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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스티븐슨, 스물일곱에 연극학교에 들어가 《로마》와 《아소카》를 남긴 배우

Penelope H. F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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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스티븐슨
레이 스티븐슨
Photo: Mingle Media TV /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출생1964년 5월 25일
북아일랜드 리스번
사망2023년 5월 21일 (58)
직업배우
대표작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천둥의 신, 다이버전트
수상새턴 어워드 후보 — TV 드라마 부문 최우수 조연상, 덱스터

아소카 촬영장에서 데이브 필로니는 레이 스티븐슨에게 거듭 상기시켰다. “레이, 당신은 여기서 악역이에요. 알고 있죠?” 스티븐슨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요”라고 답했고, 쇼러너가 계속 다그치자 논쟁을 매듭짓지 않은 채 말했다. “두고 보죠.” 필로니는 시리즈가 공개된 뒤 Entertainment Weekly와의 인터뷰에서 이 일화를 들려줬다. 배우를 그 어떤 출연작 목록보다 잘 설명하는 이야기다. 스티븐슨은 큰 체격과 위압감, 장면을 묵직하게 만드는 어깨를 지닌 군인이나 집행자 역할로 발탁되곤 했지만, 평생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조용히 주장했다.

필로니와 함께 빚어낸 타락한 제다이, 베일런 스콜은 그런 주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인물이었지만, 스티븐슨은 그 캐릭터가 관객에게 공개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는 시리즈 첫 방송을 석 달 앞두고 세상을 떠났고, 이제 그 역할은 다른 배우의 몸을 빌려 돌아온다. 이처럼 답을 내리지 않은 질문을 드러낸 채 막을 내리는 배우의 경력은 흔치 않다.

조지 레이먼드 스티븐슨은 영국 공군 조종사의 세 아들 가운데 둘째로, 1964년 5월 25일 북아일랜드 앤트림주 리스번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가족은 잉글랜드 북동부로 이주했다. 처음에는 뉴캐슬어폰타인의 서쪽 끝에 있는 레밍턴에 살았고, 이후 해안 마을 시턴 들라발로 옮겼다. 배우가 될 생각은 없었다. 뉴캐슬의 배스 레인 칼리지에서 디자인 과정을 밟으며 실내 디자인 분야로 나아가던 중,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랜퍼드 윌슨의 Burn This에 출연한 존 말코비치의 연기를 봤다. 그 공연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 스티븐슨은 27세에 브리스톨 올드 빅 극학교에 입학해 29세에 졸업했다. 일찍 연기를 시작한 배우라면 이미 10년 치 출연 이력을 쌓았을 나이였다.

그 뒤로 이어진 시간은 영국에서 일하는 배우라면 거치는 견습기였다. 캐서린 쿡슨 원작을 각색한 The Dwelling Place와 The Tide of Life, 배우 루스 제멜을 만난 Band of Gold, 그리고 훗날 두 사람이 부부로 출연한 Peak Practice에 모습을 드러냈다. City Central과 코미디 드라마 At Home with the Braithwaites에서는 주연을 맡았고, Waking the Dead와 Murphy’s Law에는 특별 출연했다. 무대에도 꾸준히 돌아갔다. 2000년 요크 민스터에서 열린 요크 미스터리 연극에서는 예수를 연기했고, 2001년 앨버리 극장에서 린지 덩컨과 함께 케빈 엘리엇의 Mouth to Mouth에 출연했다. 2003년에는 내셔널 시어터에서 재닛 맥티어와 함께 존 웹스터의 The Duchess of Malfi에 추기경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영화 출연은 천천히 찾아왔다. 1998년 폴 그린그래스의 The Theory of Flight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케네스 브래너가 주연한 이 작품에서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한 인물이 고용한 남창을 맡았다. 6년 뒤 앙투안 푸콰는 킹 아더에서 다고네 역을 맡겼다. 동료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얼어붙은 호수에서 목숨을 바치는 기사였다. 조연이었지만, 이 배역은 이후의 전형을 세웠다.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대가를 치르는 거구의 남자.

로마는 모든 것의 규모를 바꿔놓았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두 시즌, 22개 에피소드로 방영된 HBO와 BBC의 시리즈에서 스티븐슨은 제13군단의 군단병 티투스 풀로를 연기했다. 군인다운 욕망을 지녔고 판단력보다 앞서는 충성심을 품은 인물로, 케빈 맥키드가 연기한 완고한 루키우스 보레누스와 호흡을 맞췄다. Variety에서 이 시리즈를 평한 브라이언 로워리는 풀로를 “온갖 과욕에도 어떻게든 매번 위기를 넘기는 자연의 힘”이라고 묘사했다. 스티븐슨에게 촬영은 좀 더 개인적인 의미가 있었다. 그는 Associated Press에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해 가운데 하나였어요. 내 안에 자리를 잡고 ‘그냥 일을 해. 그 일만으로 충분해’라고 말하게 했죠.” 이 한마디가 이후 15년을 설명한다.

