다. 부유한 여자를 등쳐 먹으려던 남자가 그녀의 장을 봐주는 셈이다. 누가 누구에게 빠지는 건지, 다정함마저 또 하나의 연기인지 알 수 없다. 이 불확실성이 영화의 동력이 된다. 추격전보다 더 큰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리에스가 연기하는 남자에게는 이름이 여럿이다. 관객에게는 유세프지만 여자친구의 세계에서는 티아고다. Ready Steady Cut은 그녀 앞에서 그럴듯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벌이는 잔꾀들이 하나둘 무너지면서 가면이 쿵 하고 바닥에 떨어진다고 짚는다. 같은 리뷰는 그를 촌스럽지만 매력적이지는 않은 인물이라고 부르는데, 불평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칭찬이다. 번드르르한 말솜씨가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 세일즈맨 같은 인물이고, 리에스는 그 모습을 능숙하게 살린다. Ready Steady Cut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정체와 실제 모습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그의 연기를 칭찬한다. 바로 가발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변장이 더는 웃음거리가 아닌 순간, 그 아래 감춰져 있던 남자가 마침내 드러난다. Cinema Express의 평가는 조금 더 박하다. 이따금 코믹한 타이밍이 훌륭하지만, 대본이 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리에스가 자신에게 주어진 대사보다 한발 앞서 있는 구간이 분명히 있다.

마르샬에게는 더 까다로운 과제가 주어진다. Ready Steady Cut은 그녀의 스테파니를 신경증적이고,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속은 불안한 인물로 묘사한다. 마르샬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이 모순을 붙든다. 한 장면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만만하다가 다음 장면에서는 쉽게 부서질 듯하다. Cinema Express가 전하듯 그녀는 한순간 거액의 재산을 뽐내고, 다음 순간 식료품값 때문에 떼를 쓴다. 마르샬은 이를 두 개의 농담이 아니라 한 여성의 상반된 면모로 함께 보여준다. 스테파니를 만만한 먹잇감처럼 연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사기가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코미디는 또 다른 문제다. 영화는 슬랩스틱과 스크루볼 코미디를 바탕으로 한다. Ready Steady Cut은 고함과 몸을 쓰는 연기, 과장된 상황이 넘쳐나며, 인물들이 상황을 이해하려 애쓸수록 가장 정신없이 날뛴다고 말한다. 이런 장면이 먹힐 때는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Cinema Express는 영화 내내 웃기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대체로 불필요하게 저속한 데 그친다고 평하는데, 반박하기 어렵다. 목청에 기대는 농담은 몇 분이면 힘이 빠진다. 잘못된 의상을 입고 엉뚱한 테이블에 앉은 남자처럼 난처한 상황에 기대는 농담이야말로 남겨둘 만하다.

한 가지 면에서는 이 영화가 비슷한 규모의 보통 코미디보다 나은 성과를 낸다. Cinema Express는 큰물에서 놀고 싶어 하는 유세프의 욕망을 짚는다. 부유한 여자친구의 집에서 그녀의 아버지와 오빠는 번쩍이는 옷차림과 과장된 태도로 자신을 돋보이려는 유세프를 조롱한다. 계급을 다루는 짧고 잔인한 장면이며, 어떤 대사보다도 그의 거짓말을 잘 설명한다. 유세프에게 돈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 열어주는 방들이고, 바로 그 방들에서 사람들이 그를 비웃는다.

약점은 줄거리다. Ready Steady Cut은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영화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졌다고 인정한다. 중심인물 둘이 모두 거짓말을 일삼는 탓에 누구의 의도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고, 차를 끓이려고 영화를 멈추고 싶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Cinema Express도 다른 각도에서 비슷한 결론에 이른다. 주연 배우의 속도를 대본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가 감수해야 하는 구조적 위험이다. 두 주인공이 매 장면 거짓말을 하면 관객은 반전의 전후를 비교할 기준점을 잃고, 놀라움도 더는 놀랍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Ready Steady Cut은 인물들의 속내를 파악하느라 관객을 바쁘게 만들고, 전개가 늘어지지 않도록 한 각본을 높이 평가한다. 영화는 계속 움직이지만, 어디로 향하는지 늘 분명한 것은 아니다.

격투 장면은 따로 짚을 만하다. Ready Steady Cut은 기대와 달리 괜찮고 안무도 잘 짜였으며 상당히 폭력적이라고 묘사한다. 진지한 액션 요소가 더해져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데도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나는 조금 다르게 보고 싶다. 꽤 반가운 의외의 요소이고, 포커 도박장 난투극은 유세프가 말솜씨만으로 버티는 사람이 아님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잡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엉망인 가발을 쓴 남자를 보고 웃기려는 영화가 구타 장면과 늘 편안하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조연진도 많고 분주하다. 아드리앵 에사미르(Adrien Essamir)가 파피용을, 유세프 라말(Yousef Ramal)이 파르팽을 맡았고, 요벨 레우코프스키(Yovel Lewkowski)는 야엘, 야신 스타인(Yassine Stein)은 자크, 에리크 쿨레(Eric Cullet)는 카미옹을 연기한다. 별명만으로도 로열이 그려내는 지하 세계의 윤곽이 드러난다. 각자 별칭으로 불리는 잔챙이 사기꾼들이 모인 곳이다. 하킴 제밀리(Hakim Jemili), 시릴 간,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Adèle Exarchopoulos)는 모두 본인 역으로 출연해 작품에 유명인을 알아보는 재미를 더한다.

Ready Steady Cut에서 나온 기술적인 언급도 하나 있다. 원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영화를 본 리뷰어는 성우들의 연기를 칭찬하며, 더빙의 질이 크게 향상됐고 코미디도 효과적으로 전달됐다고 평한다. 코미디는 더빙 과정에서 타이밍을 잃기 쉬우니, 리듬에 기대는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사소한 칭찬이 아니다.

Ready Steady Cut에 따르면 결말은 강렬하면서도 따뜻하고, 예상 밖의 방식으로 판돈을 건 사람이 도리어 당하는 결말로 처음과 끝을 잇는다.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 허세와 허풍이 넘치는 장면을 그렇게 많이 거친 뒤라, 영화가 마침내 무언가를 확실히 밀어붙이는 순간은 반갑다. 따뜻한 여운도 앞서 나온 저속한 유머를 생각하면 기대 이상으로 잘 살아난다.

《All-Time High》는 들쭉날쭉하지만, 그 와중에도 신나게 논다. 호감 가는 주연 조합과 몇몇 인상적인 장면, 그리고 영화가 스스로 깨닫는 것보다 더 날카롭게 꽂히는 계급 풍자가 있다. 반면 거친 유머와 길을 잃는 이야기, 때때로 작품에 역효과를 내는 톤의 뒤섞임도 있다. 리에스와 마르샬, 그리고 슈퍼마켓 계산대 장면을 보러 가자. 나머지는 금세 잊어도 좋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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