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와 금융

하이네켄, 영국 펍에 하프 파인트 권고…로레알은 ‘오젬픽 페이스’ 겨냥

하이네켄은 작은 잔, 무알코올 맥주, 곁들이는 음식을 권하고, 로레알은 급격한 체중 감량 뒤 처진 피부를 위한 제품을 팔고 있다
Victor Mas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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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텔, 솔, 메이블린, 라로슈포제의 모기업인 네덜란드 맥주회사와 프랑스 뷰티그룹이 소비재 기업들이 대체로 투자자 대상 자료의 각주에만 적어두던 사실을 이제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체중 감량 약물 열풍이 매출 현장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하이네켄은 오젬픽과 위고비 같은 약물이 파인트 맥주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영국 펍과 바에 경고했고, 로레알 최고경영자는 같은 약물이 사람들이 피부 관리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말했다.

펍 운영자에게는 하이네켄의 경고 자체보다 그에 뒤따른 조언이 더 중요하다. 하프 파인트를 팔고, 저알코올·무알코올 맥주를 권하며, 잔 옆에 작은 음식을 곁들이라는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이미 매대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로레알 브랜드들은 급격한 체중 감량 뒤에 생길 수 있는 피부 처짐을 보완하는 제품을 판매한다.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물이 이제 술집의 주류 메뉴와 화장품 매대를 다시 그려놓고 있다.

하이네켄이 영국 펍에 전한 내용

로이터가 입수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요식업계 고객들에게 전달된 발표 자료는 GLP-1 계열 약물이 술을 마시려는 욕구를 낮춰 “포만감과 음주 횟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번에 파인트를 여러 잔 마시는 일이 예전보다 드물어질 수 있다는 설명도 담겼다. 스트롱보우 사이다도 보유한 하이네켄은 가디언에 약물 사용자들 사이에서 “일부 음주 행동의 변화”를 확인했다며, 2027년까지 계속 추이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하이네켄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양상은 완전한 금주보다 미묘하다. 사용자들은 양이 적은 술, 도수가 낮은 음료, 더 고급스러운 제품을 선택한다. 회사 대변인은 “GLP-1 사용자들이 단순히 술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엇을 선택할지 더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펍 주인에게 이 차이는 곧 수익성의 문제다. 파인트 세 잔 대신 괜찮은 하프 파인트 한 잔을 주문하는 고객도 여전히 고객이지만, 매출은 줄어들 수 있다.

수치를 보면 우려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수 있다. 하이네켄은 2월까지 1년간 영국 펍과 바, 식당의 맥주 판매액을 거의 140억 파운드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무알코올·저알코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억 파운드에도 미치지 못한다. 약물을 복용하는 음주자들이 이 작은 시장으로 옮겨간다면, 줄어든 파인트 판매를 만회할 만큼 시장이 커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부작용을 겨냥해 제품을 내놓는 로레알

로레알은 정반대 방향에서 이 현상을 바라본다. 약물이 자사 제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니콜라 이에로니무스(Nicolas Hieronimus)는 GLP-1 계열 약물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현상”이라고 부르며, “뷰티 소비, 특히 스킨케어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로레알의 스킨수티컬즈와 키엘은 “GLP-1 계열 약물과 함께 사용해 피부 처짐 등 부작용을 보완하도록 설계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 그룹은 스컬트라와 레스틸렌 주사제를 만드는 갈더마의 지분을 지난해 12월 20%까지 늘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두 회사는 각각 별도의 임상시험에서 GLP-1 사용자 대상 제품을 시험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근거

두 회사 모두 영향의 규모를 수치로 제시하지 않았으며, 업계에서도 그 정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기네스를 만드는 디아지오는 투자자들에게 영향이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고, 칼스버그는 체중 감량 약물이 맥주 소비를 바꾸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데이터가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서카나, NIQ, KAM의 설문조사에서는 약물 사용자들이 술을 덜 마시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이들은 주사제가 널리 쓰이기 전부터 시작된 전반적인 절주 흐름의 일부이기도 하다. 하이네켄 역시 이런 습관이 “GLP-1 사용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는 올해 연례보고서에서 맥주 수요를 위협하는 변화 가운데 하나로 신약을 꼽았으며, 판매량은 2.3% 감소했다.

하이네켄의 자료는 영국의 펍과 바를 대상으로 작성됐지만, 약물 사용자는 미국에 가장 많다. JP모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1,000만 명이 이 약물을 사용했다. 한편 로레알은 압박을 받는 기업처럼 보이지 않는다. 조정 기준 동일매장 매출 성장률은 3분기에 7.7%로 높아졌고, 더마톨로지컬 뷰티 사업부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9개월 누적 매출은 353억3,000만 유로에 달했다. 그룹은 매출과 이익 모두 또 한 해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인트 맥주는 금연 규제와 가격 인상, 무알코올 라거 냉장고의 등장도 견뎌냈다. 하이네켄의 자체 발표 자료는 다음 경쟁자가 주 1회 맞는 주사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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