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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 Beginners: 자폐 스펙트럼 청소년의 성장을 새롭게 그린 이야기

Veronica L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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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 Beginners의 첫 장면은 발트해를 오래 비춘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앞에서 레나(마르티나 비츠코프스카)와 니코(바르토미에이 데클레바)는 해변을 따라 힘겹게 걸어간다. 흐린 하늘 아래 아득히 이어지는 바다는 어린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두 사람 앞에 놓인 불확실한 미래를 비추는 듯하다. 카밀라 타라부라와 카타지나 바제하가 만든 이 넷플릭스 청소년 드라마는 레나와 니코가 영화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어느 여름을 그린다. 두 사람은 유망한 운동선수 이고르(얀 사와신스키)를 만나면서 처음 마주한 욕망과 감정에 흔들린다. 2023년 10월 25일 공개된 이 시리즈는 익숙한 성장 서사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Absolute Beginners가 다른 청소년 드라마와 구별되는 지점은 레나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인물을 복합적으로 그려내려는 태도다. 마르티나 비츠코프스카는 고정관념을 피하고, 레나라는 인물의 구체적인 면면을 섬세하게 살려낸다. 자기자극 행동은 자연스럽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도 입체적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며, 지금 꼭 필요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준다. 레나가 니코에게 감정을 말로 전하지 못해 애쓰거나 파도 소리에 위안을 얻는 순간들이 깊이 와닿는 건, 억지로 꾸민 특이함이 아니라 진정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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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코프스카와 데클레바의 호흡은 시리즈를 단단히 이끌고, 밀고 당기는 두 사람의 우정도 실감 나게 그려진다. 데클레바가 연기한 니코는 특히 취약한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이 돋보인다. 그는 그저 레나와 대비되는 인물에 그치지 않고, 자기 두려움과 욕망을 마주하는 온전한 인물로 살아 숨 쉰다. 창작 방향을 놓고 다투거나 개인적인 위기를 조용히 함께 견디는 장면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솔직한 감정이 흐른다. 조연들의 연기도 작품에 힘을 보탠다. 이고르 역의 얀 사와신스키는 진솔한 에너지를 더한다. 데클레바와 함께하는 장면에는 긴장감과 호기심이 감돌며, 십 대의 짝사랑이 지닌 복잡하고 서툰 면을 진부한 표현에 기대지 않고 들여다본다.

타마라(카타지나 바른케)와 보구시아(안나 크로토스카)를 비롯한 성인 배우들의 연기도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이들은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감정적으로도 곁을 내어주며, 그 모습이 신선할 만큼 현실적이다. 바른케가 연기한 레나의 어머니는 절제된 표현이 특히 인상적이다. 과장된 감정 표출로 화면을 압도하는 대신, 레나의 감정적 여정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안정적이고 따뜻한 존재로 자리한다. 니코의 어머니 보구시아를 연기한 크로토스카 역시 조용한 강인함으로 지지하는 역할에 설득력을 더한다.

시각적으로도 Absolute Beginners는 눈을 사로잡는다. 촬영은 해안 풍경을 분위기와 은유를 빚는 데 활용하고, 드넓은 바다에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을 비춘다. 시리즈는 우스트카와 소포트, 헬에서 촬영했으며, 각 장소는 이야기 안에 저마다 다른 색채를 더한다. 우스트카의 모래 해변은 활기 넘치는 소포트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헬의 고요한 바다는 잠시 멈춰 생각에 잠기는 순간을 선사한다.

