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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오버》, 딥페이크를 추격의 엔진으로 삼지만 가장 좋은 질문은 반쯤 던지고 만다

안마리 판 더 몬트 감독의 2022년 네덜란드 해커 스릴러, 홀리 메이 브루드 주연.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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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 밴디슨은 스스로를 윤리적 해커라고 부른다. 그가 최첨단 자율주행 버스를 노린 데이터 유출을 막아 내자, 공교롭게도 국제 범죄 조직 하나가 함께 무너진다. 좋은 일을 한 값으로 멜은 그 조직의 표적이 된다. 아네마리 판 더 몬드(Annemarie van de Mond) 감독의 2022년작 〈테이크오버〉는 이 상황에서 출발하는 액션 범죄 스릴러다.

해킹은 영화가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다. 화면에 코드가 흐른다고 긴장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위협을 자율주행 버스라는 실물에 걸어 둔 설정이 눈에 들어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 유출도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커다란 차체와 만나면 위험이 눈에 그려진다. 자율주행은 사람이 운전대를 놓고 기계를 믿는 일이다. 그 믿음을 지키려던 사람이 이번에는 영상 하나 때문에 믿음을 잃는다. 제목의 ‘테이크오버’에서는 먼저 시스템을 넘겨받는 일이 떠오른다. 그런데 줄거리를 따라가면 다른 뜻도 읽힌다. 누군가 멜의 모습을 가로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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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의 정체는 딥페이크다. 멜이 사람을 죽이는 것처럼 ‘보이는’ 조작 영상이 만들어지고, 남의 시스템에서 허점을 찾아내던 사람이 이번에는 가공된 이미지 앞에서 결백을 호소해야 한다. 조작 영상은 해명보다 먼저 사람들 눈에 닿는다. 나중에 “저건 내가 아니다”라고 말해 봐야 이미 본 장면이 더 오래 남는다. 해명은 언제나 이미 ‘보여 버린’ 것의 뒤를 쫓는다. 영상을 보면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믿어 온 우리의 습관이 그대로 약점이 된다. 이 곤경은 긴 설명 없이 한 문장으로 전달되고, 한 편의 영화를 끌고 가는 동력으로는 충분하다.

‘윤리적 해커’는 멜이 스스로 내건 간판이다. 밖에서 보면 시스템에 들어가는 사람이 윤리적인지 아닌지 가려내기 어렵다. 데이터 유출을 막는 기술은 공격하는 쪽의 기술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누군가 멜을 범죄자로 몰고 싶다면 그 기술이 가장 손쉬운 빌미다. 정의로운 쪽이 악당과 맞서는 구도보다, 자기 실력 때문에 의심받는 주인공이 이야기를 더 팽팽하게 만든다.

장르 표기는 액션, 범죄, 스릴러 세 갈래다. 해커 영화는 모니터 앞에 갇혀 정적으로 흐르기 쉬운데, 이 작품은 액션을 맨 앞에 올렸다. 두뇌 싸움과 몸싸움이 한 이야기 안에 함께 있으려면 주인공이 책상을 떠날 이유가 있어야 한다. 표적이 되었다는 상황이 그 이유를 마련해 준다. 노려지는 사람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멜은 해커이면서 동시에 함정에 빠진 피해자다. 상황을 쥐고 있던 쪽에서 쫓기는 쪽으로 넘어가는 낙차를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일은 상당 부분 멜을 연기한 홀리 메이 브루드(Holly Mae Brood)의 몫이다. 실력은 있으나 영상 하나에 입지를 잃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크레딧에는 젊은 시절의 멜 역으로 파예 킴미제르(Faye Kimmijser)가 따로 올라 있으니, 과거 시간대의 장면이 있는 듯하다. 그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윤리적’이라는 간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영화가 풀어 줘야 할 숙제다. 그 답이 설득력을 갖는다면 간판은 직업 소개 이상의 무게를 얻는다.

함께 출연한 배우로는 게자 바이스(Géza Weisz, 토마스 딘), 수전 라더(Susan Radder, 로스), 프랑크 람메르스(Frank Lammers, 버디), 노르체 헤를라르(Noortje Herlaar, 린데 판 에르프), 왈리드 벤바레크(Walid Benmbarek, 이드리스), 로런스 셸던(Lawrence Sheldon, 로저스), 마이크 베이던보스(Mike Wijdenbosch, 로빈)가 있고, 제니 시아(Jenny Hsia)는 ‘팀 멤버’ 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범죄 조직과 누명을 쓴 주인공, 그 곁의 사람들이라는 조합에서는 누구를 믿고 누구를 의심하느냐가 해킹 기술만큼 중요해진다. 딥페이크 영상 앞에 선 사람에게는 가까운 이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가 세간의 평판보다 무거울 때가 있다.

약점은 뼈대가 낯익다는 것이다. 누명을 쓴 주인공이 결백을 증명하려 애쓰는 구조는 도망자 이야기의 오래된 문법이고, 해킹과 딥페이크는 그 문법에 들어온 새 도구일 뿐이다. 사건이 커질수록 착한 일을 하고 벌을 받는다는 처음의 착상이 흐려지기 쉽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조작된 영상이 단순한 위기 장치로 끝나지 않고 무엇을 믿어야 하느냐는 질문까지 닿는지, 이 영화가 흔한 추격극 이상이 될지는 거기서 갈린다.

그래도 전제에는 마음이 간다. 자율주행 버스와 딥페이크 누명은 요즘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걱정에서 가져온 재료다. 운전대를 기계에 맡겨도 되는가, 영상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믿어도 되는가. 거기에 좋은 일을 하고 벌을 받는 아이러니를 한 사람에게 겹쳐 놓았으니 출발은 좋다. 나는 이 전제에 후한 점수를 주겠다. 다만 결말에서 질문을 슬며시 접는다면 그 점수는 깎일 것이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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