로마 이후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대체로 덩치가 컸다. 동유럽 벙커에서 나치 좀비들과 맞닥뜨린 용병들을 그린 스코틀랜드 공포 영화 Outpost(2008)는 장편영화 첫 주연작이었다. 같은 해 렉시 알렉산더의 퍼니셔 2에서 그는 가족을 살해당한 뒤 자경단원이 되는 전직 해병 프랭크 캐슬을 연기했다. 디즈니 인수 전 마블 작품으로, 캐릭터의 잔혹성을 그대로 밀어붙였지만 개봉 당시 평가는 좋지 않았다. The Other Guys에서는 윌 페럴과 마크 월버그를 상대하는 세련된 악역을 맡았다. 2011년에는 여러 작품에서 활약했다. 케네스 브래너의 토르: 천둥의 신에서는 아스가르드 전사 볼스타그, 폴 W. S. 앤더슨의 삼총사에서는 포르토스를 연기했다. 그리고 당시 그에게 가장 잘 어울렸던 배역은 킬 더 아이리쉬맨의 대니 그린이었다. 1970년대 이탈리아계 미국인 마피아와 전쟁을 벌이며 자신을 노린 여러 차례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클리블랜드의 아일랜드계 미국인 범죄 조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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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G.I. Joe: Retaliation의 파이어플라이, 다이버전트와 두 편의 속편에서 맡은 마커스 이튼, The Transporter Refueled의 프랭크 마틴 시니어 역이 찾아왔다. 토르: 천둥의 신에 이어 Thor: The Dark World와 Thor: Ragnarok에서도 볼스타그를 연기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출연한 마블 영화였다.

영화와 달리 텔레비전은 그에게 내면을 지닌 인물을 자주 맡겼다. 2012년 덱스터 시즌 7에서 연기한 아이작 시르코는 연인을 죽인 남자를 찾아 마이애미에 온 우크라이나 마피아 보스였고, 이 역할로 새턴상 후보에 올랐다. Starz 시리즈 검은 해적 시즌 3과 4에서는 에드워드 티치, 즉 검은수염을 연기했다. 한때 자신의 것이었지만 자신 없이 변해버린 나소로 돌아온 노년의 해적왕이었다. 바이킹스 마지막 시즌에서는 오테레, Das Boot 시즌 3에서는 잭 스윈번 함장, The Spanish Princess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4세를 맡았다. 녹음실에서는 제국에 충성하는 만달로리안 사령관 가 색슨의 목소리를 스타워즈 반란군과 The Clone Wars 마지막 시즌에서 연기했다. 데이브 필로니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도 이 목소리 연기 작업을 통해서였다.

이 경력을 두고 할리우드가 그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흔히 나오는데,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프랜차이즈 제작 시스템은 스티븐슨이 가진 것을 정확히 원했다. 193cm의 키가 뿜어내는 믿음직한 위협감에 고전적인 발성이 더해진 모습이었다. 제작진은 그런 자질에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그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세 편의 토르 영화에서 볼스타그는 할 일이 거의 없었고, Thor: Ragnarok에서는 짧은 한 장면 만에 퇴장했다. 하지만 스티븐슨 역시 조연 배우가 스타로 발돋움하는 데 필요한 게임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작품과 별개인 대중적 이미지를 만들지 않았고, 우상으로 누구를 꼽느냐는 질문에는 리 마빈과 진 해크먼을 언급했다. 그는 Backstage에 이렇게 말했다. “젊고 핫한 주연 배우가 아니라,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남자들이었어요.” 다른 자리에서는 “마음속으로는 늙은 전사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결과 주연 배우의 몸을 지닌 성격파 배우의 경력이 만들어졌고, 그 경력의 맹점은 캐스팅을 맡은 사람들이 종종 그의 몸만 봤다는 점이었다.

