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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서 사약, 2026년 재벌가에서 깨어났다… ‘멋진 신세계’

Molly Se-kyung

조선 시대 정1품 희빈 강단심이 사약을 받고 죽는다. 다음 순간 그녀가 눈을 뜬 곳은 2026년 무명배우 신서리의 몸이다. 처음 마주친 인물은 SBS가 보도자료에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 직접 호명한 재벌 3세 차세계. 강단심은 그를 알아본다. 의복만 바뀌었을 뿐, 같은 인간을 조선 궁중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5월 8일 SBS 금토드라마 첫 방송, 넷플릭스 동시 공개로 출격하는 ‘멋진 신세계'(연출 한태섭, 극본 강현주, 제작 스튜디오S·길픽쳐스)의 출발점이다. 임지연이 신서리/강단심을, 허남준이 차세계를 맡는다. ‘신이랑 법률사무소’ 후속으로 편성됐다.

이 작품의 진짜 질문은 과거가 미래에서 무엇을 만드는가가 아니다. 과거가 미래에서 무엇을 알아보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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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권력 구조, 다른 간판

‘멋진 신세계’가 밀어붙이는 논지는 단순하다. 조선 궁궐의 운영 원리와 재벌 회의실의 운영 원리가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위계, 세습, 사적 총애를 구조적 권력으로 환산하는 회로. 가문도 뒷배도 없는 여성이 두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쓸 수 있는 좁은 수의 카드. 강단심이 조선 최고의 요녀로 불린 이유는 단 하나, 변변한 후원 세력 없이 오직 머리만으로 정1품에 올랐기 때문이다.

두 세기 후, 드라마는 21세기 서울을 그 게임의 다른 간판판으로 무대에 올린다. 차일그룹의 3세 승계 분쟁은 곧 왕조의 후사 문제다. 회의실 좌석 배치도는 어좌의 평면도다. 강단심은 새로 배울 것이 없다. 이미 아는 것을 번역하면 된다.

이 논지를 드라마는 대사보다 카메라로 먼저 던진다. 궁궐 장면과 차일그룹 회의실 장면이 같은 카메라 문법을 공유한다. 좌석 위계로 짜인 와이드 샷, 부하 직원이 공손한 각도로 잡히는 투 샷, 가장 강한 몸이 늘 살짝 위에 놓이고 청원자가 대각선에 놓이는 블로킹. 두 세기를 가로지르는 컷이 곧 명제다.

임지연 카드

이 모든 것을 떠받치는 것은 임지연이다. 2022년 ‘더 글로리’에서 보상받는 시스템에 잔혹함을 거꾸로 쥐여준 여자를 연기하며 커리어를 다시 세운 배우. ‘멋진 신세계’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캐스팅은 그 한 명뿐이다.

임지연의 톤 컨트롤이 곧 이 작업의 도장(刀章)이다. 로맨틱 코미디 박자가 요구하는 것보다 반 박자 길게 유지되는 자세, 상황이 부르는 것보다 한 칸 더 직선적인 시선, 분초 단위로 늦게 도착하는 미소. 2026년에 조선 악녀를 연기하는 다른 배우라면 대개 ‘물 밖 물고기’ 카드나 ‘귀여운 캐릭터’ 카드를 꺼냈을 것이다. 임지연은 강단심을 낯선 궁궐에서 경쟁 정보를 캐는 직업 외명부 관료처럼 연기한다.

허남준은 재벌 3세를 강단심의 반대극이 아니라 구조적 거울로 짓는다. 사촌 최문도 역의 장승조가 차일그룹 안의 궁중 정치 삼각구도를 완성한다. 이 인물들 중 누구도 선하지 않다. 드라마는 누구 하나 로맨스로 구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로맨스가 흥미로워진다.

‘시원함’이냐 ‘구원’이냐

캐스팅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 드라마가 지난 3년간 자기 작품 속 여성 빌런에게 진 빚을 다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더 글로리’ 이후의 흐름은 여성의 분노와 책략이 더 이상 사과해야 할 것이 아니라고 결론 냈다. ‘멋진 신세계’는 이 하위 장르 최초로 노골적인 팜파탈 후궁을 골라냈고, 시청자에게 원래 이야기가 단죄했던 인물의 편에 서달라고 요청한다.

SBS는 이 판이 어떤 판인지 정확히 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자사가 정의해온 ‘시원함 유니버스’ 안에 배치한다. ‘모범택시’, ‘열혈사제’, ‘지옥에서 온 판사’, ‘굿파트너’를 낳은 통쾌한 응징의 계보. 자사 로코 계보가 아니다. 이 마케팅 결정은 시청자에게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방송사의 신호다.

넷플릭스 글로벌 라인은 이를 “악질 재벌 3세”가 “운명을 다시 쓸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로맨스로 소개한다. 두 개의 계약서. SBS는 시원함을, 넷플릭스는 구원을 약속한다. ‘멋진 신세계’가 실제로 살고 있는 자리는 그 두 약속 사이의 거리다. 시스템이 적의 자리에 들어서는 순간, 시원함과 구원은 같은 말이 된다.

끝나지 않을 질문

드라마가 진짜로 메타볼라이즈하는 2026년 한국의 맥락은 재벌 3세 승계 논쟁이다. 만들지 않은 자, 어떤 유권자에게도 책임지지 않는 자에게 산업 제국을 물려주는 일.

‘멋진 신세계’는 이 논쟁 한가운데로 착륙해, 공론장이 그동안 하지 못한 일을 한다. 재벌 3세를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문제가 아니라 400년 된 통치 모델의 가장 최근 버전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조선 궁궐 정치는 시스템이 그 행동을 보상했기 때문에 첩보망을 운영하는 후궁을 만들어냈다. 재벌 서울은 시스템이 그 행동을 보상하기 때문에 건설 컨소시엄을 운영하는 상속자를 만들어낸다. 같은 건축이다.

드라마가 끌어올리는 불안은 한국인이 이미 안고 있던 불안이다. 이 나라는 자기 왕조 구조를 진짜로 해체한 적이 없다. 강철과 유리로 이름을 바꿨을 뿐이다.

‘멋진 신세계’가 열어두기만 하고 닫지 못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정직을 보상하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본 적 없는 인물에게 ‘구원’이 과연 맞는 단어인가. 2026년 재벌 서울의 규칙이 조선 궁궐의 규칙과 같은 행동을 보상한다면, 강단심의 성격에는 결함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규칙에 대한 유창한 응답이었을 뿐이다.

My Royal Nemesis - Netflix
My Royal Nemesis – Netflix

이 질문에 답하는 순간 드라마는 부서진다. 강단심이 ‘선’해지면 전제가 배반당하고, ‘악’으로 남으면 장르가 배반당한다. 답하지 않은 질문이 곧 의미다. 마지막 회 이후 시청자가 집으로 가지고 가는 것, 6월 20일 종영까지 매주 두 시간이 정당화될지 판가름하는 것이 그 질문이다.

‘멋진 신세계’는 5월 8일(금) 밤 9시 50분 SBS 금토드라마로 첫 방송하며,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된다. 총 14부작. 6월 20일 종영 예정. 출연: 임지연, 허남준, 장승조, 이세희, 김민석, 김해숙. 연출 한태섭, 극본 강현주, 제작 스튜디오S와 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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