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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 ‘주인공의 친구’로 20년…이제 드라마 한가운데 서다

Penelope H. F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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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
정경호
Photo via The Movie Database (TMDB)
출생1983년 8월 31일
대한민국 광명시
직업배우
대표작The Man from Nowhere, 폭력써클, 맨홀
수상춘사영화예술상 남자 신인상 · MBC 연기대상 베스트 캐릭터상 · MBC 연기대상 최우수 남자 연기상

노무사 노무진에서 정경호는 죽은 이들을 볼 수 있는 노동 전문 변호사를 연기한다. 망자들이 그에게 바라는 건 서류 작업이다. 보상 청구서를 제출하고, 사고 보고서를 바로잡고, 공장 측의 은폐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 지상파 드라마로서는 기묘한 설정이지만, 아시아 전역의 시청자들이 주로 식탁에 함께 앉은 친구로 기억하는 배우를 설명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오랜 친구 곁을 지키는 교도관이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다섯 명의 외과의사가 함께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서 감정을 속으로 눌러 담는 한 사람이었다. 이야기 전체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주인공 자리는 늦게 찾아왔고, 그와 함께 트로피도 따라왔다.

정경호는 서울 남쪽 광명에서 자랐다. 아버지 정을영은 작가 김수현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드라마 연출가였다. 아버지는 집안에 배우가 나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정경호는 이견 때문에 집을 나왔고, 화해하기 전까지 아버지와 3년간 말을 섞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다닐 때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하정우와 방을 함께 썼다. 무대 위 하정우의 연기를 지켜본 뒤 마음을 굳혔고, KBS 탤런트 공채 시험에 나가보라고 권한 사람도 하정우였다.

정경호는 2003년 시험에 합격해 SidusHQ와 계약했고, 이듬해 KBS 멜로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최윤 역을 맡으며 기회를 잡았다. 어린 시절 친구를 너무 늦게 사랑하게 되고 어머니에게 지나치게 기대는 젊은 배우였다. 작품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잘생겼지만 상처받았으며 조금은 철없는 이미지가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녔다. 영화는 그 틀을 벗어날 길을 열어줬다. 첫 주연작 폭력써클에 출연했고, 허브로 춘사영화예술제 신인남우상을 받았다.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에서는 전쟁 중인 베트남을 순회 공연하는 밴드의 더블베이스 연주자를 맡았다. TV에서는 이준기와 함께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정보 요원으로 활약했다.

2010년 말, 스물일곱 살이던 그는 현역으로 입대해 의무복무를 시작했다. 1983년 8월 31일생인 그는 이후 군악대로 전속됐고, 2012년 9월 전역했다. 복귀 후 선택한 작품들은 의도적으로 더 어두웠다. 마약 거래를 다룬 누아르 무정도시에서는 내적 갈등을 겪는 안티히어로를, 오랜 룸메이트였던 하정우의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에서는 난기류에 휘말린 비행기에 갇힌 오만한 유명인을 연기했다.

전환점은 신원호 감독과 함께 찾아왔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정경호가 연기한 이준호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스타 야구 투수가 자신이 근무하는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그와 다시 얽히는 엘리트 교도관이다. 블랙 코미디인 이 작품은 한국 케이블 드라마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시리즈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후 이정효 감독은 영국 경찰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라이프 온 마스의 주인공으로 그를 낙점했다. 수십 년 전 과거에서 깨어나는 형사 역이었다. 이정효 감독은 뒤이어 사랑의 불시착에도 정경호를 몇 회 특별 출연시켜 여주인공의 전 남자친구로 등장시켰다. 그리고 신원호 감독의 2시즌 드라마, 의대 동기 다섯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이어졌다. 무뚝뚝하게 전공의들을 대하면서도 사적으로는 다정한 흉부외과 의사 김준완은 시청자들이 병원을 벗어나 출연진의 캠핑·시골 예능 스핀오프까지 따라가게 만든 인물이 됐다.

이 일련의 작품은 동시에 함정을 만들었다. 작은 반응들로 쌓아 올린 연기는 앙상블 안에서는 매력으로 읽히지만, 공은 작가와 감독, 출연진의 호흡으로 흘러가기 쉽다. 수년간 업계가 바라본 정경호의 이미지는 호감형이었고, 호감형이라는 평가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정경호는 TV가 따라갈 수 없는 무대에서 답을 찾았다. 국립극단이 명동예술극장에서 토니 쿠슈너의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한국 초연으로 올렸을 때, 그는 1980년대 뉴욕에서 에이즈를 앓다 천사의 방문을 받는 게이 남성 프라이어 월터 역을 맡아 작품의 두 편을 모두 이끌었다. 첫 연극 무대였고,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이어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일타 스캔들에서 정경호는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영역을 넓혔다. 서울 사교육 시장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수학 강사 최치열이 반찬가게 사장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작품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출연자 화제성에서도 정경호가 5주 연속 선두를 지켰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후보에도 올랐다. 두 차례 백상에서 모두 수상하지 못했고, 관심과 트로피 사이의 간극은 그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대목이 됐다.

지난 18개월 동안 작품의 중심에 서는 방식이 달라졌다. 임순례가 연출하고 김보통이 공동 집필한 노무사 노무진은 2025년 5월부터 6월까지 MBC에서 방영됐다. 정경호는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망령을 도와 생전에 끝내지 못한 일을 해결하는, 형편이 어려운 노동 전문 변호사 노무진을 연기했다. 공장 사고와 기업의 은폐를 다룬 에피소드는 한국 시청자들이 이름까지 기억하는 실제 산업재해와 비교되며 화제를 모았다. 2025년 10월에는 라희찬 감독의 코미디 가 개봉했다. 조우진과 함께 출연한 이 영화는 조직의 누구도 우두머리 자리를 원하지 않는 범죄 조직의 이야기를 그린다. 추석 연휴에 개봉해 8일 연속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섰다. 12월에는 tvN 에서 대형 로펌의 외면받는 공익팀으로 좌천된 출세 지향적 판사 강다윗 역을 맡아 주연으로 나섰다. 이 시리즈는 2026년 1월 종영 전 전국 시청률 8%를 돌파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2025년 말 열린 MBC 연기대상에서는 노무사 노무진으로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으며, 대상 후보에도 올랐다. 대상은 서강준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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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에는 사생활이 화제가 됐다. 정경호의 소속사와 소녀시대 최수영의 소속사는 두 사람이 14년간의 교제 끝에 결별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양측 소속사는 바쁜 일정 속에서 서로 멀어졌지만, 동료로서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차기작은 2027년 상반기 방영 예정인 ENA 로맨틱 코미디다. 정경호는 가상의 방송사 뉴스룸에서 간판 앵커로 활약하다 이른 남성 갱년기를 맞고, 꼴찌 프로그램을 되살려야 하는 나이준 역을 맡는다. 전여빈은 그와 맞서는 작가를 연기하며, 최대훈과 강말금도 출연한다. 방송 중 자기 이미지가 무너지는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곁에 서는 역할을 20년 동안 해온 정경호에게 자존심 자체가 문제인 인물이 주어졌다. 주연 배우만이 제안받을 수 있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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