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고전 추리극을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로 되살린 영리한 한 판이다

라이언 존슨 감독, 2019년. 애거사 크리스티의 전통을 호화 앙상블로 새롭게 해석했다.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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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브스 아웃」은 2019년에 나온 미국 미스터리 코미디다. 20세기 중반 ‘후더닛’ 영화의 감촉을 현대 뉴잉글랜드의 고풍스러운 저택으로 옮겨 놓았다. 존슨은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 영화들을 좋아했고, 이 구상을 2000년대 중반부터 품어 왔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 촬영을 마친 뒤 개발을 이어 갔고, 시나리오는 여섯에서 일곱 달 만에 썼다. 가디언은 이 영화를 존슨이 어린 시절 즐겨 본 크리스티 추리물에 대한 헌사로 읽는다. 피터 유스티노프가 호화 배우진을 이끌고 미로 같은 살인 사건을 풀어 가던, ‘능청스럽게 자의식 강한’ 각색 영화들의 계보에 놓는다.

존슨의 이력을 보면 이 선택은 낯설지 않다. 가디언이 짚듯 그는 데뷔작 「브릭」(2005)에서 1940년대 느와르를 캘리포니아의 햇빛 아래 고등학교로 옮겼고, 「루퍼」(2012)에서는 시간 여행 활극을 폭력으로 문제를 푸는 일의 대가에 대한 어두운 성찰로 바꿔 놓았다. 장르의 규칙을 관객과 공유한 다음 슬쩍 뒤집는 것, 존슨이 말하는 ‘관객과 나누는 약간 메타적인 대화’가 이번에는 가장 유쾌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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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연기한 베스트셀러 추리 소설가 할런 트롬베이가 85번째 생일 파티를 마친 직후 죽은 채 발견되는 데서 시작한다. 이튿날 아침 가정부 프랜이 목이 베인 그를 발견한다. 엘리엇 경위(라키스 스탠필드)를 비롯한 경찰은 자살로 보지만, 누군가 익명으로 고용한 사립 탐정 베노아 블랑이 타살을 의심하며 수사에 들어간다. 가디언이 짚듯 할런은 그날 밤 묵은 감정을 정리하며 ‘집안 청소’를 하던 참이었다. 가족 대부분이 동기를 가진 용의자가 되는 이유다.

용의자 면면은 한 사람씩 선명하다. 가디언은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 집안의 문제아 랜섬을 ‘특권이 줄줄 흐르는’ 인물로 묘사하고, 마이클 섀넌이 맡은 월트를 아버지의 총애에 출판 사업의 운명을 건 사내로 소개한다. 돈 존슨의 리처드와 토니 콜렛의 조니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앙갚음할 구실이 있었다고 적는다. 가디언은 콜렛이 기네스 팰트로풍 라이프스타일 전도사를 흉내 냈다고 썼고, 제이미 리 커티스의 린다에게는 ‘커리어 최고’라는 평을 붙였다. 가족이 서로를 보는 눈이 얼마나 얄팍한지는, 이들이 스스로를 ‘자수성가한 성공가’라고 부르는 대목에서 드러난다.

마르타 카브레라는 이 영화의 가장 영리한 장치다. 아나 데 아르마스가 연기하는 이 간호사는 거짓말을 하면 구토를 한다. 그래서 질문을 받으면 사실만, 그러나 전부는 아닌 답을 내놓는다. 이 체질 덕분에 거짓말투성이인 저택에서 그녀의 말만은 믿을 만하다. 동시에 그녀는 숨기는 것이 있어서 늘 위태롭다. 유언장이 공개되며 할런의 재산이 마르타에게 돌아가는 순간 가족은 얼어붙는데, 이 장면이 영화의 계급 구도를 한눈에 보여 준다. 케이시 무비매니아는 존슨이 마르타에게 훨씬 많은 비중을 준다는 점에 놀랐다고 쓰고, 데 아르마스가 기대 이상의 연기를 했다고 평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블랑은 엉뚱한 즐거움을 책임진다. 가디언은 그를 시가를 물고 동전을 튕기는 신사 탐정이라 부르고, 과장된 미국 남부 억양을 쓴다고 적는다. 극 중에서 랜섬은 그를 ‘CSI-KFC’라고 놀린다. 케이시 무비매니아는 에르퀼 푸아로를 닮은 이 탐정이 재치와 매력을 겸비했다고 보면서도, 남부 억양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에반스에 대해서는 말썽쟁이 손자를 연기하며 한껏 즐기는 게 보인다고 평했다.

주제 면에서 이 영화는 계급 갈등, 부의 불평등, 이민, 인종 문제를 다룬다고 해석되어 왔다. 트롬베이 가문은 스스로를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라 부르지만, 상속의 순간에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도 바로 그들이다. 존슨은 이런 문제를 연설로 풀지 않고 유언장 낭독이라는 추리극의 한 장면 안에서 처리한다. 그래서 웃음이 터지는 순간에도 가족의 계산이 눈에 들어온다.

약점은 앙상블의 배분이다. 케이시 무비매니아는 커티스, 돈 존슨, 콜렛, 섀넌 같은 배우들이 ‘확장된 카메오’에 가깝고, 모두에게 균등한 비중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연기가 좋아서 더 아쉽다는 취지였다. 존슨이 마르타와 블랑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선택은 이해되지만, 출연진 명단이 주는 기대와는 어긋난다.

제작 규모는 크지 않았다. 존슨은 오랜 협력자 램 버그먼과 함께 영화를 제작했고, 자금은 MRC와 매사추세츠주의 세금 지원에서 나왔다. 주 촬영은 2018년 10월에 시작해 12월에 끝났고, 제작비는 4000만 달러였다. 로케이션은 보스턴 교외에서 이루어졌다. 네이선 존슨이 작곡한 고전적인 관현악 스코어는 그와 라이언이 즐겨 듣는 교향악 영화음악에서 영감을 얻었다. 덕분에 이 영화의 소리는 현대극이 아니라 오래된 추리 영화의 분위기를 띤다.

작품은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2019년 9월 7일 첫선을 보였고, 11월 27일 라이온스게이트를 통해 미국 극장에 걸렸다. 전 세계에서 약 3억 1200만 달러를 벌었고, 내셔널 보드 오브 리뷰와 미국영화연구소는 그해의 주요 영화 중 하나로 꼽았다. 골든 글로브 3개 부문, 영국 아카데미상,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로저이버트닷컴은 이 영화를 ‘수년 사이 가장 순수하게 즐거운 영화 중 하나’라고 불렀다. 레너드 말틴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고 썼다. 이후 「글래스 어니언」(2022), 「웨이크 업 데드 맨」(2025)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출발점이 되었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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