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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 ‘부부의 세계’ 여다경에서 ‘인턴’ 최민식의 대표님이 되기까지

Penelope H. F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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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
한소희
Photo: 티비텐 /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
출생1993년 11월 18일
울산광역시, 대한민국
직업배우
수상신인상, 여우주연상 후보

남편이 배신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JTBC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에게는 분명한 지시가 주어졌다. 다른 여자를 미워하라는 것. 한소희(Han So-hee)는 안정된 결혼 생활에 끼어들어 남편을 데리고 떠나는 젊은 연인 여다경 역을 맡아, 누구에게도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는 방식으로 인물을 그려냈다. 캐릭터를 순하게 다듬지도, 카메라 앞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러자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던 어느 순간, 적지 않은 시청자가 대본이 요구하는 대로 미워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한국 케이블 TV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로 막을 내렸고, 문제적 인물로 기용됐던 배우는 작품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한소희가 해온 거의 모든 작업은 그 첫인상에 맞서는 시도처럼 읽힌다. 마약 조직 안에서 복수를 꾀하는 인물, 자신에게 해로울 걸 알면서도 유혹에 빠져드는 학생, 점령기 서울에서 괴물을 쫓는 추적자, 금괴를 훔칠 계획을 세우는 나이트클럽 호스티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직장 생활만 37년에 이르는 인턴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는 스타트업 창업자까지 연기했다. 그중 몇몇 도전은 큰 성과를 거뒀고, 하나는 대중 앞에서 실패했다. 이 작업들을 잇는 공통점은 지난 성공이 자신에게 써준 배역을 계속 거부하는 배우의 태도다.

한소희는 1993년 11월 18일 한국 남동부 해안의 공업 항구 도시 울산에서 이소희로 태어나 울산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수년 동안 공식 프로필에는 출생 연도가 1994년으로 기재돼 있었지만, 소속사 9아토엔터테인먼트는 2024년 10월 더 이른 출생 연도를 확인했다. 고등학교 졸업반 때 서울로 올라와 할머니와 함께 살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애초에 연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한소희는 프랑스의 한 대학에 합격했지만, 통장에 약 6,000만 원이 있어야 발급되는 학생 비자를 감당할 돈이 없어 유학을 포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술집에서 일하고, 모델 활동과 광고 촬영을 하며 돈을 모으던 중 소속사 대표가 연기에 도전해보라고 설득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다른 이들의 작품 속이었다. 2016년 SHINee의 뮤직비디오 ‘Tell Me What to Do’에 출연했고, CJ그룹과 바닐라코 광고에 이어 TV 드라마에 등장했다. 작은 배역으로 Reunited Worlds에 출연한 뒤, 2017년 MBC 돈꽃과 2018년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처음으로 고정 배역을 맡았다. 이어 2019년 KBS2 After the Rain에 출연했고, 같은 해 tvN 어비스에서는 박보영, 안효섭과 함께 조연으로 활약했다. 분명 의미 있는 일자리였지만, 주목받을 만한 역할은 아니었다. 훗날 한소희의 초기 출연작을 찾아본 시청자들 가운데는 그 작품들에서 그녀를 봤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가 많았다.

JTBC가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방영한 부부의 세계는 BBC 시리즈 Doctor Foster를 각색한 작품이다. 김희애가 불륜을 알아차리는 의사 지선우 역을 맡아 이야기를 이끌었고, 남편 역은 박해준이 연기했다. 대본 속 다경은 주로 결혼 생활을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존재했다. 최종회는 전국 시청률 28.4%를 기록하며 SKY Castle을 제치고 한국 케이블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한소희는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그해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두 영예보다 업계에 더 큰 의미를 남긴 것은 따로 있었다. 한소희가 아무런 동정도 받지 못하는 인물로도 베테랑 주연 배우와 맞서는 장면을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소희
한소희. 사진: Marie Claire Korea, CC BY 3.0, Wikimedia Commons

평판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한소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2021년 JTBC 알고있지만,에서 송강과 호흡을 맞췄다. 자신에게 상처를 줄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끌리는 젊은 여성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장르가 아니라 한소희를 따라온 시청자층을 만들어냈다. 같은 해에는 넷플릭스 범죄 시리즈 마이 네임에도 출연했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마약 조직에 들어간 뒤 경찰에 잠입하는 윤지우를 연기했다. 눈물보다 주먹과 분노로 밀어붙인 역할이었고,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2022년에는 박형식과 함께 디즈니+ 4부작 시리즈 Soundtrack #1에 출연했고, 2023년에는 정국의 싱글 ‘Seven’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다.

