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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 소사이어티, 하이틴 코미디를 냉혹한 야망의 우화로 바꾸다

오란 제그먼 감독의 이 학원 풍자극은 앤고이 라이스의 대담한 연기로 완성된다.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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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 소사이어티는 하버드 입학을 목표로 하는 야심찬 고등학생 호너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다. 호너(앙구리 라이스)는 진학 상담교사 미스터 캘빈(크리스토퍼 민츠-플래스)의 추천서를 따내기 위해 세 명의 경쟁자를 차례로 무너뜨리는 마키아벨리적인 계획을 세우지만, 그중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마이클(게이튼 마타라조)과 사랑에 빠지면서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아너 소사이어티’란 본래 학업이나 리더십에서 뛰어난 학생들을 초청해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명예 조직을 가리키는 말로, 대개 성적 상위권이라는 배타적인 기준으로 운영된다. 영화는 이렇게 ‘초청받은 자’와 ‘탈락한 자’를 가르는 제도 이면의 살벌함을 코미디의 소재로 끌어온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유머의 어두운 결이다. 호너의 계략이 회를 거듭할수록 과장되어가며, 영화는 전형적인 하이틴 코미디의 경계를 슬쩍슬쩍 넘어선다. 경쟁자들을 상대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냉소적인 유머는 이 작품을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이상으로 만드는 힘이다. 코미디언 출신 배우들이 여럿 포진한 조연진 덕분에, 가장 잔인한 순간에도 웃음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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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구리 라이스의 연기는 호너라는 까다로운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그녀는 야망과 인간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을 과장 없이 그려내며 영화 전체를 지탱한다. 게이튼 마타라조는 마이클을 통해 따뜻하고 유쾌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데, 호너와 대비되는 그의 순수함 덕분에 둘의 관계가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크리스토퍼 민츠-플래스는 미스터 캘빈 역으로 짧게 등장할 때마다 극의 코미디 균형을 잡아준다. 그가 학생들 앞에서 짐짓 근엄한 척하다가 순식간에 허둥대는 순간들은, 어른들 역시 이 경쟁 구도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씁쓸하게 일러준다.

반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지나치게 예측 가능한 플롯이다. 호너와 마이클의 사랑이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줄기는 익숙한 하이틴 로맨스의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3막의 갈등 해소는 너무 손쉽게 처리되어 여운을 남기지 못한다. 호너의 부모로 등장하는 마빈 로즈(마이클 P. 노시)와 재닛 로즈(케리 버틀러)를 통해 잠깐 엿보이는 가정 내 기대와 압박 역시, 좀 더 파고들었다면 호너의 강박을 훨씬 입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었을 소재다. 케네디 박(에이미 큠)과 탈리아(켈시 마웨마) 같은 다른 경쟁자들 역시 좀 더 두꺼운 서사를 받았더라면 호너의 계획이 지닌 잔인함이 한층 선명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톤을 잘 뒷받침한다. 테마곡 “Honor On A Mission”은 호너의 야망과 조바심을 압축해서 들려준다. 호너의 방과 사물함을 채운 포스터와 책들 역시 눈여겨볼 지점으로, 배경 소품 하나하나가 그녀의 마키아벨리적 성향을 은근히 암시한다.

2022년 7월 29일 파라마운트+를 통해 공개된 아너 소사이어티는 평단으로부터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특히 앙구리 라이스와 게이튼 마타라조, 크리스토퍼 민츠-플래스의 연기가 두루 호평을 받았다. 민츠-플래스는 몇 장면 되지 않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어수룩한 코미디 감각으로 극에 웃음의 리듬을 더한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결국 전통적인 하이틴 코미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그 틀 안에 어두운 유머와 씁쓸한 뒷맛을 성공적으로 섞어 넣은 작품이다. 하버드 입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경쟁자를 짓밟는 호너의 이야기는 야망과 인간성 사이의 줄다리기를 다루면서도, 명문대 진학을 향한 압박 속에 사는 오늘날 청소년들의 초상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호너의 갈등과 성장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학창 시절 경쟁심을 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이 있으며, 그 점에서 이 영화는 그해 나온 다른 하이틴 코미디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밟히는 작품으로 남는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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