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한 결말》, 쓰리섬 코미디 뒤에 숨은 침묵의 대가를 정직하게 그리다

요세 두크 감독의 2023년작, 연인 사이 여성의 욕망을 유머와 진심으로 바라본다.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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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결말〉(2023)은 네덜란드의 요스예 둑(Joosje Duk) 감독이 쓰고 연출해 2023년 9월 넷플릭스에 공개한 로맨틱 코미디다. 가이테 얀센이 루나, 마르틴 라케마이어가 교제 1년 차 남자친구 미크, 조이 델리마가 이브를 맡았다. 제목부터 반어다. 영화는 루나가 132번째 가짜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그 순간 주인공에게 행복한 결말은 없다. 성적 불만족이라는 소재만 보면 흔한 섹스 코미디를 떠올리기 쉽다. Ready Steady Cut도 장르 딱지만 보고 어떤 영화일지 짐작하기 쉽다고 썼고, 실제로는 그 예상과 꽤 다르다고 평가했다.

도입부는 영리하게 짜여 있다. Decider에 따르면 매트리스가 쿵쿵 울리고, 미크는 문 밖에 서서 정말 달아올랐을 때 소리가 얼마나 새어 나갈지 가늠한다. 그런데 매트리스 위에서 뛰고 있는 사람은 루나다. 격렬하게 들리던 소리는 리허설이었던 셈이다. 곧이어 루나의 내레이션이 진실을 말한다. “이게 내 132번째 가짜 오르가슴이었어.” 숫자 자체가 웃음 포인트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132라는 숫자가 알려 주는 것은 루나가 그만큼 오래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몇 분 만에 자기 톤을 정한다. 가볍고 직설적이며, 그 아래에는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Ready Steady Cut은 이 도입부가 관객의 예상을 뒤집는다고 썼고, 영화 전체를 다정하면서도 뜻밖에 쌉쌀한 이야기로 읽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허울뿐인 것은 아니다. Decider의 설명대로 둘은 같은 해변 바에서 일하다 가까워졌고, 함께 춤추고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코스프레 디너 파티에 간다. 루나는 미크의 집으로 이사까지 했다. 사랑이 가짜가 아니기에 문제가 더 풀기 어려워진다. 미크가 곯아떨어지면 루나는 욕실로 가 비누통에서 진동기를 꺼내 혼자 마무리한다고 Decider는 전한다. 이 장면은 야하다기보다 쓸쓸하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 누워 있으면서도 자기 몸의 일은 몰래 해결해야 하는 사람의 모습이 거기 있다.

전환점은 1주년이다. Decider에 따르면 친구가 선물한 폭신한 수갑에서 제3자를 침대에 들이자는 발상이 나오고, 루나가 제안하자 미크는 선뜻 받아들인다. The Movie Culture는 식당에서 ‘트리오’라는 이름의 무알코올 칵테일이 화제에 오르고, 루나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슬쩍 쓰리섬 이야기를 꺼낸다고 전한다. 미크는 처음에 망설이다 응한다. Common Sense Media의 설명처럼 루나는 진짜 이유, 즉 미크와 있을 때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그를 설득한다. 해야 할 말 한마디를 건너뛰고 문제를 세 사람의 침대로 옮겨 놓는 것, 이것이 루나라는 인물의 핵심 결함이고 영화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상대를 꼬드기려는 시퀀스는 Decider가 코믹한 대목으로 꼽는데, The Movie Culture에 따르면 루나는 아무리 애써도 플러팅을 못 하는 사람이다.

인연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된다. The Movie Culture는 루나가 자전거로 돌아다니다 이브(조이 델리마)와 눈길을 주고받고, 이후 데이팅 앱에서 그를 찾아 만남을 잡는다고 적는다. 커플의 제안을 이브가 받아들인 뒤, 이브가 루나에게 섹스에서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 질문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Ready Steady Cut의 표현대로 미크가 루나의 필요를 끝까지 알아채지 못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1년을 함께한 연인은 묻지 않았고, 처음 만난 사람이 묻는다. The Movie Culture에 따르면 루나가 처음 절정에 이르는 상대도 미크가 아니라 이브다.

이 지점에서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사랑과 욕망이 반드시 같은 사람을 향하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Medium에 실린 한 글은 제목부터 ‘이성애 커플을 위한 해피엔딩?’이라고 묻고, 또 다른 리뷰는 루나가 이브에게 느끼는 감정이 만족에 대한 갈망인지 자신의 성적 지향에 대한 물음인지를 따진다. 영화가 이 물음에 어떤 답을 내놓는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겠다. 다만 그것이 곁가지가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 질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Common Sense Media는 백인 커플이 흑인 여성을 초대하는 구도라는 점도 짚었는데, 네덜란드 배우들이 주로 나오는 이 영화에서 이브가 어떤 위치에 놓이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루나는 정이 가는 만큼 답답한 인물이기도 하다. Decider는 입만 열면 해결될 일을 끝내 말하지 않는 주인공 때문에 화가 난다고 솔직하게 적었다. Common Sense Media는 한층 엄하다. 루나가 꼬박 1년을 정직하지 못했고 미크 몰래 바람도 피우며, 진실을 알게 된 미크가 화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두 비판 모두 타당하다. 영화는 루나를 변호하지 않고 그의 선택이 낳는 결과를 그대로 놓아 두며, Ready Steady Cut이 말했듯 이 선택은 관객 사이에 토론을 부른다. 속도가 느리고 로맨스와 드라마, 코미디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Rotten Tomatoes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이 머뭇거림은 영화의 약점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지탱하는 것은 배우들이다. Ready Steady Cut은 가이테 얀센이 루나에게 복합적인 결을 주면서도 코믹하게 가볍고 유쾌한 연기를 해낸다고 평가했다. 과장된 신음 소리와 욕실에서 혼자 마무리하는 쓸쓸함을 한 배우가 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르틴 라케마이어가 연기하는 미크는 악역이 아니라 그저 몰랐던 사람이어서, 진실이 드러날 때 그가 받는 상처가 설득력을 얻는다. 조이 델리마의 이브는 이야기에 새로운 방향을 열어 주고, 루나가 처음으로 자기 욕망을 말로 마주하는 상대가 된다.

연출은 절제되어 있다. Ready Steady Cut에 따르면 요스예 둑은 가벼운 손길로 영화를 이끌면서도 중심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고, 영화는 여성의 시선을 통과한다. 약 90분의 상영 시간은 늘어지지 않고, 대사와 성애 장면은 노골적이지만 선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매체는 이 영화가 여성과 남성의 쾌락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대해서도 불편한 진실을 피하지 않는다고 썼다. 다만 Common Sense Media가 알리듯 노골적인 성애 장면과 거친 욕설, 음주 장면이 적지 않고, 영화는 네덜란드어 대사에 영어 자막으로 제공된다. 누구에게나 선뜻 권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행복한 결말〉은 완벽하지 않다. 장르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상은 분명하고, 주인공의 침묵에 짜증을 내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영화는 성적 불만족을 우스갯거리로만 쓰지 않고, 결국 솔직한 대화를 하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로 되돌려 놓는다. 쓰리섬이라는 자극적인 장치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영화가 오래 붙들고 있는 것은 말하지 못한 한마디다. 그 한마디를 미룬 1년이 루나와 미크 두 사람 모두에게 어떤 값을 치르게 하는지가 영화의 진짜 줄거리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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