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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m 100〉, 좀비 아포칼립스로 직장인의 굴레를 깨부수다

Martin C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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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m 100: Bucket List of the Dead는 사무실 칸막이 안, 매섭게 밝은 형광등 아래 드러난 텐도 아키라의 핼쑥한 얼굴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눈 밑의 짙은 그늘과 축 늘어진 자세를 외면하지 않는다. 현대 기업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장면에는 고요한 절망이 배어 있다. 이시다 유스케 감독은 이 이미지를 영화의 정서적 출발점으로 삼는다. 존재 자체가 소진된 듯한 인물의 모습은 이후 아키라가 변화를 맞이하는 계기가 된다.

아소 하로와 타카타 코타로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에서 아카소 에이지는 텐도 아키라를 연기한다. 24세 회사원인 아키라는 3년 동안 이어진 가혹한 관리와 끊임없는 초과근무에 짓눌려 의욕을 잃었다. 도쿄에 갑작스레 좀비 아포칼립스가 닥쳤을 때, 아키라가 처음 느낀 감정은 공포나 당황이 아니었다. 안도감이었다. 사회 구조가 무너지면서 억압적인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길 바라던 그에게 마침내 자유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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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m 100의 진가는 서로 다른 분위기를 절묘하게 조율하는 데서 드러난다. 이시다 감독은 진지한 공포와 부조리한 코미디를 능숙하게 엮어,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생존극을 완성한다. 특히 실감 나는 좀비 효과가 돋보인다. 아키라가 과거의 상사(키타무라 카즈키)와 맞서는 클라이맥스가 대표적이다. 상사는 이제 기괴한 언데드 괴물로 변해 있다. 이 대결은 육체적으로 격렬할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묵직하다. 아키라가 마침내 자신의 삶을 비참하게 만든 남자에게 맞서기 때문이다.

아카소 에이지의 연기는 영화의 정서적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무기력한 회사원에서 결연한 생존자로 바뀌어가는 모습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KANA-BOON의 경쾌한 오프닝곡 「Song of the Dead」에 맞춰 한밤중에 청소를 몰아 하는 장면처럼, 조용한 순간에 그 매력이 잘 살아난다. 이전에는 고역이었던 단순한 일에서 기쁨을 찾는 아키라를 통해 새롭게 생긴 삶의 목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조연진도 깊이와 유머를 더하며, 미카즈키 시즈카 역의 시라이시 마이는 직설적이면서도 따뜻한 인물로 눈길을 끈다. 시즈카는 아키라의 가장 가까운 동료 가운데 한 명이 된다.

이 영화의 강점은 좀비 장르를 빌려 더 깊은 주제를 파고드는 데 있다. Zom 100의 핵심은 창의성과 자유를 향한 열망, 그리고 기업 생활이라는 감옥 사이의 갈등이다. 아키라의 버킷리스트는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계획이 아니다. 온전히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발견하려는 여정이다. 일에 매몰된 오늘날의 문화 속에서 이 주제는 특히 강한 울림을 준다.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영화가 놀라울 만큼 지금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다만 Zom 100은 중반부의 속도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버킷리스트 항목이 너무 많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무거워지고, 그중에는 흥미로운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특히 귀신의 집이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의 흐름을 끊고 정서적 여운을 약화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 제약회사 움브리엘이 발병 사태에 개입했다는 하위 줄거리 역시 너무 늦게 등장하고 충분히 다뤄지지 않아, 관객에게 답보다 더 많은 의문을 남긴다.

데와 요시아키의 음악은 영화의 공포와 코미디 요소를 모두 한층 돋보이게 한다. 「Happiness of the Dead」 같은 곡은 점점 기묘해지는 아키라의 모험에 섬뜩한 대비를 더한다. 촬영 역시 도쿄의 상징적인 장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익숙한 풍경을 종말 이후의 놀이터로 바꿔놓는다. 특히 아키라와 동료들이 이제는 텅 빈 도시의 명소를 누비는 장면에서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이 빛난다.

Zom 100: Bucket List of the Dead는 좀비라는 익숙한 소재로 자유와 자기 발견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장르 혼합물로서 제 몫을 해낸다. 공포 요소를 가미한 다크 코미디를 즐기는 관객은 물론, 현대 직장 문화가 사람의 심리에 남기는 상처를 들여다보고 싶은 관객에게도 특히 잘 맞는다. 아카소 에이지가 아키라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연기와, 익숙한 좀비 문법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점이 영화의 강점이다.

속도 조절과 이야기 전개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영화는 결국 즐거움과 생각할 거리를 함께 안겨준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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