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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연극영화과 낙방생에서 천만 영화 다섯 편의 배우가 되기까지

Penelope H. F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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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유해진
Photo via The Movie Database (TMDB)
출생1970년 1월 4일
Cheongju, South Korea
직업배우
대표작택시운전사, 감기, Exhuma
수상2 Baeksang 상 · 2 Grand Bell 상 · Blue Dragon 상 · Korean Association of Film Critics Award for Best Supporting Actor

백상예술대상에서 두 개의 대상을 시상한 밤, 두 상은 한때 시골에 방을 얻어 한 달 동안 비데를 조립했던 남자들에게 돌아갔다. 유해진은 영화 부문 대상의 주인공이 됐고, 오랜 무대 동료 류승룡은 TV 부문 대상을 받았다. 유해진에게 이 일은 각주라기보다 하나의 논제를 떠올리게 한다. 얼굴 때문에 대학 연기과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배우. 깡패와 사기꾼,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으로 오랜 세월을 보낸 그가 이제 한국에서 가장 믿고 영화를 맡길 수 있는 배우가 됐다. 올해 가장 격렬한 논쟁을 불러온 영화의 중심에 선 얼굴이기도 하다.

유해진은 충청북도 청주에서 자랐다. 표도 없이 공연을 보려고 시내 문화회관에 몰래 들어가곤 했고, 중학교 때 본 모노드라마 한 편이 그의 진로를 결정했다. 집안 형편과 보수적인 부모님의 생각 탓에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그는 지역 극단에 들어가 소품을 나르고 선배 배우들을 지켜보며 연기를 익혔다.

대학 입시에서 두 해 연속 고배를 마신 뒤 군 복무를 마치고 패션스쿨에 들어갔지만, 강의실보다 연습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가 찾은 길은 옆문이었다. 필기시험만으로 합격자를 뽑는 대학원 입학 전형을 통해 1995년 서울예술대학교에 들어갔다. 그해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무대에서 보낸 시간은 그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를 안겨줬다. 1997년 스승 강만홍, 류승룡과 함께 뉴욕으로 건너가 La MaMa Experimental Theatre Club 무대에 섰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는 동랑과 목화 레퍼토리 극단에서 활동하며 아르바이트로 월세를 냈다. 빵집에서 만난 비데 공장 사장이 일을 맡긴 것이 그중 하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손이 더 필요해지자 유해진은 류승룡을 데려갔다.

영화 출연은 작은 배역부터 시작됐다. 주유소 습격사건에서는 거리의 불량배를, 공공의 적에서는 좀도둑 용만을 연기했다. 전환점은 광대 역할이었다. 왕의 남자에서 유랑극단의 선임 단원 육갑 역을 맡아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이 영화는 그의 출연작 가운데 처음으로 관객 1,000만 명을 넘긴 작품이 됐다. 1년 뒤 타짜에서 도박꾼 고광렬을 연기한 뒤로는 장면을 훔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끼에서 마을의 실세 김덕천을 연기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해적 철봉 역으로는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을 추가했다. 기업 해결사 최대웅 역을 맡은 베테랑은 역대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 중 하나가 됐다.

주연을 맡은 것은 마흔 중반에 이르러서였다. 기억을 잃은 킬러를 다룬 일본 코미디 Key of Life를 리메이크한 럭키는 유해진의 이름만으로 관객 500만 명을 넘어섰다. 2017년에는 공조에서 북한 형사와 짝을 이루는 남한 형사를 맡아 현빈과 호흡을 맞췄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다룬 두 영화 택시운전사와 1987에도 조연으로 출연했다. 택시운전사로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TV는 영화가 줄 수 없는 또 다른 면모를 그에게 안겨줬다. SBS 드라마 The Land에 한 차례 출연한 뒤 드라마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예능 출연 제안은 받아들였다. 차승원, 손호준과 함께 외딴섬에서 요리하고 낚시하는 삼시세끼: 어촌편, 이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스페인 하숙을 통해 시청자들은 과묵하고 차분한 그를 마치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처럼 느끼게 됐다. 식품 광고가 뒤따랐고, 농심은 신라면 광고에 그를 송강호와 함께 기용했다. 그의 이름은 어느 한결같은 선함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2023년 Awesome ENT로 소속사를 옮긴 뒤 보낸 시간은 그의 경력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다. 2024년 오컬트 스릴러 파묘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지관, 김고은이 연기한 무당과 함께 일하는 장례지도사 고영근 역을 맡았고, 영화는 관객 1,190만 명을 돌파했다. 이어 2026년 2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했다. 장항준 감독은 유해진을 영월의 가난한 마을을 이끄는 엄흥도 역에 캐스팅했다. 귀양 온 양반을 받아들여 마을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길 바랐던 엄흥도는 결국 박지훈이 연기한 폐위된 어린 임금 단종을 지키게 된다. 영화는 3월 6일 관객 1,000만 명을 넘었고, 7월까지 약 1,690만 장의 티켓을 판매해 한국 박스오피스 역사상 명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모았다. 5월에는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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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두 번째 주연작은 관객에게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9월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에서 유해진은 1974년 영부인 육영수 저격 사건 당시 경호 업무를 맡은 서울경찰청 형사 철구 역을 연기한다. 박해일과 이민호는 신문기자 역으로 함께 출연한다. 보수 정치인들은 영화가 사건 배후에 숨은 세력이 있었음을 암시해 역사를 왜곡한다고 비판했고, 제작진은 창작적 허용이 들어간 작품이지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아니라고 밝혔다. 안전 문제로 출연진의 부산국제영화제 참석과 무대인사가 취소됐다. 그래도 관객은 극장을 찾았다. 10월 17일 기준 관객 300만 명을 넘어섰고, 18일 연속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유해진의 선한 이미지는 업계가 기대는 자산인 동시에 그를 가두는 틀이기도 하다. 그는 위협적인 인물을 설득력 있게 연기해왔고, 올빼미에서는 두려움과 편집증에 사로잡힌 인조를 표현했다. 하지만 제작자들은 앙상블에 안정감을 더하거나 완성도가 고르지 못한 코미디를 받쳐줄 익숙하고 따뜻한 얼굴을 안전판처럼 기용하고, 그의 출연작 가운데 너무 많은 영화가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의 이미지가 배역과는 다른 방식으로 취약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암살자(들)이 비판에 휩싸이자 영화 보이콧 요구는 신뢰감을 내세워 그를 기용했던 브랜드에까지 번졌다. 키움증권은 유해진을 내세운 광고 캠페인을 중단했고, 한 패스트푸드 업체는 광고 댓글창을 닫았다. 누구의 적도 아닌 사람이라서 사랑받던 배우가 일부 대중에게는 공격 대상이 됐다.

그의 사생활은 대체로 베일에 싸여 있다. 타짜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 김혜수와의 교제 사실이 2010년 알려졌고, 두 사람은 이듬해 결별했다.

56세의 유해진은 같은 세대의 조연 배우라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이력을 쌓았다. 관객 1,000만 명을 넘긴 영화 다섯 편, 그리고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인정받은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암살자(들)은 여전히 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그의 캐스팅을 둘러싸고 맴돌던 질문에도 이미 답을 내놓았다. 관객은 연기 학교가 외면했던 그 얼굴을 보러 극장표를 산다. 그를 둘러싼 영화가 올해 가장 논쟁적인 개봉작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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