물론 Absolute Beginners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특히 중반부 에피소드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잠시 느슨해지고, 다시 제자리를 찾기까지 다소 헤맨다. 말비나(폴리나 크지잔스카)의 연애를 비롯한 일부 부차적인 이야기는 충분히 발전하지 못해 감정적 여운을 깊게 하려면 더 많은 분량이 필요해 보인다. 촬영이 종종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만, 바다를 넓게 담는 쇼트에 간혹 지나치게 의존해 인물의 감정적 여정에서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이 시리즈의 독창성은 십 대의 삶을 깔끔한 교훈이나 훈계조의 성장 과정으로 단순화하지 않는 데 있다. 레나와 니코의 우정은 마지막에 이르러서도 ‘문제없이 해결’되지 않는다. 대신 두 사람의 관계는 때로 답답하면서도 따뜻한 방식으로 변해간다. 아그니에슈카 홀란트가 본인 역으로 출연하는 가운데 영화학교 입학 면접으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특히 돋보인다. 입학 지원용 영화를 메타 서사로 활용해 두 사람의 성장을 비추고, 시리즈의 주제를 만족스러운 감정적 여운과 함께 하나로 엮어낸다.

Absolute Beginners가 청소년 드라마의 공식을 완전히 새로 쓰는 작품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장점이 워낙 많아 몇몇 아쉬움도 너그럽게 넘어갈 만하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재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진 적 있는 사람,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섬세한 연기와 사려 깊은 연출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창작 과정에 대한 탐구도 이 시리즈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레나와 니코의 영화학교 진학 여정은 단순한 줄거리 장치가 아니라 모든 에피소드에 목적의식을 불어넣는 핵심 주제다. 창작의 어려움과 자기 의심, 예술적 비전을 찾아가는 과정은 사적인 동시에 보편적으로 느껴질 만큼 세밀하게 그려진다. 창작 과정을 중심에 둔 덕분에 Absolute Beginners는 지적·예술적 성장보다 연애 관계나 가족 갈등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은 다른 청소년 드라마와 차별화된다.

자폐 스펙트럼을 그려내는 방식도 세심하고 정확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레나는 자폐로 규정되는 인물이 아니라, 자폐라는 특성이 더해져 더욱 풍성해지는 인물이다. 작품은 장애를 감동을 위한 도구로 소비하는 함정을 피하고, 강점과 약점, 열망을 두루 지닌 온전한 한 사람으로 레나를 보여준다. 이런 접근은 레나를 인간적으로 그려낼 뿐 아니라, 자폐를 더 넓은 인간 경험의 일부로 바라보도록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Absolute Beginners는 침묵이 지닌 힘을 이해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장 애틋한 순간 상당수는 인물들이 조용히 주고받는, 미리 짜인 대사 같지 않은 장면에서 나온다. 레나와 니코가 나누는 눈빛, 말을 꺼내기 직전의 망설임,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처럼 작고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세부가 작품에 감정적 깊이를 불어넣는다.

우정을 그려내는 방식도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레나와 니코의 관계는 사랑과 경쟁, 지지와 갈등을 아우르며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실제 우정처럼 뒤죽박죽이고 예측할 수 없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진짜처럼 다가온다. 작품은 둘의 유대를 충성이나 배신이라는 단순한 이야기로 축소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살아 있는 관계로 그려낸다.

장르의 관점에서 보면 Absolute Beginners는 청소년 드라마로서 충분히 제 몫을 해내는 동시에, 주제의 깊이와 인물의 발전을 통해 그 경계를 넘어선다. 성장담을 좋아하는 시청자는 물론, 장르와 관계없이 사려 깊고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도 어울리는 작품이다.

연출 역시 강점이다. 타라부라와 바제하의 비전은 선명하고 일관되며, 각 에피소드는 앞선 이야기를 이어받아 하나의 응집력 있는 서사를 쌓아간다. 때때로 전개가 늘어지기는 하지만, 시리즈 전체의 구성은 탄탄하게 짜여 있다. 레나와 니코의 여정을 둘러싼 각 이야기의 실마리도 더 큰 서사 속에 세심하게 엮여 있다.

Absolute Beginners는 십 대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다.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시리즈다. 자기 발견과 우정, 예술적 표현이라는 주제는 누구에게나 통하는 만큼, 여러 층위에서 즐길 수 있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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