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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우먼’ 오스카 수상 칠레 감독 세바스티안 렐리오, 촬영 도중 52세로 별세

‘글로리아’와 ‘더 원더’의 감독은 알레한드로 삼브라의 소설 ‘칠레 시인’을 영화화하던 중 산티아고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Veronica L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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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의 댄스홀과 할리우드 촬영장을 이토록 자유롭게 오간 라틴아메리카 영화인은 드물었고, 고국의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진 영화를 만든 감독은 더 드물었다. 칠레 장편영화 최초의 아카데미상을 안긴 드라마 ‘판타스틱 우먼’을 연출한 칠레 감독 세바스티안 렐리오(Sebastián Lelio)가 금요일 산티아고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는 열 번째 장편영화가 될 작품을 촬영하던 중이었다. 향년 52세.

파트너이자 배우인 아말리아 카사이(Amalia Kassai)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부고를 전하며 사망 원인을 “건강상의 이유”라고 밝혔다. 렐리오 카사이 가족과 캄포스 와트 가족을 대표해 “힘든 시기에 저희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배려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버라이어티는 칠레 매체 엘 메르쿠리오 온라인을 인용해, 카사이가 라스 콘데스 지역 자택에서 그가 발견된 뒤 경찰에 연락했다고 보도했다. 유족은 그 밖의 의학적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1974년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태어난 렐리오는 두 살 때부터 칠레에서 자랐고, 칠레 영화학교(Escuela de Cine de Chile)에서 영화 제작을 공부했다. 3일 만에 촬영한 가족 드라마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 2005)로 데뷔했다. ‘나비다드’(Navidad, 2009)는 칸 감독주간에 초청됐고, ‘타이거의 해’(The Year of the Tiger, 2011)는 로카르노영화제로 그를 이끌었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은 ‘글로리아’(Gloria, 2013)였다. 자기 삶을 원하는 마음을 사과하지 않는 50대 후반 이혼 여성의 초상을 그린 이 영화로 파울리나 가르시아는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곤살로 마사와 공동 각본을 쓴 ‘판타스틱 우먼’에는 다니엘라 베가가 주연을 맡았다. 연상의 연인을 잃고 슬픔에 잠긴 트랜스젠더 여성을, 연인의 가족이 그의 죽음에 의심을 받는 사람처럼 대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2018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으며,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최우수 국제영화상과 고야상 최우수 이베로아메리카 영화상도 수상했다. 영화가 주목받으면서 그해 12월 제정된 칠레 성별정체성법을 이끌어낸 캠페인에도 힘이 실렸다.

성공은 영어권 진출의 문을 열었다. 렐리오는 ‘디서비디언스’(Disobedience, 2017)에서 레이철 와이즈와 레이철 맥아담스를 연출했고, 자신의 출세작을 줄리안 무어와 존 터투로 주연의 ‘글로리아 벨’(Gloria Bell, 2018)로 다시 만들었다. 플로렌스 퓨가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더 원더’(The Wonder, 2022)도 연출했다. 베를린에서 7년을 보낸 뒤에는 고국으로 돌아와, 2018년 칠레 페미니스트 시위에서 영감을 얻은 뮤지컬 ‘더 웨이브’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2025년 칸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고 평단의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세상을 떠날 당시 렐리오는 알레한드로 삼브라(Alejandro Zambra)의 소설을 각색한 ‘칠레 시인’을 촬영하고 있었다. 제작사는 파블로 라라인과 후안 데 디오스 라라인이 설립한 파불라로, ‘타이거의 해’ 이후 그가 만든 모든 칠레 영화를 지원해 온 회사다. 파불라는 추도문에서 “영화가 너무도 자주 주변부에 남겨두었던 여성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 그의 재능을 기렸으며, 당시 함께 촬영하던 제작진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칠레 문화부는 그의 빈소가 라 모네다 문화센터 안에 있는 시네테카 나시오날에서 마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칠레에 장편영화 최초의 오스카를 안긴 감독을 맞이하는 국립영상자료원이지만, 그의 마지막 영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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