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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는 마블의 가장 아름다운 실책, 열 명의 영웅 속에 묻힌 자오의 섬세함

클로이 자오 감독, 2021년. 평단의 외면을 받은 MCU 최초의 영화.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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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는 출발할 때부터 질문 하나를 달고 있었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가 마블 스튜디오의 스물여섯 번째 영화를 맡으면 MCU가 달라질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면 답은 반쯤 그렇고 반쯤 아니다. 이야기는 기원전 5000년, 셀레스티얼 아리셈이 열 명의 초월적 존재를 지구로 보내 데비안츠를 없애도록 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고는 오늘날의 런던으로 건너뛴다. 그곳에서는 세르시와 스프라이트가 인간들 사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데비안츠 하나가 불쑥 나타나고, 이카리스가 달려와 그것을 쫓아내면서 뿔뿔이 흩어졌던 이터널스가 다시 모여야 하는 처지가 된다.

자오는 이 영화에서 평소의 감각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테런스 맬릭의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전 MCU 영화보다 더 많은 로케이션과 자연광을 쓸 수 있는 재량을 받았다. 촬영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파인우드 스튜디오와 영국, 카나리아 제도에서 이어졌다. 그 흔적은 화면에 남아 있다. 다만 《가디언》은 해 질 녘의 몇몇 장면을 빼면 자오의 섬세한 시선이 장르 관습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고 평했고, IGN은 눈길을 끌지만 시간만 잡아먹는 자연 풍경 컷이 이미 긴 러닝타임에서는 숙제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나도 같은 자리에서 걸렸다. 풍경이 인물의 감정을 받쳐 주는 순간보다 이야기를 잠시 멈춰 세우는 순간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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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 것은 세르시와 이카리스의 관계다. 젬마 챈이 연기하는 세르시는 인간을 아끼는 마음 때문에 이야기의 중심에 서고, 리처드 매든의 이카리스는 그녀와의 옛 관계를 현재까지 끌고 온다. 스크린랜트에 따르면 두 사람의 연애는 몽타주로 압축되어 있고, 그 안에 결혼 장면과 MCU 최초의 섹스 신이 곧바로 이어진다. 스크린랜트는 이 로맨스를 서두른 감이 있지만 진심으로 다정하다고 평했고, 이미 끝난 관계의 비극이 영화의 온기를 만든다고 했다. 나는 이 평가에 동의한다. 다만 몽타주 한 편이 그 관계를 세워야 했다는 점은 이 영화가 얼마나 시간에 쫓겼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현재에서 마주 서는 대목이 힘을 얻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 덕이 크지만, 그 밑바탕이 되는 과거가 너무 얇게 깔려 있다.

조연 쪽에서는 쿠마일 난지아니의 킹고가 단연 눈에 띈다. 《가디언》은 그를 발리우드 배우 집안으로 대를 이어 지구에 숨어 살면서 시종까지 데리고 세상을 구하겠다고 나서는 인물로 소개하며 ‘능청스러운 재미’라고 불렀다. 무거운 신화 속에서 숨 쉴 틈을 만들어 주는 인물이 그라는 데 나도 동의한다. 안젤리나 졸리의 테나는 가장 뛰어난 전사로, 살마 하이에크의 아약은 이터널스의 리더로 소개된다. 그런데 일행이 사우스다코타로 찾아갔을 때 아약은 이미 죽어 있다. 하이에크 같은 배우를 이야기 초반에 퇴장시키는 선택이어서, 리더가 사라진 뒤 남은 이들이 어떻게 흔들리는지가 이후 이야기의 동력이 된다. 로런 리들로프가 농인 배우로서 마카리를 연기한 것과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의 파스토스가 마블 최초의 공개적인 동성애자 히어로로 그려진 것은 의미 있는 시도다. IGN도 이 영화를 마블 스튜디오 역사상 가장 다양한 캐스트라고 불렀다. 하지만 《가디언》의 말처럼 캐스팅에 쏟은 공만큼 이야기가 받쳐 주지는 못한다. 억지스러운 회상과 인위적인 감상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배리 케오건의 드루이그와 돈 리의 길가메시까지 합치면 이름과 사연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구성이다.

구조적인 약점은 결국 인물이 너무 많다는 데서 나온다. 이터널스 열 명에 키트 해링턴이 연기하는 인간 연인 데인 휘트먼까지 챙기려니 이야기는 곳곳에서 서둘러 넘어갈 수밖에 없다. 로저 에버트 닷컴은 배우진이 방대하고 세계관 설명이 많아서 영화가 서두르는 듯하고 만족스럽지 않다고 썼다. 러닝타임이 2시간 37분인데도 그런 인상이 남는다는 것은, 시간이 모자란 게 아니라 배분이 어긋났다는 뜻이다. IGN은 이터널스의 중대한 잘못이 너무 빨리 용서되고 잊힌다고 지적했는데, 그 때문에 내부 갈등의 정서적 무게가 가벼워진다. 수백 년을 산 존재들이니 원한이 지루해졌으리라는 설명은 납득이 가지만, 극적으로는 긴장을 덜어낼 뿐이다.

액션은 이 영화의 가장 평범한 부분이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영화가 조용한 순간에 더 생기 있고, CG가 중심인 전투는 꽤 틀에 박혀 있다고 평했다. 나도 데비안츠와의 싸움보다 인물들이 마주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더 오래 화면에 붙들렸다. 음악은 라민 자와디가 맡았다. 그의 음악은 큰 사건 곁에 깔리지만, 내 기억에 오래 남은 것은 선율보다 인물들 사이의 침묵이었다.

이터널스는 2021년 11월 5일 미국에서 개봉해 전 세계에서 4억 210만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MCU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작품이 되었고, 비판은 주로 각본과 속도감에 쏠렸다. 자오의 영화에는 분명 다른 온도가 있지만, 그 온도를 끝까지 지켜 낼 만한 여유가 이 프로젝트에는 없었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져가는 것은 세르시와 이카리스의 쓸쓸한 관계, 킹고가 만드는 웃음, 그리고 거대한 슈퍼히어로 서사 한가운데서도 살아 있던 몇몇 조용한 순간이다. 그것만으로 영화 전체가 구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자오가 이 틀 안에서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는 그 순간들에 분명히 남아 있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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