말년의 작품들은 뜻밖의 방향에서 그 전형을 깨뜨렸다. 2019년 S. S. 라자몰리는 1920년을 배경으로 한 텔루구어 대작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에서 식민 지배자 악역 스콧 벅스턴 총독으로 그를 캐스팅했다. 이 작품은 인도를 훨씬 넘어 전 세계 관객에게 알려졌고, 삽입곡 “Naatu Naatu”는 2023년 3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앤트림주 출신 배우가 인도 블록버스터에서 영국령 인도의 얼굴을 연기했다는 데에는 소소한 아이러니가 있었고, 스티븐슨은 그 역할을 한껏 밀어붙였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라자몰리가 남긴 추모는 스크린이 아니라 촬영장에 관한 것이었다. “레이는 촬영장에 엄청난 에너지와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 기운은 전염성이 있었죠. 그와 함께 일하는 건 순수한 기쁨이었습니다.” 같은 해 그는 마틴 캠벨의 Memory에서 리암 니슨과 함께 출연했다.

베일런 스콜은 필로니가 그를 위해 아껴둔 역할이었다. 필로니는 Entertainment Weekly에 캐릭터를 쓸 때 염두에 둔 배우는 스티븐슨뿐이었다고 말했다. 기사단이 파괴된 뒤 살아남아 그 질서의 확신을 등지고 떠난 제다이, 철학자처럼 인내심을 지닌 용병이었다. 스티븐슨은 매주 월요일 아이디어 목록을 들고 촬영장에 왔고, 캐릭터의 광선검 손잡이 디자인에도 의견을 보탰다. 그러면서 악역이라는 꼬리표를 거듭 거부했다. 베일런 자신도 그 꼬리표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필로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양쪽 입장을 모두 연기하면서 베일런이 대단한 야망을 지닌 사람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는 배우예요. 어쩌면 위험한 야망일 수도 있지만, 베일런은 스스로 그렇게 보지 않죠.” 시리즈가 공개된 뒤 평단도 이에 동의했다. Metro는 그의 연기를 “Star Wars 시리즈 전체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라고 했고, Collider는 “피할 수 없는 중후함”을 언급했다.

그는 그 반응을 보지 못했다. 레이 스티븐슨은 59세 생일을 나흘 앞둔 2023년 5월 21일, 58세로 세상을 떠났다. 액션 영화 Cassino in Ischia를 촬영하던 이탈리아 이스키아섬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뒤였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고, 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도미닉 퍼셀에게 돌아갔다. 2023년 8월 22일 Disney+에서 공개된 아소카 첫 회에는 “우리의 친구 레이를 위해”라는 헌사가 담겼다. 그의 제자 신 하티를 연기한 이바나 사크노는 스티븐슨을 “영원히 나의 늑대”로 간직하겠다고 썼다. 로마에서 풀로의 상대역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를 맡았던 제임스 퓨어포이는 이렇게 추모했다. “모든 역할을 끝까지 꽉 채워낸, 눈부시고 배짱 있으며 누구보다 큰 존재감을 지닌 배우.”

그가 떠난 뒤에도 작품은 계속 공개됐다. 피에르 모렐이 연출한 케이트 베킨세일 주연의 첩보 스릴러 카나리 블랙에서 그는 CIA 국장 재비스 헤들런드를 연기했다. 이 작품은 2024년 10월 Amazon MGM Studios를 통해 공개됐으며, 스티븐슨에게 헌정됐다. 그의 마지막 스크린 연기는 2025년 10월 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페테르 쇼시 감독의 헝가리 역사 영화 1242: Gateway to the West에서 몽골의 유럽 침공을 배경으로 교황 사절 체사레아니 추기경을 연기했다. 케빈 스페이시가 제작에서 하차한 뒤 2022년 스티븐슨이 그 역할을 넘겨받았다. 영화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넘게 흐른 2025년 10월 2일 헝가리에서 개봉했다.

스티븐슨은 1997년 루스 제멜과 결혼했으며, 두 사람은 2005년 이혼했다. 이후 이탈리아인 인류학자 엘리자베타 카라차와 재혼해 세 아들을 두었다. 퓨어포이는 추모 글을 “사랑하는 아내 베타와 아름다운 아이들에게”라는 마음을 전하며 마무리했다.

아소카는 2027년 1월 20일, 필로니가 전편을 집필한 새 에피소드 8편과 함께 Disney+로 돌아온다. 베일런 스콜 역은 스티븐슨과 가까운 친구였던 로리 맥캔이 맡는다. 맥캔은 모티스 신들의 조각상 앞에 서서 제다이보다 오래된 힘을 찾는 모습으로 마지막으로 목격된 인물을 이어받는다. 그와 함께 논쟁도 물려받는다. 베일런이 그저 악당이었는지는 이제 새 시즌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하지만 그 꼬리표에 맞선 주장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배우가 먼저 화면 위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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