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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자리 서로 마다하는 조폭들, 조우진의 《보스》 일본 간다

Molly Se-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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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조폭 영화는 욕망으로 굴러간다. 누군가 그 자리를 원하고, 나머지는 그 대가를 치른다. 라희찬 감독의 액션 코미디 《보스》는 이 엔진을 거꾸로 돌린다. 도시 최대 조직 식구파의 보스 임대수가 세상을 떠나자, 유력한 후계자 두 사람은 영화 내내 차기 보스 선거에서 지려고 애쓴다. 나순태(조우진)는 자신의 중식당 미미루를 전국 체인으로 키우고 싶다. 강표(정경호)는 탱고에 인생을 걸었다. 보스 자리를 진심으로 원하는 단 한 사람, 판호(박지환)에게는 아무도 그 자리를 내주려 하지 않는다.

이 역발상은 지난해 긴 추석 연휴 동안 《보스》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려놓았고, 국내에서만 이백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 이제 이 영화가 일본으로 향한다. 닛카쓰와 KDDI가 《BOSS/ボス》라는 제목으로 배급하며, 일본 보컬 그룹 Monaki의 멤버 네 명 전원과 이들의 프로듀서인 Junretsu(純烈)의 Kazuyoshi Sakai가 목소리를 맡은 일본어 더빙판을 홍보의 중심에 세웠다. 다섯 명 모두 영화 더빙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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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핵심은 캐스팅에 있다. 《국가부도의 날》, 《서복》 등으로 이름을 알린 조우진에게 《보스》는 생애 첫 코믹 연기다. 그는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한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장르기도 했고요. 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치유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출연을 결정했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못해 유력 후보가 된 인물을 그에게 맡기면서, 출연진 가운데 가장 웃기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이 가장 엉뚱한 야망을 짊어지게 됐다. 식당 프랜차이즈를 꿈꾸는 조폭이다. 정경호는 방정식의 나머지 절반을 맡는다. 조직 안에서 확실한 입지를 갖춘 지명 후계자지만, 그 입지를 쓸 생각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박지환은 실제로 선거 운동을 벌이는 유일한 후보를 연기한다. 여기에 이규형이 배달원으로 위장해 미미루에 잠입한 언더커버 경찰 태규로 합류하며 사각형을 완성한다.

라희찬 감독에게 이런 작업은 처음이 아니다. 그의 장편 《바르게 살자》는 경찰 훈련에서 강도 역을 맡게 된 고지식한 교통경찰을 그린 일본 코미디를 가져와 한국 박스오피스 1위작으로 바꿔놓았다. 《보스》 역시 이식작이다. 이번 원작은 Felix Chong 감독의 홍콩 범죄 코미디 《Once a Gangster》로, 차기 보스 선출을 피하려는 조직의 요리사와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경쟁 후계자가 이미 등장한다. 라 감독은 요리사와 주방은 남겼고, 대학은 탱고로 바꿨다. 전작에서 이어진 얼굴도 있다. 고창석, 주진모, 이한위는 두 작품 모두에 출연했다.

라 감독은 이 이야기에 끌린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 왔다. 그는 코리아타임스에 “보스가 되고 싶지 않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코미디를 보여주기에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느꼈다”고 말했고, “다른 꿈을 가진 조폭들의 딜레마와 코미디를 결합한 더 깊은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구조적인 승부수는 두 가지다. 진지한 후보들이 모두 왕관에서 달아날 때 후계 다툼은 소동극으로 더 잘 작동한다는 것, 그리고 긴장감이 구역 다툼이 아니라 각자의 사적인 꿈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다만 이 설정이 얼마나 새로운지는 또 다른 문제다. 엔진은 빌려 온 것이고, 라 감독 스스로도 《보스》를 “관객들이 명절마다 봐 왔던 상투적인 주제의 영화”라고 부르며 여기에 액션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타임스 리뷰는 크게 웃음이 터지는 순간은 부족하다고 보면서도 “빠른 전개, 깔끔한 스토리텔링, 명확한 결말”을 장점으로 꼽았다. 긴 연휴 주말을 겨냥해 만든, 가족 관객이 믿고 고를 만한 오락 영화의 윤곽이다. 추석이라는 달력의 힘 없이, 더빙 출연진이 홍보 전면에 나선 일본에서도 같은 반응을 얻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더빙판은 한국 영화 마니아층보다 폭넓은 일본 대중 관객을 겨냥한 개봉이라는 신호다. 이는 작품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상업적 선택이다.

국내 성적은 처음부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보스》는 2025년 9월 18일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됐고, 추석 연휴가 시작된 2025년 10월 3일 1,167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개봉 첫날 23만 8895명을 동원하며 1위로 출발했고, 개봉 5일 만에 100만, 10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섰으며,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를 2위로 밀어냈다. 최종 관객 수는 243만 7328명, 매출은 약 1590만 달러였고, 미국 버라이어티는 이 작품을 그해 한국 영화 흥행 5위로 꼽았다. 《바르게 살자》의 관객 수가 219만 250명이었으니, 라 감독은 두 편의 각색작을 수십만 명 차이 안에서 나란히 흥행시킨 셈이다.

해외 세일즈를 맡은 화인컷은 일본 KDDI, 북미 213 Pictures & Media, 대만 Cai Chang International,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Clover Films, 베트남 Khang Media, 인도 아대륙 Star Entertainment를 비롯해 몽골과 캄보디아 바이어에게도 판권을 팔았다. 제작은 《서울의 봄》, 《하얼빈》을 만든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맡았고, 마인드마크가 공동 제공했다. 죽음으로 후계 다툼의 방아쇠를 당기는 보스 임대수 역의 이성민을 비롯해 오달수, 순태의 아내 역 황우슬혜, 정유진, 고창석이 조연으로 힘을 보탠다. 러닝타임은 98분이며, 각본은 라 감독이 Lee Gyu-bok, Yoon Seo-hyun과 함께 썼다.

A scene from the Korean comedy Boss directed by Ra Hee-chan
A scene from Boss (2025)

북미에서는 213 Pictures & Media가 2025년 10월 17일 개봉했고, 미국 애플TV에도 등록돼 있다. 일본에서는 2026년 10월 23일(금) 닛카쓰와 KDDI가 《BOSS/ボス》를 Monaki 더빙판과 함께 전국 개봉한다. 바로 다음 날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에서도 상영된다.

《보스》 속 조폭들은 영화 내내 왕관을 남에게 넘기려 애쓴다. 영화 자체는 정반대로, 개봉할 때마다 시장을 하나씩 손에 넣고 있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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