패션 업계는 캐스팅 디렉터들보다 더 빨리 한소희를 알아봤다. 발렌시아가와 오메가는 2022년 한소희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고, 2023년에는 부쉐론, 찰스앤키스, 휠라가 뒤를 이었다. 한국 패션 매체들은 정제된 연예인 스타일의 틀을 따르지 않는 한소희만의 감각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한국 언론은 한소희를 고윤정, 신예은과 함께 ‘MZ 트로이카’로 묶었다. 과거 송혜교, 전지현, 김태희에게 붙었던 이름이다. 그 별칭은 한소희가 얼마나 빠르게 떠올랐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어떤 배우가 되고자 했는지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경성크리처는 규모로 답을 내놓았다. 넷플릭스는 시즌 1을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공개했고, 시즌 2는 2024년 9월 선보였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던 1945년 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자행한 일본 제국 육군 부대 731부대의 역사를 끌어온다. 한소희는 실종된 어머니를 찾아 나선 추적자 윤채옥 역을 맡았고, 전당포 주인 장태상 역의 박서준과 호흡을 맞췄다. 시즌 2에서는 두 사람이 현대 서울로 무대를 옮긴다. 시즌 1 공개 당시 한소희는 인스타그램에 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사진을 작품 관련 이미지와 함께 올렸다. 일본인 팔로워 일부가 장문의 댓글로 항의했고, 많은 한국 팬은 이를 소박한 추모의 표현으로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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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업계가 좀처럼 상품화하지 못한 한소희의 대중적 이미지 한 부분을 보여준다. 한국의 스타 시스템은 세심한 이미지 관리에 기대지만, 한소희는 하고 싶은 말을 곧장 꺼내는 편이다. 2024년 3월 배우 류준열과의 교제 사실을 확인한 뒤, 류준열의 전 연인 혜리가 짧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렸고 많은 이들이 이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했다. 한소희는 자신도 그 상황이 웃기다는 내용의 게시물로 응수했다가 몇 분 만에 삭제했다. 이어 성격이 급했고 이유가 무엇이든 잘못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며 사과했다. 3월 30일 두 사람의 소속사는 결별을 확인했다. 솔직함을 높이 사는 팬들에게 한소희는 정해진 사과의 문구를 따르지 않는 배우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그해 가장 큰 화제가 작품과 무관한 일로 쏠린 인물이다. 서로 다른 두 해석은 모두 같은 습관에서 비롯된다.

더 약한 고리는 작품 자체에서 드러났다. 이환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프로젝트 Y는 한소희가 상업 장편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강남 유흥가에서 자란 두 친구가 범죄 보스가 숨겨둔 금괴를 훔치는 네오누아르로, 한소희와 전종서가 주인공을 연기한다. 한소희가 맡은 미선은 낮에는 꽃집에서 일하고 밤에는 호스티스로 일한다. 영화는 2025년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처음 공개됐고, 부산에서도 상영된 뒤 2026년 1월 21일 한국 극장에 걸렸다. Once We Were Us에 이어 관객 약 2만 4,400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다. 개봉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은 2월 6일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로 공개됐고, 당시까지 누적 관객은 약 14만 명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에 필요한 관객 수로 업계가 추산한 규모에는 한참 못 미쳤다. 한소희는 자신이 틀에 박히고 있다고 느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한 바 있다. 이 영화는 뻔하지 않은 역할을 택하는 일이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어도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8개월 뒤, 뜻밖의 방향에서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다. 김도영 감독이 연출한 인턴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가 제작한 2015년 낸시 마이어스 코미디의 리메이크다. Kim Ji-young, Born 1982를 연출한 김도영 감독은 한소희를 패션 스타트업 우이십이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이선우 역에 기용했다. 창업 3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한 회사다. 최민식은 37년 경력의 ‘시니어 인턴’ 김기호 역을 맡았다. 그는 회사의 디지털 업무 방식과 격의 없는 문화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는다. 2025년 9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촬영한 영화는 추석 연휴를 앞둔 2026년 9월 16일, 1,473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개봉 첫날 관객 6만 1,038명을 동원해 크리스토퍼 놀란의 The Odyssey를 박스오피스 정상에서 끌어내렸다. 약 50일 만에 한국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사례였으며, 첫 주말에는 누적 관객 40만 명을 넘어섰다. 연휴 주말에는 4위로 내려왔지만, 10월 10일 누적 관객은 86만 8,465명에 이르렀다.

평론가들은 이야기 자체보다 두 배우의 조합을 더 높이 평가했다. 연합뉴스의 이민지는 이 영화를 세대 갈등과 한국의 연공서열 문화를 다룬 기분 좋은 ‘직장 동화’라고 평했다. 최민식과 한소희의 호흡에는 호평을 보냈지만, 에피소드식으로 흘러가고 예측 가능한 줄거리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소희에게 이 캐스팅이 중요했던 이유는 또 달랐다. 선우는 도덕적 모호함 뒤에 숨지 않고, 첫 장면부터 관객의 호감을 얻어야 하는 첫 주요 배역이다.

두 작품을 공개하기 전후로 한소희는 활동 영역을 넓게 유지했다. 2026년 5월 부쉐론 앰배서더 자격으로 Garance 상영을 위해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같은 주 류준열이 영화 구매자로 칸을 찾았고, 한국 언론은 이 사실도 빠짐없이 보도했다. 그달 말에는 K팝 그룹 Xlov의 두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곡 ‘SERVE’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광고 모델 활동도 대중 시장으로 확장됐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5년 한소희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고, 치킨 프랜차이즈 BHC도 그해 11월 모델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의 행보는 장르물에 무게를 싣는다. 넷플릭스는 웹소설과 웹툰으로 인기를 얻은 나 혼자만 레벨업 실사 시리즈에서 한소희를 차해인 역으로 캐스팅했다. 성진우 역은 변우석이 맡으며, 이성민과 정지훈도 출연한다. 넷플릭스는 차해인을 장검을 휘두르며 싸우는 유일한 여성 S급 헌터이자 바이커로 소개했다. 2026년 촬영이 진행 중이며, 넷플릭스는 아직 공개일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한소희를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가운데 가장 큰 시청자층 앞에 세울 것이다. 팬들이 이미 그 역할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한소희가 지금껏 피해온 압박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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