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현대 공포 영화의 문법을 창조했고, 반세기가 지나도 아무도 그 경지에 닿지 못했다

토브 후퍼 감독, 1974년. 저예산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슬래셔 장르의 원형을 세운 악몽.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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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1974년 토비 후퍼가 감독한 공포영화로, 마릴린 번즈, 폴 A. 파타인, 에드윈 니얼, 짐 시도우, 군나르 한센이 출연한다. 다섯 명의 친구들이 텍사스 시골로 할아버지의 묘소를 찾아가던 중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낡은 집에 발을 들이고, 그 안에 도사린 공포와 맞닥뜨리는 이야기다. 시놉시스만 보면 단순한 장르물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후퍼의 손을 거친 이 영화는 분명히 그 이상이다.

14만 달러 미만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독립영화는 텍사스 중부 출신의 무명 배우들과 함께 탄생했다. 실제 사건에 기반한 것처럼 마케팅되었고, 당시의 정치적 분위기에 대한 은유적 비판을 담고 있다고도 평가받는다. 영화의 독립 제작이라는 성격 자체도 이 날것의 긴장감에 기여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반세기를 건너 살아남은 진짜 이유는 어떤 비유적 독해보다도 훨씬 단순하다—영화 자체가 발산하는 원초적 공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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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퍼는 텍사스 시골의 고립된 공동체를 무대로, 산업화와 도시화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어디까지 극단화될 수 있는가를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가족이라는 단위가 뒤틀리고, 그 안에 폭력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때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가—이것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질문이다.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로 피폐해진 1970년대 미국의 집단적 불안이 황량한 텍사스 농가 한 채 안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관객은 그 불안을 분석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로 느끼게 된다.

마릴린 번즈가 연기한 샐리는 공포와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생존 본능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공포로 굳어버린 표정, 터져나오는 비명, 마지막 순간의 맹렬한 도주—번즈의 연기는 관객을 화면 속 공간으로 끌어당기는 구심점이 된다. 훗날 호러 장르 비평에서 ‘최후의 소녀(final girl)’라 불리게 되는 인물형의 가장 설득력 있는 원형을 그녀가 처음으로 세웠다는 평가는 결코 과하지 않다.

군나르 한센이 구현한 레더페이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다. 마스크와 전기톱이라는 단순한 조합이지만, 한센은 이 인물에 단순한 살인마 이상의 무게를 실어낸다. 그의 움직임은 기계적이면서도 기묘하게 인간적이고, 관객은 그 틈새에서 어딘가 비틀린 비극을 읽어내게 된다. 가족 구조 안에서 도구처럼 사용되는 거구—레더페이스는 이 집안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인 동시에, 어쩌면 가장 철저히 갇혀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영화의 가장 불편한 성취 중 하나는 폭력을 구경거리로 격상시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장르가 나중에 빠져들게 되는 관음증적 쾌감을 경계하면서, 후퍼는 폭력의 무게를 실제 무게감 그대로 화면 위에 올려놓는다.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촬영 방식이 이 효과를 배가한다. 가공되지 않은 영상, 숨막히도록 좁은 공간, 끊임없이 쏟아지는 땀과 먼지—이 모든 요소가 영화 전체의 긴장을 단 한 순간도 허물지 않는다. 음향도 마찬가지다. 전기톱의 굉음과 날카로운 침묵이 교차하는 방식은 폭력의 시각적 묘사보다 더 효과적인 공포의 언어가 된다.

개봉 당시 평단의 반응은 갈렸고, 여러 나라에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북미 극장 수익은 제작비의 수백 배에 달했으며, 세월이 흐를수록 이 영화를 둘러싼 비평적 평가는 점차 공고해졌다. 전동 공구를 살인 도구로 삼은 것, 마스크를 쓴 거대한 살인자의 형상,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한 명의 여성—이 세 가지 요소가 이후 수십 년간 하위 장르 전체를 지배하게 되리라는 것을 당시 누가 예상했겠는가. 2024년에는 미국 국립영화보존위원회에 등재되었다. 거칠고 날카롭고 불쾌할 만큼 생생한 이 영화는 정교한 기법 없이도 공포의 본질을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증언한다. 반세기가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는 것은, 이 영화가 관객의 감각에 직접 작동하기 때문이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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