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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파월: 타고난 매력을 스스로 키워낸 배우

Penelope H. F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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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파월 (Glen Powell)
Glen Powell
사진: 제니퍼 8. 리 /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제공
출생1988년 10월 21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직업배우, 각본가, 프로듀서
대표작The Dark Knight Rises, Top Gun: Maverick, Hidden Figures
수상배우조합상 · 골든글로브 2회 후보

Top Gun: Maverick에서 행맨 역을 맡는 일은 하마터면 성사되지 않을 뻔했다. 글렌 파월은 감정의 중심이자 전작의 유산을 잇는 캐릭터인 루스터 역에 오디션을 봤지만, 그 배역은 마일스 텔러 (Miles Teller)에게 돌아갔다. 제작진은 대신 늘 틀린 말을 하는 적대자 행맨 역을 제안했고, 파월은 거절할 생각이었다. 상황을 바꾼 건 톰 크루즈 (Tom Cruise)의 전화였다. 크루즈는 파월의 감각에 맞춰 배역을 새로 다듬었고, 훗날 그를 믿는다는 뜻으로 비행 훈련 비용까지 내줬다. 완벽한 주고받음이었다. 한 영화 스타가 다른 스타에게 필요한 도구를 건넨 것, 그리고 그 도구만으로 저절로 커리어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둘 다 알고 있었던 셈이다.

파월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자랐다. 기업 임원 코치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고, 고등학교 때는 미식축구와 라크로스를 했다. 이후 텍사스대학교에서 1년을 보낸 뒤 로스앤젤레스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로스앤젤레스에 이른 과정은 다소 뜻밖이었다. 파월이 십 대였을 때 덴젤 워싱턴 (Denzel Washington)이 The Great Debaters에 그를 캐스팅했고, 이후 에이전트 에드 리마토를 소개해 줬다. 그 뒤의 세월은 순탄하게 상승하는 과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Friday Night Lights, Cowboys & Aliens, The Longest Ride 오디션을 봤지만 어느 작품에도 출연하지 못했다. CSI: Miami, NCIS, Rizzoli & Isles 같은 TV 시리즈에 한 회씩 출연하고, 온전히 다른 배우의 작품인 영화에서 조연을 맡으며 이력을 쌓아갔다.

첫 번째 기회는 뜻밖의 방향에서 찾아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Richard Linklater)는 2016년 파월을 Everybody Wants Some!!에 캐스팅했다. 링클레이터는 훗날 카리스마가 있고 대학 운동선수로도 그럴듯하면서, 잭 케루악을 읽으며 촬영장에 나타날 만한 배우를 원했다고 말했다. 같은 해 파월은 Hidden Figures에서 우주비행사 존 글렌을 연기했다. 이 작품은 출연진의 미국배우조합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파월은 사람들이 실제로 보러 갈 영화를 찍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Netflix의 2018년 로맨틱 코미디 Set It Up에서 조이 도이치 (Zoey Deutch)와 호흡을 맞춘 그는, 자신보다 훨씬 유명한 상대 배우가 나란히 중심을 잡아주지 않아도 화면을 이끌 수 있었던 첫 작품을 만났다. 가디언은 파월이 충분한 공간을 차지하도록 허락한, 현명한 첫 영화라고 평했다.

Top Gun: Maverick은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행맨을 연기한 파월은 비교적 적은 분량만으로 앙상블 영화에 꼭 필요한 인물이 됐다. 등장하면 가장 궁금하고, 사라지면 부재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사람 말이다. 영화는 전 세계에서 0.4 billion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뒀다. 같은 해 파월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곧장 흥행에서는 자취를 감춘 전쟁 실화 영화 Devotion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또 링클레이터와 함께 Hit Man의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잠복 경찰 업무를 하는 계약직 요원이 남들보다 다른 사람인 척하는 데 더 능숙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블랙 코미디다. 이 영화는 베니스에서 처음 공개된 뒤 2024년 Netflix에 공개됐고, 평단은 마치 하나의 사건처럼 다뤘다. 뉴욕타임스는 진정으로 스타의 입지를 굳히는 연기라고 평했다. 이어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 골든글로브 후보에 올랐다.

그사이 Anyone but You도 있었다. 시드니 스위니 (Sydney Sweeney)와 공동 주연을 맡은 이 로맨틱 코미디는 적은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2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나름의 문화적 화제를 낳았다. 파월과 스위니의 화면 밖 케미가 실제 연애를 암시하는 듯 보였고, 두 배우가 나중에 그 분위기의 일부는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인정한 점도 한몫했다. 파월은 이를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화면 속 모습을 화면 밖에서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니, 때로는 그 흐름에 조금 올라타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관점에 따라 영리한 계산일 수도, 냉소적인 처신일 수도 있었지만 결과만큼은 분명했다. 2024년 7월에는 Twisters가 개봉했고, 미국 개봉 첫 주말에 0.5 million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파월 같은 배우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대목은 나쁜 연기나 잘못된 계산이 아니라 구조적인 질문이다. 그는 대본을 읽고 자신이 출연해도 작품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Jurassic World: Rebirth 출연을 거절했다. 또 Chad Powers를 공동 제작하고 주연을 맡았다. 명예를 잃은 미식축구 선수가 가짜 신분을 만들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Hulu 코미디 시리즈다. 남의 영화에서 20년 동안 최고의 배우로 살아온 사람에게는 자전적인 의미가 뚜렷한 설정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그의 연기를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하고 마법 같다고 평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작품 자체에는 다소 박한 평가를 내렸지만, 파월이 작품의 모순적인 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갔다고 인정했다. 에드거 라이트가 스티븐 킹 (Stephen King)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한 The Running Man은 2025년 11월 개봉해 엇갈린 평가와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을 거뒀다. 파월의 스타 파워에도 한계가 있거나, 적어도 장르에 따라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였다.

지난 4년간 이어진 흐름을 보면, 파월은 영화 스타가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곧바로 그 주변에 발판을 세우기 시작했다. 2025년 1월 유니버설과 퍼스트룩 계약을 맺으며 설립한 제작사 반스톰은 이미 활동에 들어갔다. 파월은 저드 애퍼토의 코미디 The Comeback King을 공동 집필했으며, 크리스틴 밀리오티와 함께 주연과 제작도 맡았다. 추락하는 컨트리 웨스턴 스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2027년 2월 개봉 예정이다. 제이 J. 에이브럼스의 판타지 영화 The Great Beyond도 기다리고 있다. 제나 오르테가 (Jenna Ortega), 엠마 매키, 새뮤얼 L. 잭슨과 함께 출연하며, 2027년 공개를 목표로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다.

파월은 202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오스틴으로 돌아왔다. 그가 말하는 이사는 후퇴가 아니라 거점을 옮긴 일이었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 계속 등록한 채 라디오·텔레비전·영화 과목을 줌으로 수강하고 있으며, 졸업 예정 시기는 2027년 5월이다. 톰 크루즈가 비용을 대준 조종사 면허도 보유하고 있다. 파월다운 방식으로, 면허를 실제로 활용한다. 배우 겸 모델 미셸 랜돌프와 교제 중이다. 각본 집필과 제작, 그리고 글렌 파월 프로젝트가 의미할 수 있는 영역을 체계적으로 넓혀가는 일까지 아우르는 반스톰의 기반이 결국 작품으로 기억될지, 아니면 작품을 떠받친 틀로 기억될지는 앞으로 몇 년이 답해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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