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Nowhere》, 강철 컨테이너 하나와 안나 카스티요가 빚어낸 긴장감과 결함이 공존하는 생존 스릴러

Martha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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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핀토 감독의 《Nowhere》는 임신한 여성을 화물 컨테이너에 가둔 채, 관객에게도 그녀와 함께 그 안에 머물라고 한다. 안나 카스티요가 연기하는 미아는 전쟁 중인 나라를 탈출하기 위해 화물선에 실린 컨테이너 안에 숨어든다. 곧 거센 폭풍이 몰아치고, 그녀는 망망대해에서 아이를 낳는다. 영화의 설정은 이게 전부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이야기인데, 영화는 그 간결함을 믿고 밀고 나갈 때 가장 잘 작동한다.

스페인에서 제작된 이 영화의 배경은 디스토피아지만,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 다섯 명의 각본가 에르네스트 리에라, 미겔 루스, 인디애나 리스트, 시앤 윈슬로, 테레사 로센도이는 그 세계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다. 대신 영화가 공을 들이는 것은 물건들이다. 컨테이너 안에는 타파웨어 용기, 포장된 이어폰, 평면 TV, 병에 든 보드카, 후드티가 가득하다. 배에 탄 사람이라면 누구도 쓸 일이 없었을 물건들이다. 미아는 그 하나하나를 쓸모 있게 만들어야 한다. 앞서 챙겨 둔 드릴과 테이프, 주머니칼도 있다. 물이 차오르자 미아가 드릴과 칼로 지붕에 구멍을 뚫어 자신과 아기를 빠져나가게 하는 장면이 설득력을 얻는 건, 그전부터 그녀가 도구들을 다루는 모습을 충분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한 번 등장한 것은 나중에 반드시 다시 쓰이고, 그런 짜임새가 각본의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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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거의 모든 것을 카스티요가 짊어진다. 각본은 그녀에게 함께할 인물을 거의 주지 않기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신체적 탈진과 공포, 고집스러움을 관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폭풍 속 출산은 영화의 분기점이다. 그전까지 미아는 도망치려는 여자다. 이후에는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누군가의 목숨까지 책임져야 한다. 카스티요는 그 변화를 영웅적인 기세가 고조되는 순간이 아니라 시야가 좁아지는 과정처럼 연기한다. 그녀의 얼굴에는 승리감이 없다. 그저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다음에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의 표정만 있을 뿐이다. 절제되고 과장되지 않은 연기이며, 영화는 어떤 단일한 이미지보다 이 연기에 더 크게 기대고 있다.

타마르 노바스는 니코 역을 맡았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대부분 전화 통화로, 물 위에 고립된 미아에게 그의 목소리가 닿는다. 이 통화는 영화 속 유일한 인간적 연결고리이자, 영화가 가장 무리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표류하는 컨테이너 안에서 전화가 계속 연결된다는 설정은 관객이 눈감아 주어야 하는 편의이고, 통화가 걸려오는 시점도 상황의 흐름보다 각본의 필요에 따라 정해진 듯한 경우가 많다. 노바스는 제한된 재료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낸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마음을 움직이지만, 그 뒤에서 작동하는 장치를 완전히 잊을 수는 없었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미아가 이미 잃은 딸 우마에 관한 것이다. 미아의 몸이 한계에 다다를 때마다 우마는 환각 속에 나타난다. 이 이야기는 생존을 위한 기술적인 사투에 그 이상의 무게를 보태고, 영화가 이를 길게 끌지 않는 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미아의 과거와 정치적 설정, 즉 자국민을 공급 문제처럼 취급하는 정부는 배경에 머문다. 폭정에 관해서는 말로만 들을 뿐, 직접 목격하지는 못한다. 미아가 바다에 나선 뒤에는 그 이야기가 거의 완전히 희미해진다. 사회가 취약한 사람들을 내다 버린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면, 영화는 그 주제를 빠르게 던지고 지나간다. 아이를 잉여로 취급하는 국가에서 도망치는 어머니라는 설정은 각본이 가진 가장 강력한 아이디어인데, 이를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쉽다.

더 큰 문제는 속도 조절이다. 컨테이너 안에 갇혔다가 탁 트인 바다로 나가는 이야기에는 리듬을 바꿀 여지가 많지 않고, 핀토 감독은 그 한계를 매번 돌파하지 못한다. 미아가 표류하는 장면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보다 되풀이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구간이 있어, 점점 높아져야 할 긴장감이 제자리걸음을 한다. 약 109분의 러닝타임이 지나치게 길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장면이 이어진다는 점을 실감하기에는 충분하다. 감상적인 장면도 멜로드라마에 가까워지곤 한다. 특히 관객이 이미 미아에게 마음을 기울인 시점에 전화가 걸려오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영화가 계속 볼 만한 이유는 반전을 덧붙여 설정을 부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은 단순하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물, 굶주림, 갓난아기, 쇠약해지는 몸. 미아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곧 다음 문제가 닥친다. 영화는 관객을 지치게 할 때조차 그 반복의 현실을 정직하게 그려낸다.

《Nowhere》는 투박하고 고르지 못하며 때로는 감정을 조종하려 드는 생존 스릴러다. 하지만 결점만으로 가늠하기에는 장점이 더 많다. 인과관계는 명확하고, 주연 배우는 자신을 둘러싼 각본보다 강하며, 가장 뛰어난 장면들은 강철 상자 하나만으로도 놀라울 만큼 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라고 부르지는 않겠다. 그래도 한 사람이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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